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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아름다운 해안 아말피로 가자!! 11 - 아말피 가기

by 깜쌤 2005. 11. 22.

Siren이라는 말은 다 알것이다. 오오~~~~ 하는 소리로 대변되는 사이렌 말이다. 민방위 훈련시에 적기의 공습을 알리는 공습경보음으로 내는 그 사이렌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한밤중에 사이렌 소리를 들으면 왠지 등골이 오싹해지면서 공포에 사로잡히는 듯한 기분이 된다. 이 마당에 여기서 왜 갑자기 사이렌 이야기를 여기서 꺼내는지 이상하게 여기실 분도 많지 싶다. 하지만 계속해보자.

 

 

그리스 신화에는 Musa라는 여신이 등장한다. 이 여신을 영어로는 Muse(=뮤즈)라고 부른다. 이 여신의 딸들을 그리스 인들은 자기들 언어인 헬라어로 Seiren(세이렌)으로 불렀고 고대의 로마 사람들은 시레네(Sirene)로 불렀다고 한다.

 

 시레나는 머리는 여자이고 몸은 새로 되어 있는데 뛰어나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지나가는 뱃사람들을 유혹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소리에 유혹되어 해변으로 다가간 선원들에겐 파멸이 기다리고 있었음은 뻔할 뻔자이다.

 

 

시레나의 도시라는 의미로 예전 로마인들이 수렌툼이라고 불렀던 도시가 바로 오늘날의 소렌토이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이었던 오딧세우스를 유혹했던 파르테노페도 시레나였는데 지금 우리가 거쳐왔고 지나가는 이 부근에 시레나들이 살았다고 전해진다.

 

 정확하게는 나폴리와 소렌토 부근이겠지만 여기 이 절벽은 소렌토 옆과 뒤쪽에 자리잡고 있으니 영 상관없는 것은 아니라고도 볼 수 있다. 사진을 유심히 잘보면 충분히 그럴만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중세가 되면서 시레나의 모습은 상반신은 여자의 모습으로, 하반신은 물고기의 모습으로 바뀌게 되어 우리가 말하는 인어가 되는 것이니 따지고 보면 우리는 지금 굉장히 유서깊은 지방을 지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고보니 오딧세이(=오디세우스=율리시즈)가 이탈리아 남부 지방을 거쳐갔음직도 하다. 경치 하나는 빼어나서 어리버리한 나도 여기서 눌러앉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여튼 좋은 경치를 보기만 하면 맥을 못추는 어리버리 깜쌤이니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리라.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프랑스가 자랑했던 미남 스타 알랑 들롱이 톰이라는 건달 캐릭터로 나왔던 영화 <태양은 가득히>를 보셨으리라. 그 영화의 원작은  페트리시아 하이스미스 라는 양반이 쓰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소설의 힌트를 포지타노 부두를 어슬렁거리던 어떤 청년의 모습을 보고 얻었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그 포지타노를 지나 가고 있는 중이다. 가는 도중의 경치를 보는 것 만으로도 본전을 뽑는 것이므로 이탈리아에 가실 기회가 있다면 이다음에 꼭 한번씩 들러 보시기를 권한다.

 

 

아직도 버스는 절벽을 끼고 줄기차게 포지타노 부근을 달린다. 여기 바다는 석회 성분이 많아서 배가 한번씩 지나가면 마치 크림같은 물결이 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던 여행객의 얼굴이 조금 찍혀버렸다. 버스는 저 멀리 보이는 절벽 사이의 길을 따라 계속 달려갈 것이다. 포지타노! 대단한 도시였다.

 

 

지금까지 세상의 많은 경치들을 보아왔지만 이런 가파른 절벽에 이렇게 예쁜 도시가 묻어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런 경치에 굳이 비교한다면 그리스 에게해의 산토리니 섬 정도가 아닐까 싶다.

 

 

버스 차창에 때가 조금 끼어 있어서 그런지 사진 가운데 얼룩이 조금 묻어 나왔다. 옥의 티라고나 할까? 완벽한 사진을 찍어야 하지만 내 실력이 그것 뿐이니 이런 허접스런 사진으로나마 만족하고 살아야겠다.

 

 

 이젠 아말피에 거의 다 온 것 같다. 버스를 타고 거의 50분 가량을 달렸으니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은 멋진 경치를 보는 것으로 다 보상받았다.

 

 

포지타노! 아말피! 모두 다 대단한 곳이다. 아말피는 이제 작은 바닷가 마을 정도로 쇠락했지만 전성기에는 약 7만 정도의 인구가 살았다고 하니 그리 만만한 도시가 아니다.

 

 이번 여행에서 포지타노나 아말피 같은 마을에서 묵어보는 경험을 했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질 못했으니 이번 이탈리아 방문은 헛방이나 다름없다.

 

 

꼬불꼬불한 언덕을 내려간 버스는 바닷가에 자리잡은 아담한 버스 정류장에다가 우리를 부려놓고 휑하니 사라지고 말았다.

 

 

여기 아말피 마을도 절벽에 묻은 도시이지만 그래도 포지타노보다는 입지적 조건이 나은 것 같다. 이런 작은 도시가 한때는 지중해의 지배세력으로 군림하면서 베네치아 같은 도시들과 경쟁을 하기도 했었다니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다.

 

 

맑고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는 부두에 와서 조금 한숨을 돌리고 나서야 나는 그동안의 환상적인 경치에 취해 있었던 자신을 추스리고 간신히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여기가 아말피로구나. 아말피 해안의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이렇게라도 안왔더라면 큰 실수를 할 뻔 했다. 허허 참......

 

 

깜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