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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매화 검객을 찾아서 화산에 간다!! - (2)

by 깜쌤 2005. 10. 20.
 

                                                  <화산 입구>

 

화산의 위치는 화청지와 병마용 가는 방향이지만 일단은 더 멀리까지 가야 한다. 사천성 황룡에서 야영을 하면서 걸린 감기가 얼마나 지독한지 아직도 사람을 괴롭혔다.

 

아, 질긴 녀석들이다. 초원에서부터 따라다닌 감기라는 괴물은 사막에서도 줄곧 동행하였고 기차에서도 줄기차게 따라 붙었으며 버스에도 좇아 다니고 호텔에도 함께 다녔다. 하여튼 대단한 녀석들이다.


 아침부터 콧물을 줄줄 흘렸기 때문에 한국에서 가져간 감기 약 콘택 600을 두 개나 삼키고 나서부터는 차안에서 계속 잠을 잤다. 자그마치 두시간 40분간이나 시달린 끝에 화산이 자리잡은 화음현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밝은 색 화강암들이 우뚝 솟아올라 멀리서도 대단한 위용을 자랑하지만 나에게는 이상하게도 정감있게 다가서질 못 했다. 그런 화강암 산은 우리나라에도 많아서 그런가 보다.

 

 한나절이나 지나버렸으니 지금 이 시간에 해발고도 1997미터의 산을 오른다는 것은 조금 무리일 듯 하다. 그러니 먼저 점심부터 먹기로 했다. 낯설고 물선 객지에서 배고프고 추우면 서글프기 그지없기 때문에 먼저 먹어두어야 하는 것이다. 화산 입구로 올라가는 길목 양쪽엔 음식점들이 즐비했는데 호객 꾼들이 나와 자기 음식점을 자랑하고 난리가 났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이미 중국에서 3주일이나 닳아먹은 사람들이기에 그냥 아무 말 없이 우리가 먹고싶은 음식점을 찾아가서는 삭도면을 시켰다. 삭도면은 커다란 밀가루 반죽 덩어리를 칼로 써어 써억 썰어서 수제비 만들 듯이 끓는 물에 넣어 만든 면이다.

 

 어떤 사람들은 도삭면이라고 쓰기도 하던데 무엇이 옳은지는 아직도 헷갈려서 정답을 명확히 밝혀두기엔 내 지식으로는 무리이다.


 우리와 같이 식사를 하던 택시 운전기사가 친절하게 여러 가지를 설명해주어 우리 나름대로 판단하여 행동하기에 편했다. 물론 그도 돌아갈 땐 자기 차를 사용해 줄 것을 권했지만 어디 우리가 택시 타고 서안까지 갈 사람들인가 말이다.

 

지금 이 시간에 정상까지 올라가려면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것이 제일 편리하지만 사용료가 장난이 아니어서 포기하고 대신 입구 계곡에 발이나 담그고 놀다가 되돌아가기로 했다.

 

 화산 입장료만 해도 70원이나 한다. 우리 돈 10,500원이다. 하여튼 이 사람들은 입장료하나는 엄청 세게 매겨두었다. 그런데도 중국인들은 쑤욱쑤욱 잘 들어가는 것을 보면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계곡 물은 맑다. 감기가 들어 힘이 없으니 내가 화산파 고수를 만나 한수 배울 것을 청하기는 아예 불가능하다. 화산파 절정 고수들이 매화검진을 만들어 우아한 동작으로 적을 공격하는 모습을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싶어 온 사방을 두리번거리지만 들려오는 것은 물소리와 매미소리뿐이었다.

 

 우리가 외국인임을 알아차린 중국 초등학교 아이들과 중학교 여학생들이 우리 부근에서 이것저것 물어 온 것 빼고는 화산파 검객들은 코빼기조차 비치지 않았던 것이다. 하기사 온갖 속인들이 왕래하는 이 입구 계곡에 무슨 검객이 나타나랴마는........ 한국 돌아가서 무술 영화나 더 보아야겠다. 21세기 초입에 무슨 검객이야기냐 싶어 괜히 헛웃음을 피식 토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