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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베네치아 & 베니스 10 - 야경

by 깜쌤 2005. 12. 27.

 

한참 신나게 퍼질러져 자고 있던 우리들은 다시 일어나서 외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귀한 시간을 잠으로 보낼소냐?" 용아 박용철님의 싯귀와 비슷하다.

 

잠에서 깨어나 호텔 밖으로 나오니 호텔 옆에 버티고 선 다리 주위로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모두 자는구나 싶었다. 

 

 

사진작가이기도 한 김선생은 그새 다시 카메라를 들고 야경을 찍으러 가신단다. 다시한번 더 걸어서 산마르코 광장에 가보기로 했다. 야경이 멋있다나 어쨌다나?

 

 

하지만 먼저 백성들의 민생고를 해결하자는 의미에서 호텔 앞 운하 건너 맞은편 중국식당을 찾아갔다. 돈에 벌벌 떠느라고 이탈리아 정통 요리도 못먹어본 우리들인인데도 이번에는 기껏 큰 맘 먹고 찾아간 것이 중국 요리집이었던 것이다.

 

 

요리 두 접시, 볶음밥 두접시, 맨밥 두접시를 시키고 일행을 위해 음료수 한병을 주문했다. 나중에 계산할 때 보니 운하 옆 자리에 앉았다고 자리세가 일인당 1유로씩 나왔다.

 

도합 30유로이다. 나누기를 해보니 한사람당 7.5유로가 되었다. 그러면 약 얼만가? 일만원짜리 식사를 한 셈이다. 가만히 살펴보니 요녀석들이 봉사료를 12%나 추가시켜 놓은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에게서 팁을 뜯어간다 이말이지? 달라고 하면 알아서 줄까마는 강제징수라니...... 우리 인상이 팁도 안주고 내뺄 도둑놈 같아서 미리 받아둔다 이말이지? 아, 돈 아까워라..... 그래도 배불리 먹질 못했으니 손해본 느낌이다. 

 

 

김선생과 김군은 사진촬영을 위해 수상버스를 타고 미리 산마르코 광장으로 가시겠단다. 그렇다면 나는 허선생과 걸어가면 된다. 리알토 다리 부근의  자그마한 광장에는 기막힌 미성(美聲)을 지닌 거리의 가수 한사람이 연주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양반의  실력이 보통이 훨씬 넘는 것이었다. 자작 시디(CD)를 팔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사가고 있었다.

 

 

약간은 통통하게 살이 오른 동양여자를 거느린 코쟁이 남자가 이탈리아 말로 악사에게 부탁하여 여러가지 음악을 청하고 있었다. 덕분에 "돌아오라 소렌토로"도 듣고 영화 <모정>의 주제가를 들었는가 하면 탈레가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덤으로 들었고 마지막으로 로드리고의 "아랑페즈 협주곡"까지 얻어들었으니 완전히 본전 뽑은 날이었다.

 

 기타와 사람 소리가 어찌 그렇게 맑기만 하던지..... 아! 못잊을 베네치아의 밤이여!!

 

  

이젠 돌아가도 된다. 본전 다 뽑았다. 1만원짜리 식사도 아깝지가 않다. 그래 기다려라. 산 마르코 광장에 가서는 카페 앞에서 클래식을 들으리라. 그러면 이탈리아 여행은 다 한 것이나 다름없다. 가자, 산 마르코 광장의 카페를 향하여......

 

 

드디어 산마르코 광장에 도착한 허선생과 나는 일단 뿔뿔이 흩어져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했다. 물론 나는 음악을 듣기 위해 양쪽 카페를 왕복했었다. 오른쪽 검은 팀 연주가 끝나면 왼쪽 흰 팀으로 가고..... 왔다리 갔다리.... 왕복하고.....

 

 월드컵 대표팀을 지휘하신 희동구 감독님의 특별체력 훈련받듯이 했다. 왕복 달리기 말이다. 잠깐? 희동구님을 모르신다고?  앞으로 한 400년 세월 지나가 보시오. 우리 교과서에 희동구씨 이름이 오르리다. 히딩크 축구감독 말이외다.

 

 

히딩크도 희동구고 간에 이제 나는 완전히 보헤미안이 되었다. "그래, 바로 이맛이야"다. 우린 이 순간에 가장 탁월한 선택을 한 것이다.

 

 

건너편 작은 섬엔 불빛이 깜박거리지.... 하늘엔 별 빛이지.... 바다엔 온갖 빛들이 출렁이지.....  빛들이 떠있지.... 빛들이 흘러가지.....

 

 

그 유명한 '탄식의 다리'이다. 김선생 작품이다.

 

 

 

내일 저녁이면 우린 오스트리아로 떠나갈거다. 잘 있거라. 산 마르코 광장이여..... 내가 없더라도 카페의 음악 연주만은 영원하길 바란다. 이왕이면 폴모리아 악단이 연주해서 유명해진 '돌아와요 부산항에'같은 곡도 한번쯤은 연주 할 날이 오기를 바란다.

 

 

광장에서 다시 만난 우리들은 열시가 훨씬 넘어 음악에 취하고 경치에 취해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호텔로 돌아왔던 것이다.

 

 

<지금 이 글에 사용한 사진만은 함께 동행했던 사진작가 김영화 선생님의 작품임을 밝힙니다. 제 카메라로는 야경이 잘 안잡혀서 부득이 김선생의 양해를 받고 사용한 것입니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