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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 제갈공명의 사망지 "오장원"가기 - (6)

by 깜쌤 2005. 10. 17.
내가 탄 택시의 기사는 여자였다. 중국 여자들은 생활력이 강하고 드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 여자기사는 약간 곱상하게 생겨서 억세게 보이지는 않았다.

 

 버스 정류장에서 일반 시민들과 경찰에게 확인해본 바로는 오장원읍까지의 거리는 15킬로미터로 요금은 30원, 오장원 읍에서 오장원 언덕의 제갈량 사당까지는 10킬로미터로 10원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25킬로미터의 거리라는 이야기다.


 바가지 요금을 청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경찰의 도움으로 택시를 잡아탔다. 요금은 미현에서 제갈량 사당까지 30원이다. 40원이지만 외국인이라고 10원을 할인한다는 것이다. 왕복 40원이라면 탈만한 요금이라고 생각하고 택시를 탔지만 왕복이란 말을 안한 것이 화근이었다.

 

 중국에서 권력이 막강한 경찰(공안)이 잡아준 택시였고 요금까지 30원이라고 확실하게 메모를 했으므로 으레 그러려니 하고 간 것이지만 돈에 환장한 중국인들의 상술을 내가 당할 수나 있으랴?


 오장원 가는 길 양쪽으로는 계속해서 옥수수 밭이 이어진다. 미현시를 벗어나자 참으로 놀랍게도 맑은 물이 흐르는 시내를 만날 수 있었다. 산악지대의 험한 산 속을 빼고 들판에서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은 처음 만나는 것 같다.

 

맑은 물이 흐른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살기가 좋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갈량이 촉 지방을 떠나 북동진하여 미현으로 진출한 뒤 이곳을 발판으로 하여 장안을 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처음 삼국지를 읽을 때는 제갈량이 이곳 서량(西凉)지방으로 진출을 꾀하는 이유를 몰랐지만 실제로 사건이 벌어진 지방을 밟아보니 비로소 하나씩 이해가 된다.

 

 오장원읍은 자그마하다. 그냥 시골 큰 마을 정도이다. 오장원 읍을 지나 왼쪽으로 꺾어들어 황토 길을 들어선 택시는 몇 번이나 방향을 튼 끝에 자그마한 언덕 밑에 차를 세웠다.


 "다 왔습니다. 저기 저 언덕에 제갈량의 사당이 있고 올라가시면 됩니다. 그런데 갈 때는 무엇으로 가지요?"
 "당연히 택시로 가야지요."
 "그렇다면 대기 요금을 따로 내어야 합니다. 왕복 할 경우는 80원입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거요?"
 "미현에서 오장원까지가 30원이고 오장원에서 여기 사당입구까지가 10원, 그러니 합계 40원에다가 왕복하면 80원 아닙니까?"


 이 사람들이 지금 장난하는가 싶어 마음 속에서 열 불이 확 일어났다. 오장원의 제갈량 사당까지가 편도 30원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말을 바꾸어 왕복 80원이라니 어찌 성질이 나지 않겠는가 말이다.

 

여자 기사가 영어가 안되니 중국어로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이번에는 내가 중국어가 잘 안되니 영 말이 안 통하는 것이다. 드디어 성질이 난 나는 한국어로 떠들고 기사는 중국어로 떠드는 쇼까지 하게 되었는데 마을사람들까지 몰려와서 기사 편을 드니 모습이 우습게 되기 일보직전이었다.


 이런 꼴이 날까봐 경찰을 통해 택시를 잡고 30원이라고 메모까지 하고 왔지만 이렇게 나오면 어떻게 해결하는가 말이다.

 

이럴 땐 내가 돈을 주고 내려버리면 안 된다. 내가 30원이나 40원을 주면 틀림없이 차는 휑하니 돌아가 버리게 되고 결국 나는 중국 시골구석에서 꼼짝없이 발이 묶여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차에서 내리지 말고 버텨야 한다. 그런데 내 귀에 갑자기 영어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처음엔 헛소리를 들었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