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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살이/영상수필과 시 1 Photo Essay & Poem

양말을 꿰매며~~~~

by 깜쌤 2005. 12. 17.

양복바지와 양말 색깔을 맞춘다는 것은 양복을 입을때의 기본 예의라고 알고 있다. 한 십몇년 전에 우리 나라에서는 남자들에게 흰 양말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그땐 겨울이나 여름이나 계절 구별없이 내남없이 흰색 양말을 신고 다녔다. 깔끔하게 보이는 매력때문이었으리라. 이젠 그런 분들이 거의 안계시지만 하여튼 그때는 그랬다.

 

 

 

내가 어릴적엔 양말 자체가 귀했다. 그러길래 어지간히 떨어진 양말 정도는 꿰매 신는 것을 기본으로 알았다. 누이들과 어머니께서 신으시는 하얀 버선을 신어본 기억이 나는 것은 왠일일까? 

 

어제는 아내가 덧버선 대신에 신을 수 있는 실내화를 한켤레 사왔다. 서재에 혼자 들어앉아 글을 쓰려면 발이 시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서재라는 것이 별로 좋지도 않지만 2층에 따로 있으므로 따뜻하게 지내려면 보일러를 틀어두어야 한다. 하지만 연료비를 아껴야 하므로 석유 보일러는 그냥 꺼두고 두툼한 외투를 입고 버텨내야 하는 것이다.

 

서재에서 떨어진 양말에다가 덧버선을 신고 외투를 껴입은 뒤 컴퓨터 앞에 앉으면 시베리아의 눈덮힌 유리아친 마을에서 시를 쓰던 지바고 같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은 출근전에 양말을 꿰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바늘에 실꿰기가 어려웠지만 그래도 거뜬히 실을 꿰고는 괜히 희희낙낙했다. 나는 젊어서부터 근시였으므로 요즘은 책을 볼때나 글을 입력할때 안경이 필요없다는 장점이 있다.

 

 

 

남보기에 좀 궁상스럽긴 하지만 그냥 꿰메고 만다. 닳아서 터진 부분을 그냥 옭아매는 정도라고나 할까? 그래도 아뭏든 바느질은 바느질이다. 아내 눈이 나보다 더 어두우므로 내가 하는 편이 훨씬 더 편하다. 그러고 보니까 이 양말은 그 동안 제법 꿰매 신고 다닌 편이다.

 

 

 내 솜씨가 메주다. 하지만 어쨌거나 완성했다. 아내가 한마디 거들어왔다.

 

"남이 보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시우?"

"누가 보면 어떤데....  절약해서 사는 삶이 뭐 어떻다고......"

"그래도... 아이들이라도 보면....."

"그땐 더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지. 난 이렇게 산다며 떳떳이 보여주면 되지...."

 

 

우리돈 돈 만원이면 후진국 아이 하나 정도는 초등학교에 다니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2만원이면 라오스 같은 나라에서는 아이 한 명을 학교에 보내서 그 아이의 팔자를 고치게 할 수 있는 돈이다. 내가 좀 아껴쓰고 기부하면 된다.

 

이야기가 좀 이상하게 나갔다. 난 양말 정도는 자주 꿰매 신는다. 겨울철에 내가 산에 갈때 입는 옷은 이미 20년 전에 산 옷이다. 스타일이 구식이라고 입을 대는 사람도 있지만 난 떳떳이 입고 다닌다. 그래도 한때는 그것도 새옷이었다.

 

인도네시아에 갔다가 귀국할 때 거의 빈 손으로 돌아온 적이 있었다. 배낭을 잃는 바람에 옷도 거의 잃어버린데다가 그나마 가지고 있던 옷도 거의 벗어주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최근에는 옷 때문에 곤란을 겪은 적이 없었으니 그것도 신기한 일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자랑비슷하게 이야기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그럴 뜻은 조금도 없었는데 말이다. 

 

어리

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