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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오데로 갔나, 오데로 갔나, 오데가? - (2)

by 깜쌤 2005. 10. 22.
서안에서 사천성 성도로 가는 K5열차는 오후 1시 55분에 출발한다. 그러므로 오전엔 여유가 있다. 가만히 놀면 안되므로 어제 못한 비행기표 재예약을 확실히 해두기 위해 중국항공 서안지점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택시를 타고는 운전기사에게 "중국항공 서안지점"이라고 쓴 쪽지를 내밀었더니 자신 있다는 표정을 짓더니 군말 없이 데려다 주는데 막상 도착한 곳은 중국항공 서안지점이 아니라 중국항공 표를 취급하는 여행사였다.


 이왕 간 김에 여기서도 재예약이 되느냐고 물어보았지만 그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여기 온 것은 허탕친 셈이다. 창구에 근무하는 친절한 아가씨의 도움으로 서안지점의 주소를 받아 적고는 다시 택시를 타고 지점을 찾아갔다.


 "아가씨. 우린 중국항공 비행기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8월 23일 중경에서 인천으로 가는 표인데 재예약을 하고 싶습니다."
 "손님, 죄송합니다만 중경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취소되어 있습니다. 대신 성도에서 가는 같은 날 출발하는 비행기 표를 드리려고 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좋습니다. 어차피 우린 지금 성도로 가는 것이니까 우리에겐 더욱 더 잘된 일이지요."


 그렇게 해서 쉽게 새로운 비행기 표를 받을 수가 있었다. 여기 서안 지점까지 안 찾아 왔었더라면 오히려 일이 이상하게 꼬일 뻔했다. 우린 성도에서 중경까지 다시 가는 수고를 안해도 되니 오히려 더 잘된 셈이다.

 

 서안에서 중경까지 바로 가는 기차는 없는 것 같았다. 성도에 도착한 뒤 다시 고속 버스를 타고 중경까지 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그런 수고를 안 해도 되니 그게 어디란 말인가? 결국 우리 일정으로는 하루 정도 충분한 여유를 가지게 되었으므로 성도에 가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도강언"을 가볼 수 있게 된다는 말이 된다.


 P형님은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여관에 그냥 머물러 있었으므로 청년들을 보내어 여관에 가서 P형님의 비행기표를 받아서 가져오게 했다. 저번 비행기표와 새 비행기표를 교환하는 형식을 취하므로 어쩔 수 없이 다녀와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표를 받아들고는 가벼운 마음으로 여관으로 향했다. 확실히 항공사 사무실 직원들이 친절하다. 자기들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고 군말 없이 표를 교환해 주는 것을 보면 벌써 자본주의 사상이 철저하게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서안역 대합실 모습> 

 

K5열차는 낡고 후진 편이다. 난주에서 우루무치 가는 기차와 비교하면 형편없는 구식이다. 그래도 요금은 거금 126원이나 한다. 우리 돈으로 쳐도 거의 2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소요시간이 19시간 정도이니 그 정도 요금은 내어야 하리라.

 

4호 차 14호 중포가 내 침대이다. 내 앞엔 혼자 여행하는 백인 아가씨가 자릴 잡았지만 내 몸이 아프고 귀찮으니 말 걸기도 싫어진다. 맞은 편 아래에 자리잡은 중국 총각녀석은 쉴새없이 줄담배를 피워대니 내 기침이 더욱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그 녀석은 내 형편을 모르므로 줄기차게 연기를 자기 폐 속으로 밀어 넣는 담배 연기 펌프질을 계속하는 것이었다. 


 아침으로 만두 1개, 좁쌀 죽 한 그릇, 삶은 계란 한 개를 먹고 버티고 있으니 힘도 없는데 기침에다가 열까지 나고 있으니 빨리 쓰러져 자는 게 상책이다. 손자병법에 이르기를 '36계는 도망이 상책이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지금 자는 게 최선의 방책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