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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베네치아 & 베니스 3

by 깜쌤 2005. 12. 13.

운하 한쪽 가를 메우고 선 저 말뚝들은 곤돌라나 보트를 정박시킬 때 쓰는 것 같았다. 보트를 세워서는 밧줄을 돌려 묶기도 하고 걸기도 했다.

 

 

리알토 다리 부근엔 작은 광장이 있다. 부근에 화장실도 있었고.....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산마르코 광장이 나올 것이다. 기차 역에서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었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한 30분 정도는 좋게 걸어야 했다.

 

지도가 없더라도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골목에 자리잡은 건물 모퉁이를 자세히 보면 리알토, 산마르코 하는 식으로 씌여진 작은 안내판이 붙어 있으므로 안내판 속의 화살표만 따라가면 목적지를 찾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조심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미아가 된다.

 

 

드디어 산마르코 광장에 도착했다. 광장을 둘러싼 건물의 규모도 대단하거니와 광장의 규모도 어머어마하다. 유럽에서 이런 크기의 광장을 보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나폴레옹이 이 광장을 보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했을 정도라니까 대단하긴 대단한 것 같다.

 

 

여긴 비들기가 특별히 많았다. 내가 어렸을때, 정말 어리버리한 시골 촌놈이었을때, 비둘기가 사람 어깨에 내려앉는다는 식으로 씌여진 여행기를 읽어본 기억이 나는데 나는 그런 글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새나 짐승들이 인간 가까이로 다가 선다는게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린 배고픔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동물들을 보면 돌멩이부터 집어들었다. 잡아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 신체 성숙도 같으면 내 경험으로 보아 초등학교 5,6학년 정도이지 싶다. 비둘기와 노는 소녀의 모습이 귀엽기만 했다.

 

 

모이를 손에 쥐고 손바닥을 펴면 비둘기가 소녀의 손바닥에 날아 올랐다.

 

 

귀여운 아이들이다. 어찌보면 서부유럽이나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같은 나라에서 백인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행복이라는 보증수표를 안고 출발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꼭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행복할 가능성을 더 많이 가진 것은 사실이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가져오는 것일까?  나는 맹목적 애국주의도 배격하고 지나친 세계화라는 것도 떨떠름하게 본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잘 살아야만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땅에 태어난 것이 바로 행복의 보증수표가 되도록 우리 조국을 멋지게 만들어가야 된다는 생각 하나만은 확고하다. 

 

 

얘들 얼굴 표정엔 근심이 없는 것 같았다. 말하는 투로 봐서 영어를 사용하는국가에서 온 아이들 같았다. 국적이 어디일지 궁금해졌다.

 

 

광장에 그냥 앉는 것은 금지시키는 것 같았다. 정확한지 아닌지는 잘 모르지만 비둘기 배설물 때문에 그러는 것 같기도 했다. 전시된 사진이나 엽서를 보면 여기 이 광장이 한번씩 물에 잠기는 것 같다.

 

아드리아해의 범람이 심해지면 여기까지 바닷물이 밀려오는 모양이었다. 그러니 베네치아가 가라앉는다는  소리가 나오는 모양이다.

 

 

이 정도의 광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굉장한 부의 축적이 이루어져야 했으리라. 중세 유럽 역사를 보면 베네치아는 오랫동안 막강한 권력과 세력을 휘두른 해상왕국이었다. 그런 부를 바탕으로 했기에 이런 건축물 건립이 가능했었는지도 모른다.

 

 

비둘기에 정신이 팔려있던 나는 클래식 음악소리에 이끌려 광장 한쪽의 카페로 다가섰다. 영화 음악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레퍼토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일단은 서서 들었다. 함부로 앉아서 음식을 시키기엔 가난한 내 호주머니가 끊임없는 경고음을 발했기 때문이다. 으흠.... 이 집 의자는 모두 청록색이구먼. 연주자들은 모두 검은 복장을 했다. 거기다가 검은 색 선글래스까지...... 맨 인 불랙 멤버들인가보다.

 

 

서빙을 하는 웨이터 가운데 머리가 완전 금발인 청년이 있었다. 유럽에서는 웨이터라는 직업이 우리나라처럼 남들이 조금은 백안시하는 그런 직업이 아니란 사실은 대강 짐작하지만 얘는 확실히 조금 도도한 데가 있었다. 흰색 옷을 입은 청년 말이다.

 

 

카페 손님들은 주로 맥주나 콜라 등으로 목을 축이는 것 같았다. 어떤 팀들은 호기있게 음식을 가득 시키기도 했다. 우린 이따가 콜라 한잔으로 목을 축여야겠다.

 

 

이 팀의 연주 실력은 막강했다. 주로 세미 클래식 곡을 연주해는 것 같았다. 감미로운 곡이 많았다. 

 

 

광장 전면엔 베네치아 왕조가 세운 화려한 궁궐 건물과 성당이 위용을 자랑했다. 지금 이 사진 속의 건물은 산 마르코 성당이다. 마가 복음을 기록한 마가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다고 해서 산마르코 성당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산마르코 광장의 한구석에는 종탐이 자리잡고 있다 높이만해도 100여미터에 이른다니까 올라가보면 광장의 전모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한개라도 더 자세히 보고 싶어서 이번에는 산마르코 성당의 전면과 카페를 넣고 사진을 찍어보았다. 내가 이러고 있는 동안에도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는 연주는 유려하게 계속되었다.

 

 

이쪽 카페의 연주가 잠시 쉴 동안에는 저쪽 카페에서 생음악이 울려퍼진다. 덕분에 나는 살판 났다. 음악을 감상하느라고 움직이지도 못하게 생겼다.

 

 

바로 옆집 카페는 테이블 색깔이 다르다. 그러니 쉽게 구별이 된다. 이 집 연주팀은 무슨 곳을 연주하나 싶어 고개를 빼고 기웃거리다가 자리를 옮기고 말았다. 그래, 온김에 음악이라도 싫컷 듣고나 가자. 그게 본전 뽑는 길이다.

 

광장의 비둘기야!  너희들도 같이 듣자. 매일 듣는 음악이어서 싫다고? 그래. 알았다. 음악카페 3년이면 너희들도 화음맞춰 울겠구나.

 

 

그래.... 그렇게 사는게 인생이구나. 음악을 듣고 연주하고 이렇게 살 수도 있고 악다구니치며 입에는 욕설과 저주를 물고 생존경쟁이라는 이름하에 상소리 뱉아내며 드잡이질로 인생을 날릴수도 있겠다 싶었다.

 

 

가난한 우리 팀은 이렇게 바닥에 앉았고......

 

 

그들은 이렇게 폼나게 앉았다. 이럴 때 한곡 불러야 한다.

 

 "돈 돈 돈 돈! 돈이 웬수다 돈이 웨애~~~앤수우~~~~다아~~~~~`" .

 

우리가 누구냐? 지구 반 바퀴를 돌아서 여기까지 온 늙다리 3인방이 아니더냐? 한곡 더 불러 제껴야지.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지. 한푼없는 여행객이 카페를 왜 껄떡거려~~~`"

 

 

어리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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