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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베네치아 & 베니스 9

by 깜쌤 2005. 12. 26.

 

미숫가루(갱상도 발음으로 하마 일명 미시까리가 된다)로 배를 불린 우리는 리도 섬에서 무라노 섬으로 직행하는 수상버스를 찾느라고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다녔다.

 

여기서 물어보고 저기가서 여쭤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모르겠다는 소리였거나 아니면 알아듣기 어려운 이탈리아 말이었고 어쩌다가 영어 나부랭이가 들리면 이번엔 내가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예라이, 코쟁이들아~ 그카마 우리는 그냥 갈끼다. 우리가 누~~고? 우리가 그란데(그런 곳) 하나 몬찾아갈줄 아나, 자슥들아!"

 

 

다시 산마르코 광장 부근의 자카리아 버스 정류정으로 돌아왔다. 날이 너무 뜨거웠다. 수상버스 정류장이 마주 보이는 골목에 앉아 버텨보니까 바람이 너무 시원했다. 노래 한곡이 저절로 나왓다.

 

"골목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여름에 배낭객이 여행을 오면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준대요."

 

어디가도 선세이(先生) 표시는 혼자내고 다닌다.  누가 선생 아니라고 할까봐서 여기서도 동요부르고 난린감? 하여튼 여기에서는 곤돌라를 떼거지로 봤으니까 곤돌라에 대해서는 적어도 본전은 뽑은 셈이다.

 

 

 

정류장 위에 보이는 숫자는 여기 들르는 버스 번호이다. 이런 것만 잘보고 행선지를 살피면 다 가는 것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뭐 여행이라는게 이런 것 아닌가 말이다.

 

여기 사는 코쟁이 자기들도 다 아는 걸 명민한 두뇌와 젓가락 솜씨로 단련된 뛰어난 손재간꾼 배달민족의 후손들이 모른다면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가 말이다.  버스를 갈아타고 무라노 섬으로 직행했다.

 

 

 

배에서 내렸더니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무라노 섬은 조용하고 한적했다.  지중해 특유의 고요함이 자리잡은 곳이었다. 뜨거운 태양아래 고요한 적막과 침묵!

 

함께 내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기에 우리들도 따라 가보았다.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따라 들어가 본 곳은 의외로 넓직한 공장 속이었다. 처음에는 무슨 제철소인줄로만 알았다. 나보다 피부가 더 까맣고 입술이 두꺼운 까만 인간이 나오더니 영어와 불어, 이탈리아어로 이야기를 해 나간다.

 

그러다가 결국은 영어로 이야기를 지꺼려내리기 시작했다. 물론 어리버리한 나는 거의 알아듣기 어려웠고.....

 

 

 

이 할아버지께서 즉석 공연을 하시기 시작했다. 에전 초등학교 교과서에 그려져 있었던 삽화 한장면이 생각났다.  철봉 비슷한 막대기 긑에 매달린 동그란 플라스크 같던 유리가 온갖 모습으로 변해 나간다.

 

 

마그마처럼 흘러내리는 액체 상태의 유리를 가지고 요리조리 돌리고 입으로 불 때마다, 가위질을 해대고 할때마다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더니 기막힌 작품이 하나 탄생하는 것이었다.

 

결국 하나 사라는 것이었지만 영어를 잘 못 알아들은 나는 하나 사는 대신에 사진촬영이 금지된 작품 상자 한통 전체를 사진 찍어대는 것으로 은혜를 갚고 말고 말았다.

 

"오, 노 카메라!"

"아임 소리, 노 캐머러? 오우케이"

 

무식한 인간이 용감하다더니 내가 꼭 그꼴이 나고 말았다. 어찌 영어가 좀 수상하더라니......

 

 

한개에 10유로인 모양이다. 유리로 어찌 이렇게 다 만들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들의 장인정신 하나는 알아주어야 할 것 같다.

 

 

밖으로 나온 미스터 어리버리는 전시품을 대신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유리 진열장 속에 우리 팀이 보인다. 깜쌤 빼고는 다 똑똑한 분들인데 팀장을 잘못 만나 고생이다.

 

 

온갖 모습으로 디자인된 작품이 다 있다. 경쟁업체에 디자인을 뺏기기 싫다는 것이리라. 우리나라에서도 이젠 그런 모습들이 많다. 디자인 그 자체가 이미 재산이 된 시대이니 만큼 충분히 이해가 간다.

 

   

너무 고요한데 질려버린 우리들은 땡볕 속에 돌아다니는 그 자체마저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돌아가자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한다. 이럴땐 빨리 돌아가는게 낫다. 어리버리하게 고집부리다가는 쿠데타를 만나 팀장 자리도 탈취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우리들은 다시 수상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 정류장으로 가면서도 본성을 못버린 나는 여기저기 널린 진열장에 사진기를 들이댔다.

 

 

혹시 아는가? 하고 싶은 것과 해보고 싶은 일도 많은 내가 나중이라도 유리 세공 기술자의 길로 나가겠다고 고집부릴 날이 올지........  그럴리가 절대로 없겠지만 말이다.

 

 

돌아올 땐 다시 아까 탔던 5번 버스를 탔다. 그런 뒤 자카리아에서 내렸다가 82번 버스로 갈아 탄 뒤 산타루치아 역으로 돌아왔는데 이 버스가 오히려 좀 편한 것 같았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내집 뿐일세~~"

 

 

싸구려일 망정 에어컨이 방빵한 우리 방이 제일 시원하고 편했다. 빨래와 샤워를 끝낸 우린 그렇게 또 오후 낮잠에 빠져들고 말았던 것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