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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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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 제갈공명의 사망지 "오장원"가기 - (4)

by 깜쌤 2005. 10. 15.
 "이야. 이 사람이 정말 굉장한 횡재를 한 게 맞네. 이건 미국 정부(아니면 코카콜라 회사일 것이다)에서 발행한 서류인데 콜라 깡통 속의 이 금속(혹은 금 덩어리)을 찾은 사람에겐 미국정부(혹은 회사)에서 내건 엄청난 상금을 준다는 서류요. 보쇼, 틀림없지?"


  "그리고 이것도 보쇼. 이건 미국 달러요. 이 달러도 아울러 이 사람에게 주는 거요." 한 녀석이 미국 달러뭉치를 들고 마구 흔들어대었다. 당연히 그건 가짜일 것이다. 중국인들이 그 정도로 많은 달러를 쥐고 있을 이유가 없다.

 

가짜 달러뭉치를 흔들어대는 그 녀석 인물은 영화배우 뺨치게 생겼다. 그와 동시에 패거리들이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불고하며 바람을 잡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차안의 사람들도 일제히 돌아보고....


 어수룩하고 모자라게 생긴 청년만 얼굴에 희색이 가득했다. 약간의 수런거림과 작은 대화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차안의 사람들은 반응이 싸늘했다. 애써 눈감는 사람들도 있는 것으로 보아 이건 명백한 사기행위임에 틀림없다.

 

 내 건너 옆자리의 젊은 청춘 남녀만이 약간 의아스러운 표정이지만 애써 말려들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난 이럴 때마다 비겁한 자가 된다. 하기사 말이 안 통하니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워서 애써 내 자신에 대한 위안을 삼아보긴 하지만 하나님 보시기에는 어쨌거나 나도 공범임에는 틀림없지 싶다.  


 짧은 순간이지만 간절하게 기도를 했다. 저 청년이 이 위기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했다. 그러다가 어떤 녀석이 버스를 세우더니 미리 내렸다. 사방은 모두 옥수수 밭 천지여서 이 부근엔 마을이 없었다.

 

이런데서 내린다는 것은 틀림없이 저 어리버리한 청년을 끌어내리기 위해서이리라. 이제 이 녀석들이 한꺼번에 다 내린다면 틀림없는 사기 수법이 된다. 아니나 다를까 한 500미터를 더 달린 뒤에 녀석들이 버스를 세우더니 청년을 데리고 우르르 내려버렸다.

 

 확인해 보았더니 모두 다 여섯 명으로 이루어진 범죄조직이었다. 아까 이야기한대로 그 중에 한 녀석은 정말 대단한 미남이었다. 아마 그 녀석은 여성 유혹 전문이리라.


 미리 내린 녀석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늦게 내린 청년을 납치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꺼번에 다 내리면 의심받을 테니까....... 내 짐작으로는 녀석들이 재산 후리기 전문 사기꾼이거나 아니면 장기밀매를 위한 전문 인신 매매단이리라.

 

 인도나 네팔, 방글라데시 같은 곳에서는 부자들의 난치병 치료를 위한 장기 밀매조직이 있고 생사람을 잡아서 적출해낸 장기를 국제적인 조직을 통해 밀매한다는 보도를 타임지에서 본 기억이 난다.        

  
 일부 동남아시아나 중동 및 아프리카 회교권 국가에선 오늘날에도 어린이를 유괴해서 노예로 팔아먹는 조직이 있다고 한다. 그 청년이 그런 조직에 걸려들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하여튼 가슴이 섬뜩한 순간이었다.

 

순박하기만 하던 그의 눈동자가 선하다. 내가 당한 것은 아닐지라도 혼자 다니는 여행은 이래서 위험하다. 여행이라고 하는 게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04년 동남아시아 츠나미 지진 이후에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태국 남부에선 부모잃은 아이들이 유괴되거나 실종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