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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매화 검객을 찾아서 화산에 간다!! - (1)

by 깜쌤 2005. 10. 19.

숭산, 화산, 형산, 태산, 황산!


 산 이름들이 모두 다 외자로만 되어 있으니 쉽게 기억이 될 것이다. 태산은 우리가 잘 아는 대로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라고 하는 양사언의 시조에도 등장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 태산이 그냥 막연히 높은 산을 의미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태산은 산동성(山東省)에 자리잡고 있으니 인천에서 비행기나 배를 타면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산이 되지 싶다.


 낙양에서 동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그 유명한 숭산(崇山)이 있다. 숭산 소실봉 밑에는 소림사가 자리잡고 있다. 숭산은 낙양 동남쪽 등봉현이라는 지방에 자리잡고 있는데 거긴 오직 소림사와 탑림(塔林)을 보겠다는 마음에서 찾아갔었다.

 

중국인들은 숭산을 중악(中岳)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중악이 있으면 서악, 북악, 남악, 동악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당연히 있다. 중국인들이 그런 것 안 만들어 놓을 사람들인가?  


 북악에 해당되는 산은 형산이고, 서악에 해당되는 산은 화산(華山)이다. 그 화산이 서안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자리잡고 있으니 화산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무협영화나 소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화산파(華山派)의 매화검법이나 독고구검 등의 이야기는 들어보았을 것이다. 소림사 입구엔 각종 무술학교들이 즐비하여 그것만을 보는 즐거움도 제법 쏠쏠하지만 화산 입구엔 그렇질 못했다.

 

 화산을 가기 위해서는 먼저 화산 가는 차를 타야할 것 아닌가? 그냥 그대로 딩굴딩굴 구를 것인가 아니면 화산을 갈 것인가 하고 망설이다가 '에라이 화산이라도 가자'라는 심정으로 나섰기 때문에 급하게 서두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화산행 차는 서안 기차역 앞에서 출발한다. 기차역 앞에는 화산이라고 써 붙인 차들이 수두룩하다. 물론 봉고 정도 크기의 소형 버스들인데 이 차들은 출발시각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고 있어야 했다. 즉, 시각에 맞추어 차를 출발시키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다 차면 출발한다는 식이다.


 손님들은 사람들이 올라 앉어 좌석이 거의 채워져 가는 차를 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운전기사와 차장, 바람잡이 삐끼들까지 총동원하여 차에 소복이 들어앉아 있다가 손님이 차표를 끊어서 좌석에 앉으면 와아 내려버리는 방법을 쓰기도 했다. 그런 수법에 속아 4년 전에 한번  골탕먹은 적이 있기 때문에 등신이 아닌 이상 조심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느 차에 손님이 많은가를 조심스레 요리조리 살피다가 백인아이들 떼거리를 만났다. 중국 여자 삐끼와 교섭하는 소리를 들어보니 20원 요금을 줄기차게 18원이라고 부르더니만 차에 우르르 올라타기에 우리도 같이 올라탔다. 아니나다를까 다 좌석이 채워졌기에 곧 출발하긴 했지만 그동안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 오늘 화산구경이나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워졌다.


 일단 차가 출발하자 중국인 차장이 돈을 받으러 왔다. 우린 당연히 20원 요금을 내고 탔으니 노랑머리 백인 아이들이 하는 행동을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백인 아이들 중에 대표격인 청년은 18원으로 쳐서 5명 요금을 지불하려 하자 차장은 한사코 20원을 요구했다.


 "우리가 아줌마에게 18원이라는 약속을 받고 차를 탄 거요."
 "아줌마가 어디 있다고 그래요? 어느 아줌마요?"
 "버스가 출발했으니 지금 안보이네. 하여튼 18원!"
 "어허! 20원!"
 "18원!"
 "20원!"


 돈에 환장한 중국인들이 그냥 물러갈 것 같은가? 결국 중국 차장의 판정승으로 끝나서 백인아이들은 20원을 다 낸 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를 보고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나도 같은 동작을 해 보일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