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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촉도난

by 깜쌤 2005. 10. 24.

 

 

아침 9시 24분에 성도에 도착했다. 어제 오후에 서안에서 출발한 기차는 험산 준령을 뚫고 촉 지방으로 들어온 것이다. 당나라 때의 시인이었던 이 백(=이태백)은 "촉도난(蜀道難)"이라는 그의 시에서 '촉으로 가는 길은 그리도 험하다'고 하였다는데 기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보니 과연 그렇다.

 

서안을 지나서 몇 시간이 지나자 기차는 서서히 산골짜기로 접어들었는데 수직으로 쭈욱 뻗어 오른 절벽이 앞을 가로 막아서기 시작했다. 골짜기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따라 기차는 숨을 헐떡이며 올라가기만 했다.


 그러다가 길다란 터널과 아찔한 높이를 자랑하는 다리가 연이어 나타나니 그냥 보아도 이 길이 험하다는 것은 저절로 알 수 있겠다.

 

자연히 사천성은 요새가 될 수밖에 없다. 서쪽으로는 4000미터 이상의 산들이 즐비하고 북쪽으로는 험산이 가로막아 섰고 동쪽으로는 양자강을 따라 오르내리는 길이 아니면 접근이 불가능하며 남쪽으로는 아열대의 밀림과 높은 산, 깊은 계곡으로 둘러싸인 곳이니 과연 촉 지방은 제갈량이 탐낼만한 지방임이 틀림없다.


 우리에게 이 태백으로 알려진 이백은 안록산과 사사명이 일으킨 "안사의 난"을 피해 옮겨 다니다가 인생의 황금기인 장년기를 사천성에서 보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도 촉으로 들어가는 길의 험함에 질려 그 유명한 "촉도난"이라는 시를 남겼던가 보다.   


噫戱 危乎高哉
아, 아찔하게 높고 험하구나
蜀道之難 難于上靑天
촉 가는 길은 험하고 하늘 오르기만큼 힘들구나

 

이렇게 시작하는 이 시만 봐도 촉으로 들어가는 길의 험준함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꼭 그 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촉으로 들어가는 기차가 허위허위 오르는 이 길을 보고 있으려니 감회가 새롭기만 했다.

 

 문장으로 풍광을 그려내는 재주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내가 그 모습을 묘사하는 것은 어려우므로 이 백이 남긴 시를 우리말로 풀어낸 구절을 조금만 보며 그 길의 모습을 떠올려나 보기 바란다.

 

"아! 아! 참으로 높고도 험하구나.
촉으로 가는 길
푸른 하늘 오르기보다 더 어려워라.


잠총과 어부 개국한 지 아득히 오래
그로부터 사만 팔천 년
진 나라와는 사람 내왕 없었다네.
서쪽 태백산 새들만 넘는 길
굽이굽이 돌고 돌아 아미산 정상에 이르렀구나.


땅이 꺼지고 산이 무너져 장사들 죽은 이후
높다란 하늘 사다리 절벽에 걸린 잔도(殘道)만이
고리처럼 이어 졌구나.


위에는 육룡이 끌던 해 수레도 돌아섰던
높은 고표산,
아래는 절벽을 감돌아 흐르는 물 여울
학조차 날아 넘지 못하고
원숭이도 잡고서 오를 일을 근심하누나.


백 걸음에 아홉 번은 바위산을 돌고
올려만 봐도 숨이 막혀
앞가슴 쓸며 앉아 긴 한숨짓는구나.


그대 촉에 가 언제 오려나
험한 길 가파른 바위 오를 수 없어
고목에 슬피 우는 새들조차
암컷은 수놈 따라 숲 속을 헤맨다네.


달밤의 두견새 소리
아, 시름겨워라 공산이여
촉으로 가는 길은
하늘 오르기보다 어렵도다.

 

그 말만 들어도 소년조차 늙어 버린다.
연이은 봉우리들 하늘에 닿아있고
메마른 소나무는 절벽에 거꾸로 걸려 있다.


내닫는 여울과 부르짖는 폭포수가
벼랑을 치고 돌을 굴려 산골짝에 천둥친다.


이렇듯 험난하거늘
먼 길을 온 나그네여,
어이 왔단 말인가?


검각은 높고도 험해
한 사람이 관문 막으면 만 명조차 뚫지 못하리


(이하 생략)

 

 이런 길을 따라 가며 누워서 편하게 보며 지나갔으니 나도 어지간히 여행 복은 타고 난 놈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