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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오데로 갔나, 오데로 갔나, 오데가? - (1)

by 깜쌤 2005. 10. 21.

 결국 화산 등정 계획은 허사가 된 것이다. 4년 전에도 화산 등정은 하지 못했으니 이제 언제 한번 올라가 볼까 싶다. 언젠가는 형산과 황산, 태산도 올라가 보아야하니 다시 한번 화산 등정을 시도한다는 것은 헛된 꿈에 불과하다. 다시 시내로 돌아온 우리들은 저녁을 먹기전에 리컨펌을 하기로 했다.


 상해 임시정부가 일본군의 추격을 피해 중국 대륙을 떠돌다가 마지막으로 자리를 잡은 곳이 사천성 인근의 중경(重慶 충칭)이다. 중경은 예전엔 사천성의 일부였지만 지금은 직할시로 정해져서 따로 떨어져 나갔다.

 

행정구역상의 면적만 해도 약8만㎢이고, 인구는 3000만여 명 선이니 그 규모를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이 지휘하시던 임시정부는 1940년에 일제의 추적을 피해 중경에 임시정부 청사를 마련하고 항일운동의 근거지로 삼는다.


 우리는 그런 유서 깊은 도시인 중경에서 귀국하는 비행기를 타기로 했으므로 이때쯤엔 비행기 탑승 재확인(=리컨펌)을 확실하게 해두어야만 했다. 할인 항공권을 가지고 있는 우리들이므로 재확인을 게을리 할 경우 귀국 편 비행기의 좌석을 확보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적어 온 성도지점에 전화를 걸었는데 그런 번호는 없다고 한다. 아니, 세상에.... 항공사 지점이 사천성의 성도인 성도 시에 없다면 비행기표 재예약을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우체국에 가서 다시 전화를 해도 안되고 전화서비스 가게에서 전화를 해도 그런 번호가 없다고 한다면 문제가 커진다. 할 수 없이 서안에서 직접 항공사를 찾아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안은 워낙 큰 도시이고 국제적으로 유명한 관광도시이니 중국국제항공(Air China)지점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몸이 워낙 아팠기에 밤새도록 기침을 했다. 열이 나서 깊은 잠을 자기도 어려웠다.  내가 너무 힘들어하자 한밤중에 투루판에서 포도 사건으로 우리들에게 한바탕 웃음을 선사했던 배짱 좋은 K군이 배낭 속을 뒤적거리더니 한국에서 지어온 감기 약이라며 꺼내 준다.


 "선생님, 너무 편찮으신 것 같은데 저어....이 약이라도 한번 드셔보시지요? 한국에서 직접 지어 온 약입니다."
 "고맙네. 그런 좋은 약이 있었으면 진작 좀 주지, 이 사람아. 하여튼 자네의 준비성은 최고이네."


 역시 약은 우리 약이 최고다. 확실히 효과가 있어서 모처럼 푹 잘 수 있었다. 중국 여행 21일째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