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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 제갈공명의 사망지 "오장원"가기 - (3)

by 깜쌤 2005. 10. 14.
한참 그런 감회에 젖어 버스를 타고 가는데 어느 변두리 한 모퉁이에서 중국 청년 대여섯 명이 우루루 올라타는 것이었다. 영화배우 뺨치게 잘 생긴 청년을 포함하여 한결같이 잘 생긴 녀석들인데 어딘지 모르게 악기가 가득해 보였다.

처음엔 무슨 약장수 그룹인가 싶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버스 안에서 떠들어대므로 처음부터 별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왜 그런지 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져 옴을 금할 수 없었다.

너무 늦게 슬금슬금 움직이는 버스여서 잠시 졸았나보다. 아까 올라탄 젊은이 떼거리들이 서서히 작업에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들었다. 나는 짙은 선글래스를 끼고 있으니 그들의 동작이나 언행을 살피기엔 안성맞춤이다.

버스 안 여기저기에 앉아 뭐라고 한참을 지껄이던 녀석들 가운데 한 녀석이 바람잡이 인 것 같았다. 우리 버스 안에 약간 모자라게 보이는 청년이 한 사람 타고 있었는데 그 사람이 콜라를 꺼내 마시는 과정에서 조금 실수를 했다. 깡통 콜라를 따는데 조금 흔들려서 액체가 앞사람에게 약간 튀었던 모양이었다.

한 녀석이 "아야"소리를 내며 크게 고함을 친다. 그리고는 뒤를 돌아보며 온갖 험악한 소리를 다 내 뱉는다. 분명히 콜라 뚜껑이 날아간 것은 아니고 액체가 튄 것이다. 그러자 실수를 한 어리버리한 사람은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사과를 하는 것 같았다.

콜라를 조금 덮어쓴 녀석이 그 사람으로부터 콜라 깡통을 달라고 해서 이리저리 살피는 것 같더니 재빨리 손에 쥐고 있던 노란색 금속덩어리를 캔 속에 집어넣는다. 그건 내가 분명히 본 사실이니 못 속인다.

"딸랑"하는 소리와 함께 노란색 금속 물체는 콜라 캔 속으로 들어갔고 캔을 이리 저리 흔들던 그녀석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크게 고함을 질렀다. 전체 상황을 짐작컨대 이런 식이다.

"어? 이 콜라 캔 속에 뭐가 있네. 아니 이게 뭐지? 야, 이것 봐라, 금 덩어리 같은데..... 이야, 요사이 이런 표시가 들어있는 캔을 발견한 사람에게는 미국 정부에서 보증하는 어마어마한 상금을 준다고 하던데......"
"이봐, 시골뜨기. 당신 오늘 땡 잡은 거야. 오늘 우리들 때문에 이거 완전히 팔자 고친 거네. 어이 친구들 이거 봐. 이 사람이 오늘 엄청난 걸 콜라 통 속에서 찾은 것 같아. "

그러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난 그 패거리들이 그 어리버리한 청년을 둘러싸고 손가락을 치켜보이기도 하고 등을 두드리고 하여튼 난리가 났다. 그 중에 한 녀석은 영어가 가득 적힌 종이를 꺼내들었는데 거기엔 독수리 문양의 문장이 그려져 있는 것 같았다. 그 서류를 꺼내든 녀석이 버스 승객에게 보이며 설명을 하고는 동의를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