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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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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그쪽은 눈 세상이던데....

by 깜쌤 2005. 12. 20.

지난 주일엔 전주엘 가야했다. 할머니와 외삼촌이 내가 본 유일한 친척인지라 누님의 아들인 생질이 결혼한다는데 안가볼 수가 없는 일이었다. 워낙 피붙이가 귀하니 가봐야했다.

 

 

대구에서 막내동생을 만나 조카와 제수, 아내가 한 차를 탔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이 동네터는 한눈에 봐도 십승지지에 들 것 같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 싸여서 무릉도원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국의 장가계가 무릉도원의 실제 배경이라고 하던데.......  내 눈엔 중국 사천성 성도나 운남성 곤명, 운남성 려강(리지앙)이 그런 곳이라 여겨졌다.

 

 

서서히 먼 산에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동네는 소위 말하는 명당터이다. 전란을 피해 숨어들 그런 자리가 틀림없다. 나는 이런 생각에 선뜻 동의하기가 어려운 사람이다. 전쟁이 나면 싸우러 가야지 왜 도망갈 생각부터 미리 하는가 말이다.

 

 

함안에 가까워지자 드디어 눈 덮힌 산야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도로가엔 눈이 쌓였다.

 

 

지리산 휴게소로 들어섰는데.....

 

 

처마 끝에 고드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예전엔 고드름을 따서 칼싸움도 하고 그러다가 목이 마를땐 우저우적 씹어먹기도 했다.

 

 

냉기가 몸을 감싼다. 춥다.

 

 

으음~~ 춥다. 더 춥다. 짠돌이인 나는 자판기 커피로 몸을 녹인다.

 

 

플래카드에도 고드름이 달렸다. 오랫만에 보는 고드름이다.

 

 

이런 날엔 고속버스를 타는게 좋은데....

 

 

저 비석엔 영호남 화합이 어쩌고 저쩌고~~ 새겨두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슬슬 지역감정을 부추길 사람들이, 가르지 못해 안달인 이 나라의 피같은 세금으로 만들어 둔 것인지도 모른다.

 

 

말이 고속도로지 이차선 고속도로라니까 조금 웃긴다는 생각이 든다.  마주오는 차들이 조금씩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정겹고 살가운 동네들이다. 엄니, 누이가 달려나올 것만 같다.

 

 

어~~ 시원하다. 이제 남원을 지난다.

 

 

전라선 철도가 도로를 가로 질렀다. 남원을 지나 전주로 올라가는 길이다.

 

 

 

대구를 출발한지 3시간 만에 전주역 앞에 도착했다. 단아하다. 이런 건물이 도시 전체를 덮고 있다면 200년 뒤엔 세계문화유산 감이지 싶다.

 

 

누님이 생계수단으로 하는 자그마한 가게엔 요녀석이 나를 반겼다. 2년 만이다. 역시 개는 개인가 보다. 난 녀석을 기억하고 알아보는데 녀석은 나를 수상한 짐승으로 알고 짖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해왔다.

 

 

그래~~ 바로 이 느낌이야~~  우아, 단정, 단아, 세련, 기품, 고풍, 정갈... 뭐 그런 낱말들이 생각났다.

 

 

몇번 짖던 녀석이 나의 체취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모양이다. 어쩌면 서서히 냄새 기억이 나는지도 모른다. 그러길래 짖기를 멈추는 것이겠지....

 

 

눈 앞에 기와집에 좌악 펼쳐졌더라면 했다. 전주 역앞 거리이다. 하기사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입만 열면 천년고도, 세계적인 관광지라 일컫는 경상도 내가 사는 어느 도시에도 없는 풍경을 기대한 내가 어리석지.....

 

 

교회의 뾰족탑이 내 마음을 찔러왔다. 주일이었기에.....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