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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베네치아 & 베니스 7

by 깜쌤 2005. 12. 23.

아침이어서 그런지 길거리엔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시각까지 모두들 늦잠을 잘 리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골목엔 분홍색집이 살짝 얼굴을 내밀었다.

 

 

골목이고 도로고 간에 나무들이 많아서 좋았다. 담벼락에도 초록 식물이 붙어서 거리 전체를 푸르게 물들였다. 결국 잘 가꾸어져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런 작은 호텔은 가족들이 경영하는 미니 호텔이지 싶다. 하지만 깔끔하다. 이런 곳에서 하루 정도 묵어봐야 이들의 생활 모습을 알 것 같지만 그럴 기회가 없다. 결국 우리들은 나중에 루마니아에서 민박체험을 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고목 곳곳에 작은 카페들이 숨어있다. 한집 건너 카페하나, 두집 건너 미니 카페..... 뭐 대강 이런 식이다. 아름다웠다.

 

  

수국은 땅의 산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고 한다. 여기 수국은 좀 밝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저나 수국이 맞나 모르겠다.

 

 

초록과 노랑을 기본 색으로 써서 밝고 싱싱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인도네시아의 조그자카르타 민박 골목이 그랬던 것 같다. 참, 세상엔 아름다운 곳도 많다.

 

 

나는 좀 세심하게 살펴보는 성격이어서 뭐 하나라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이런 네발 자전거는 연인과 가족들을 위한 대여용이지 싶다. 자전거를 빌려 도시 거리를 돌아다녀보면 좋겠다.

 

 

그럭저럭 섬을 가로질러 해변도로로 나섰다. 섬을 가로지르는데는 십오분이면 족했다. 난 나무 줄기가 하얀 색만 띄면 자꾸 자작나무를 떠올리는 버릇이 있다. 이 녀석들은 무슨 나무일까?

 

 

무슨 해수욕장이 이렇게 깔끔할까 싶었다. 시설도 괜찮고 말이다. 어디 담을 따라 쭈욱 가봐야지....

 

 

해수욕장 앞은 망망대해 같다. 이탈리아 북부 아드리아 해 맞은 편은 크로아티아 같은데 말이다.

 

 

영어와 이탈리아어가 병기되어 있으니까 이해하기가 쉽다. 이때 이탈리아 공부를 조금 해두었다. 선베드 하나 빌리는데 약 일만원씩 든다면 물가가 비싸다는 이야기다. 겁이 났다. 이런데는 들어가면 돈만 날리겠다는 생각부터 든다.

 

 

그러면 그렇지. 여긴 개인이 운영하는 사설 해수욕장이다. 입구의 경비 겸 안내센터에 가서 물어보니 일단 표부터 끊고 들어오란다. 무슨 소리를? 우리가 돈내고 해수욕하러 다닐 사람이냐? 공짜로 하라고 해도 잘 안벗는게 한국 노털 양반들인데..... 

 

 

구경만 하겠다는 것도 거절한다. 아, 그래! 알았다. 너희들이 안보여주겠다는데 우리가 기를 쓰고 볼일도 없으니 안심하시기 바란다. 우린 곧 돌아나오고 말았다.  다른 해수욕장 찾아가면 되지....

 

 

해수욕장 입구 자전거 보관소이다. 으흠 이런 식으로 시설을 해두었구나. 자물쇠는 반드시 채워야하고.... 그러고 보니까 여기도 자전거 도둑이 있다는 이야기다. 갑자기 네오 리얼리즘의 걸작이라는 <자전거 도둑>이라는 이탈리아 영화가 생각났다.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1948년 작이지 싶다.

 

 

드디어 조금 더 걸어 공용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시설 상태가 떨어진다. 그러니까 공산주의가 안되는 거지.......

 

 

사람들 품격도 떨어져 보이고 빈한해보이고 없어 보인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다. 싸구려 호텔에서 묵고 먹고 다니는 우리가 고급 호텔에서 음식 드시고 주무시는 분들과 어찌 격이 같으랴.....

 

 

허부장님은 기념으로 해수욕을 하시겠단다. 그 양반은 경주 외곽에 자리잡은 감포항 물개과 출신이므로 수영솜씨가 날렵하다. 난 경북 영주 안동 군위 산골짜기 개헤엄과 출신이므로 성분이 영 아니어서 그냥 구경만 하기로 했다.

 

 

조용히 해변을 산책해본다. 애써서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겨보며 말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아무리 봐도 무궁화가 출신이다. 시리아쿠스 히비쿠스 아니면 뭐란 말인가? 반갑다. 나라꽃이 어찌 여기서 아름다움을 뽐내고 계시는가 싶어 두 눈이 번쩍 띄였다. 내가 정녕 심학규란 말이던가?

 

 

어라? 어라? 갈수록 더 이쁘다. 이번엔 요런 색깔이 다 있네..... 말레이지아의 랑카위 섬엔 무궁화 거리가 있었고 쿠알라룸푸르엔 무궁화 공원이 다 있던데.... 나중에 알고 보니 말레이지아 국화가 무궁화였다.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꽃~~

막걸리 막걸리 우리나라 술,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술~~

저고리 저고리 우리나라 옷,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옷~~

핫바지 핫바지 우리나라 바지,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바지~~

고무신 고무신 우리나라 신,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신~~

 

갑자기 노래가 나온다. 지화자, 얼씨구, 에헤라디야~~

 

 

5절까지 혼자 실실거리며 흥얼거리다가 생각해봐도 내가 또라이 짓을 한다 싶었다. 나도 과격 민족주의자이고 쇼비니즘의 수호자이며 우무란개꾸락지니즘 멤버가 아닐까 싶어서 그만 두고 말았다.

 

 

머리위로 해가 올라오면서 도로가 달궈지기 시작했다. 덥다. 우리 머리 위로 땡볕이 덮어 씌워지니 더울 수밖에..... 우린 그늘만 골라 딛어가며 거리를 헤맸다.

 

 

이제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리도 섬 무작정 방황하기는 그만하고 다음 목적지인 무라노 섬으로 가자. 유리 세공이나 보고 쉬자 싶었다.

 

 

우리 팀의 유일한 총각도 더웟던 모양이다. 길거리에서 물을 덮어쓴다. 나는 이 물을 빈병에 채워 마셔야지....

 

 

 

어랍쇼? 이게 뭐야? 삼발 트럭 아냐? 반갑다. 세발 트럭아! 네가 여기서 무얼 하고 사느냐 싶어 가까이 다가가보니 이런 젠장..... 이탈리아제다. 난 예전 우리 국산 삼발이가 여기 와서 폐차 처분된 것인줄로만 알았다. 그러고 보니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다는 느낌이 든다. 하여튼 난 어리버리하다. 못말리는 어리버리!!

 

 

여긴 이탈리아다. 그 예쁜 미니 자동차가 굴러다니는 나라 아니던가? 깜찍한 세발 트럭을 만들어서 아직도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동네란 것을 순간적으로 잊어버렸다. 

 

보트들이 나란히 줄지어 선 동네 운하엔 세월만이 말없이 떠가고 있었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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