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베네치아 & 베니스 2

by 깜쌤 2005. 12. 12.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 광장에서 보았을 때 정면 다리를 건너서 리알토 다리를 건너 산 마르코 광장으로 가는 길이 있는가 하면 왼쪽 길로 접어들어 산마르코 광장으로 가는 길도 있다. 우리가 묵는 싸구려 마르테 호텔은 왼쪽 길 모퉁이에 있었으므로 왼쪽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일단 수상버스(바포레토) 표판매소에서 사진에 보이는 이런 지도 한장을 샀다. 그리고 위치 확인을 하는 것이다. 지도 한장만 들면 상황 끝이나 다름없다.

 

우리가 누구냐? 올해 우리 팀은 작년 중국에서도 한달을 버틴 막강 전력을 자랑하는 늙다리 팀이 아니던가? 이번에 같이 따라온 김총각은 나와 함께 예전에 중국 남부 운남성을 거쳐 라오스를 통과한 뒤 태국까지 가서 다시 말레이지아 부근 나컨시탐마랏 지방을 헤매는 종단여행에 참가한 실력파이다.

 

  

그러니 지도 한장만 손에 넣으면 다 된 일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지도를 사서는 이제 출발하는 것이다. 운하를 봐가며 슬금슬금 가면 된다. 목표? 당연히 베네치아 관광의 종착역인 산마르코 광장이다.

 

 성(聖) 마가 광장쯤으로 번역될수 있는 그 장소가 오늘의 목적지이자 종착점이고 귀착점이며 도착점인 것이다. 그 소리가 그소리이지만 단어를 주욱 나열하니까 뭐 좀 유식해진 느낌이 든다. 그저 나같은 머리 빈 인간은 별 것 아닌 것도 자랑하고 싶어 안달이다.

 

 

아니? 그런데 얘들 동네는 왜 이렇게 예쁘고 깔끔한 것인지 모르겠다. 같은 항구인데 나폴리하고는 너무 차이가 난다. 나폴리 애들은 베수비오 화산연기에 취해서 그렇게 지저분한가?

 

 

그런데 말이다. 얘들은 또 무슨 비법을 동원해서 물 위에다가 이런 집을 지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것 참 희한하네 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여기도 카페 문화가 되게 발달했다. 그저 길가에다가 탁자를 내어놓고 예쁜 식탁보를 덮은 뒤 맛깔스런 음식 냄새를 풍겨가며 손님을 유혹하는 것이다. 우린 물론 냄새만 맡고 지나간다.

 

 

드디어 곤돌라맨이 등장했다. 가로 줄무늬 옷을 입고 챙이 사방으로 난 까만 모자를 썼는데 테를 푸른 색이나 빨간 색으로 둘러 멋을 내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꼭 까만 모자만 쓰는 것도 아니었다. 라틴 족 사람들이 쓰는 이런 모자들이 내 눈에는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도시 군데군데엔 성당이나 교회가 자릴 잡았다. 아참, 여긴 이탈리아니까 거의 다 성당건물이지 싶다.

 

 

또 군데군데엔 광장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광장엔 물이 흐르는 분수가 있거나 아니면 동상이 자릴 잡고 있었다. 거의 어김없이 카페가 한 모퉁이에 또아리를 들었고......

 

 

도시를 점령한 사람들은 거의 다 관광객들 같았다. 그러니까 서로가 서로를 찍고 찍히는 것이다. 피부색깔이 누르딩딩한 우리들이 신기했는지 카메라를 들이대기도 하는데 어떨 땐 관심도 안 비친다. 우리가 노란 원숭이(?)여서 무시하는 것인가?

 

 

그래, 서로가 서로를 찍고 찍혀주는 것이다. 어차피 죽으면 문드러질 피부인데 뭐가 그리 아깝더란 말인가? 날 찍어주라..... 나도 너희들을 찍어줄께....

 

 

어떤 곳에서는 곤돌라끼리 얽혀들어 교통체증에 걸려 있는 곳도 있었다. 그래도 다툼없이 묘하게 잘도 빠져 나간다.

 

 

그러고 보니까 이제 리알토 다리가 가까워지는 모양이었다.  분위기가 그렇다.

 

 

드디어 우리가 일차 목표로 삼았던 리알토 다리를 찾았다. 여기에서 사방을 보는 경치가 그런대로 조금 괜찮았다. 바다물은 고요했고 곤돌라와 소형 보트만 보였다. 처음에는.....

 

 

아하! 이래서 물의 도시 베니스구나. 이탈리아인들은 베네치아라고 부른다. 우린 기분나는대로 불러준다. 베니스라고 했다가 베네치아라고 했다가.....

 

 

이 사람들은 일가족 같았다. 저 앞에 금발머리 소녀가 있고 부부가 카누를 타는 것 같았다. 잠깐... 카약인가? 카누와 카약은 다르다고 그러던데..... 괜히 잘못 말하면 망신살이 뻗치는 수가 있다. 인터넷 공간은 약자와 나처럼 무식한 자에게는 조금 무자비한 공간같아서 겁이 난다.

 

 

드디어 수상버스가 나타나셨다. 그럼 그렇지.... 물위에 뜨는 것이라고는 다 다니는 곳이지만 홍수 나면 우리 한국인들이 잘 타는 스티로폼 묶은 것만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또라이 짓을 한번 해보려면 재래시장에 가서 함지박을 사와서 타고 다니면 되지 싶다. 함지박! 일명 다라이~~~

 

한 십년전에 고무 보트를 하나 구했다. 노까지 갖추어서는 내성천 상류까지 기차를 타고 갔다. 보트에 바람을 넣고는 내성천 강물에 보트를 띄우고 그냥 떠내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경상북도 봉화 정도에서 시작해서 예천 정도까지 흘러내려 가려고 했으나 속도가 너무 느린 것이 탈이었다.

 

 

물흐름 속도가 느리니가 보트가 자주 맴을 돈다. 바닥이 모래밭에 걸리기도 하고..... 세시간 정도를 탔더니 드디어 멀미를 하기 시작했다. 날은 더운데 멀미까지 하니 집생각이 저절로 났다. 어리버리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니 기껏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그 지경이다. 오호 통재라~~ 어리버리 선생이여~~

 

 

여기서 왜 문득 그 생각이 났는지 모른다. 온갖 탈것들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원래의 그 이상야릇한 얄궂은 버릇이 나온 것일까.....

 

 

수상버스 정류장은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번호 표시도 되어 있다. 수상버스라니까 수상하게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여기 운하는 도로라고 여기면 되고 배를 버스라고 여기면 된다.

 

 

아주 이번엔 보트가 떼거지로 나타났다. 어쩌면 수상 택시인지도 모른다. 버스가 있으면 택시도 있어야 하는 법 아닌가?

 

 

그러더니만 소형 보트도 줄서서 다닌다. 병아리떼 마냥 줄을 맞추어 올라왔다. 확실히 코쟁이들의 생활 방식은 재미있다.

 

 

리알토 다리 위에서 볼 것은 다 봤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이 다리 부근엔 항상 사람들이 모여들어 번화한 것 같았다.

 

 

운하 양쪽으로는 뭇 인간군상들이 제 나름대로의 인생을 안은채 세월의 흐름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어리

버리

'배낭여행기 > 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네치아 & 베니스 4  (0) 2005.12.14
베네치아 & 베니스 3  (0) 2005.12.13
베네치아 & 베니스 1  (0) 2005.12.11
바티칸을 찾아서 10  (0) 2005.12.09
바티칸을 찾아서 9  (0) 200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