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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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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 제갈공명의 사망지 "오장원"가기 - (5)

by 깜쌤 2005. 10. 16.
산시성(섬서성 陝西省. 협서성이 절대 아니다) 미현(메이縣) 남서쪽에는 서안이 있는 관중분지를 지나 황하로 흘러 들어가는 위수(渭水 웨이수이)가 흐른다. 미현 남쪽에는 해발고도 650미터 정도의 언덕같이 보이는 작은 산기슭이 늘어서 있는데 거기가 바로 오장원이라고 알려지는 곳이다.

 

서기 234년 촉한(蜀漢)의 재상이었던 제갈량(諸葛亮:孔明)은 대군을 장안(오늘날의 서안西安이다)으로 진격하기 위해 여기까지 진군해 왔으나 위나라의 명장 사마의(司馬懿 = 司馬仲達 사마중달)와 필생의 접전을 벌이다가 병으로 죽고 만다.


 삼국지연의를 읽는 수많은 독자들을 마음 아프게 하는 대목인데 제갈량의 죽음이 너무도 애석해서 그런지 후세 사람들은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중달을 좇아낸' 이야기를 애써 기억하기도 한다.

 

촉의 군대가 제갈량의 유언에 따라 그가 살아 있는 것처럼 위장하고 대오를 정비해서 성도로 후퇴하다가 중달의 군대가 추격해오자 되돌아서서 반격하니 사마의의 군대가 크게 놀라 공명이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으로 여겼다는 유명한 고사가 만들어진다.


 우리가 다 알다시피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패주시켰다(死諸葛走生仲達)”는 이야기인데 그 역사적 현장으로 찾아가는 것이니 감회가 어찌 남다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기꾼들이 내리고 난 뒤부터 버스 안은 평원을 되찾아 끝없는 황토 길을 탈탈거리며 기어 나갔다. 동네마다 다 서고 사람마다 다 올라타고 내리니 빨리 갈 도리가 없다.


 도로상태도 그리 좋은 게 아니어서 밍그적밍그적 나가기를 몇 시간 째 계속하니 나중엔 하품이 나고 좀이 쑤시고 온몸이 다 늘어질 지경이 되었다. 나는 나대로 졸다가 깨다가......

 

주실(周室)이라는 도시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이 부근에 주나라 유적지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기억으로는 주왕조가 섬서성과 산서성 쪽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으므로 이 지명(地名)이 주는 의미는 상당히 강렬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내 지식과 학문이 짧으니 뭐라고 쉽게 단정짓기가 어렵다.


 이럴 때 나는 비참함을 느낀다. 시간이나 많으면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라도 내려서 확인해봐야 하지만 그럴 처지가 못되니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다가 미현시에 도착하니 오후 2시 40분 가량이 되었다.

 

도대체 버스를 몇 시간이니 타고 온 것일까? 맙소사! 거의 5시간이나 타고 온 셈이다. 이러다가 오늘 서안으로 돌아 갈 수나 있을지조차 모르겠다. 미현은 그런 대로 제법 큰 시 같았다.


 버스정류장에 들어가 서안 행 버스를 확인해보니 오후 6시에 막차가 있단다. 이제 약 3시간 정도 남은 셈인데 그동안 여기서 15킬로미터 떨어진 오장원에 다녀올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할 수 없이 택시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 택시가 말썽을 부릴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