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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 세계문화유산 "도강언" - (6)

by 깜쌤 2005. 10. 31.
강물을 직접 볼 수 있는 섬의 위쪽으로 가면 도강언 구조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인 어취를 자세히 볼 수 있다. 도강언을 구성하는 3대 시설물이 어취(魚嘴)와 비사언(飛沙堰), 그리고 보병구(寶甁口)라고 한다.

 

                                                   <어취를 이루는 대나무 바구니 모형>

 

그 중의 하나인 어취는 한자 말 그대로 물고기 주둥이라는 뜻이다. 예전에는 둥글둥글한 강 돌을 사람이 짠 대바구니 속에 넣은 모습으로 어취를 만들었다. 그런 대나무바구니를 강물에다가 촘촘히 던져 넣어 여기까지 흘러온 강물을 안쪽 강물과 바깥쪽 강물로 갈라지도록 한 것이다.

 

 상류 쪽을 똑바로 보고 선다고 볼 때 서 있는 자리로부터 왼쪽이 외강이 되고 오른쪽이 내강이 된다. 옥루관 공원은 서 있는 곳으로부터 오른쪽에 있는 셈이다. 


 일단 내강으로 흘러 들어온 물을 자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이번에는 비사언이라는 제방을 만들었다. 즉 내강 쪽으로 흘러온 물이 지나치게 많아서 넘칠 경우 이 제방을 통해 다시 민강 본류로 흘러가도록 교묘하게 둑을 쌓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사언을 넘지 않은 물은 보병구 쪽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되어있다. 이것이 도강언의 기본 개념인 것이다.


 보병구란 보배와 같은 병 주둥이라는 뜻으로써 곧 물을 끌어들이는 입구라고 보면 된다. 참으로 놀랍게도 보병구는 바위산을 파서 만들었는데 이 보병구를 지난 물이 다시 사람들이 파 놓은 도랑을 따라 빠른 속도로 도강언시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다.

 

 도강언 이야기를 하며 처음에 옥루산공원 옆에 이퇴 공원이 있다고 했는데 이퇴는 바로 보병구와 비사언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이퇴(離堆)는 비사언과 보병구가 원활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하는 인공 유수지라고 보면 된다.


 프랑스 남쪽 님강에는 너무나 유명한 로마 시대 수도교가 남아 있다. 이 수도교(水道橋)는  도시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계곡을 가로지를 수 있도록 로마인들이 만든 거대한 구조물인데 물이 흐르는 물길에는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석회 성분 같은 퇴적물이 쌓여 물의 흐름을 방해한 모습들이 남아있다.

 

그러니까 아무리 잘 만든 물길이라고 해도 인간이 규칙적으로 잘 관리하지 않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는 말이 되는데 바로 이퇴라는 것이 물길 속에 쌓이는 침전물을 걸러내는 구실을 한다는 말이다.

 

 <옥루관 공원에서 본 청성산(강 건너편으로 희미하게 보인다)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청성파의 본거지이다>


 

 그러니 어찌 놀랍지 않느냐는 이야기인 것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고대인들은 미개했었다고 판단하지만 절대로 꼭 그렇지 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리스 로마시대의 경기장과 원형극장이나 건축물 혹은 이런 시설물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역사시간에 배운 사실들이 과연 모두 다 정확한가 하는 의심을 안 가져 보려고 해도 안 가져 볼 수 없도록 만들어준다.

 

결국 도강언은 지리적 특징을 정확히 파악한 뒤 물의 성질을 극도로 교묘하게 이용하여 만든 값진 수리 시설물이 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중국은 참 거대한 나라이다. 땅도 넓고 인구도 많고 물산도 풍부하기에 이 나라를 가리켜 "지대물박(地大物博)"이라고 불러왔던가 보다. 사람이 많다보니 뛰어난 인재도 부지기수로 등장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이젠 세계적인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중이다.   

 

   <민강물을 내강과 외강으로 가르는 어취 시설 -  이젠 시멘트로 만들어져 있다>

 

 내가 몇 번의 중국 여행을 통하여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지금까지도 나는 지독한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 왔다. 실크로드를 헤매고 다닌 중국여행이 배낭 매고 다녀본 횟수로는 열한 번째의 여행이었지만 내가 본 것은 아직도 아무것도 아니며 나는 너무 무식하고 아는 게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인격적으로나 지식적으로나 능력적으로나 어느 면에서 봐도 나는 지극히 부족하고 그릇이 작으며 가볍고 천박해서 세상살기가 심히 부끄럽기만 하다. 여행을 하며 배우고 느낀 가장 큰 소득이라면 바로 이런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