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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 세계문화유산 "도강언" - (4)

by 깜쌤 2005. 10. 28.

 

옥루산 공원을 오르면 그 속엔 여러 가지 종교적인 냄새를 풍기는 건축물들이 몇 개 나타난다. 중국 전통의 건축물 냄새를 진하게 풍기는 건물 벽에는 이 지방의 전설을 그림으로 그려놓은 것들이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건물을 비롯하여 사방 천지에는 습한 지방답게 이끼가 가득하여 고즈넉한 정취를 불러일으킨다.

 

 건물 뒤로 돌아가서 산길을 오르면 옥루관이라는 성문이 나오는데 절벽 끝자락에 자리잡은 전망대에 가 앉으면 도강언시와 도강언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도강언을 만들게 한 민강의 수량은 결코 만만하지가 않다. 수량도 엄청나거니와 물살이 빨라서 한눈에 보아도 보통 강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는 이 민강의 상류지대를 돌아다녀 보았으므로 이 강이 어떤 경로를 거쳐 흘러오는지를 알고 있다. 도강언시를 지나 민강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거대한 골짜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어떤 곳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도 있어서 중국이 세계에 자랑하는 팬더곰의 서식지로 지정되어 있는 곳도 있고 태평이란 작은 마을 부근엔 엄청난 절벽 밑에 자리잡은 두 개의 환상적인 호수가 나옴도 안다.


 두 개의 호수를 이어주는 여러 개의 폭포 지대를 지나 서너 시간 더 차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드디어 풍경이 변하면서 눈을 머리에 인 설산들이 등장하고 초원지대가 펼쳐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사는 주민들의 구성성분도 바뀌어 티베트 계열의 소수민족이 여기저기 흩어져 아름다운 마을을 이루며 살아간다.

 

 골과 골을 돌고 골짜기와 골짜기를 굽이치며 산산 오지 마을 곁을 흐르고 흘러 여기까지 내려온 민강은 이윽고 도강언이라는 수리 시설을 거쳐 우리 남한의 반 정도가 되는 거대한  땅에 농사지을 물을 제공하는 것이니 이 시설이 주는 혜택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알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쉽게 설명하면 이렇다. 상류로부터 흘러 내려온 민강은 "어취"라는 특수한 구조물을 지나면서 내강(內江)과 외강(外江)으로 갈라진다. 내강을 통해 흘러온 물 중에서 넘쳐날 정도로 많은 물과 퇴적물은 "비사언"을 통해 다시 외강으로 흘러나가게 된다.

 

홍수 때는 흐르는 물의 양 가운데 60% 정도가 외강으로 흘러나가지만 수량이 줄어드는 갈수기에 이르면 놀랍게도 이번에는 수량 가운데 60%가 내강으로 흐르도록 지극히 교묘하게 설계가 되어있다는 것이다.

 


 일정한 양의 깨끗한 물이 "보병구"라는 입구를 통해 내강으로 흘러가서는 좁은 수로를 통과한 뒤 도강언 시내에서부터 사방으로 부챗살처럼 갈라져 드넓은 성도 평원을 촉촉하게 적셔나가면서 옥토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놀라운 시설을 자그마치 지금부터 약 2300여 년 전에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만들기 이전에 중국 오지 지방에 이런 시설물을 만든 인물이 등장했으니 어찌 대단하지 않단 말인가?

 

 그런 면에서라도 이 빙은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 될 것이다. 현지 사람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 도강언이지만 정작 도강언을 만든 이빙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