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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아름다운 해안 아말피로 가자!! 2

by 깜쌤 2005. 10. 14.

 

                      <이런 기차를 타고 가서 두시간 뒤에 나폴리 역에 도착했다> 

 

 새벽 3시반에 일어나서 책을 보았다. 잠이 오지 않아서이다. 아침을 일찍 먹고 역으로 나갔다. 민박집의 음식을 담당하는 아줌마는 조선족인데 어찌어찌하여 이탈리아까지 오셨다.

 

그 분이 이탈리아까지 흘러들게 된 자세한 사연이야 우리들이 알길 없지만 이제는 거의 사라져버린 순수함과 풋풋한 인정이 묻어나는 분이어서 그저 어떻게 하든지 배낭여행 온 학생들을 잘먹여 보내려고 애를 쓰신다.

 

 아줌마의 배웅을 받으며 민박집을 출발하여 테르미니 역에 모이고 보니 우리와 함께 투어를 떠날 사람들은 한국인 손님들만 9명이다. 가이드까지 합치면 10명이 되지만 오붓한 규모여서 하루 일정이 기대가 된다. 차표는 가이드가 끊어서 가지고 있다. 타고 나서 보니 일행들이 한곳에 모여 앉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적당하게 분산되어 앉아야 했다. 

 

 아침7시 25분발 나폴리행 열차는 콤파트먼트 형식으로 되어 있었다. 손님 6명이 들어가서 마주 앉아 가도록 되어 있고 복도는 한쪽으로 붙어 있는 객차 형식이 바로 콤파트먼트이다. 

 

 

 

                                 <나폴리 역 광장. 역에서 시내쪽을 보아 왼쪽이다>

 

 이런 형식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없어서 우리가 보기엔 참 생소하기만 하지만 이런 기차를 타면 가족적인 분위기 속에서 화기애애하게 여행할 수도 있다. 콤파트먼트 형식으로 되어 있으므로 6명이 앉는 좌석이 통채로 비어있지 않으면 일행이 함께 앉아서 갈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내가 배정받아 앉은 자리엔 이탈리아 시골 부부가 탔다. 옷차림도 후즐근한데다가 남자분은 체구가 자그만해서 단번에 이탈리아 남쪽 출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바로 앞 좌석엔 체격이 좋은 이탈리아 총각이 앉았다. 어찌보면 마피아 조직원 같기도 한데 휴대전화를 받을때 보면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어 속삭이는 것으로 보아 영 못 배운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나폴리 역 앞의 택시 승강장 - 왠지 어수선한 분위기이다>

 

 노부부에게 이야기를 걸어보았는데 영어가 완전 꽝이었다. 총각도 같은 수준이었다. 간신히 어찌어찌 하다가 뜻이 통하여 차표를 보여주는데 자세히 보니까 시골 부부는 목적지가 이탈리아 최남단 시칠리 섬으로 되어 있었다. 경로 우대석 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45유로였다. 그렇다면 우리 표는 도대체 얼마나 되는 것일까를 짐작해 본다. 물론 가이드는 그걸 우리에게 보여주지 않는다.

 

나도 굳이 가이드에게 차표를 보여달라고 하지 않았다. 그도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므로 안 물어보는것이 도리이다. 하지만 가이드는 우릴 배낭여행을 처음 떠나는 신참여행객 정도로 아는 것 같다. 투어 내막은 나도 알만큼은 아는 편이다. 아무리 계산을 해 보아도 내 짐작으로는 우리가 낸 요금이 비싼 것이 사실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해외에서는 동포가 더 무서울 때가 많다.

 

 오늘 우리와 같이 투어를 즐길 청년들 가운데 일부는 유레일 패스를 가지고 있으므로  기차비는 공짜일 것이다. 유레일 패스를가지고 좌석을 미리 예약할 경우 예약비를 물어야 하지만 이런 차라면 예약없이도 탈 수 있고 그냥 빈 좌석에 앉으면 되는 것이다. 예약을 할 경우엔 좌석을 지정해주고 티켓을 주기 때문에 추가로 돈을 더 내는지 안내는지는 단번에 알 수 있다.     

 

 

 

 나폴리까지는 두시간이 걸렸다. 역에 내려서는 지하로 내려가서 폼페이로 가는 개인철도를 이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엔 없는 것이지만 이탈리아나 일본엔 개인소유의 사철(私鐵)이란 것이 있다. 나폴리 역에서 폼페이를 거쳐 소렌토로 가는 철로는 사철이다.

 

사철이어서 그런지 서비스도 조금 후지고 기차 내부와 외부는 낙서투성이며 한없이 지저분하다. 더구나 여긴 이탈리아 남부가 아닌가? 남부 사람들은 북부 사람들에 비해 덩치도 작고 지저분하고 후줄근하다. 대신 인정은 더 풍부하다.

 

이탈리아 남부는 북부에 비해 확실히 모든 면에서 처진다는 느낌이 든다. 같은 이탈리아인인데도 어떻게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다. 오죽했으면 밀라노를 중심으로 하는 북부 이탈리아 인들이 독립을 하겠다고 준비위원회까지 구성하는 것일까?

 

 북부 이탈리아 사람의 눈으로 보면 남부 이탈리아 사람들을 싸잡아서 남부 돼지라고 부를만도 하겠다. 나폴리만 해도 뒷골목으로만 가면 한없이 더럽다. 하여튼 우린 지저분하고 더러운 기차를 타고 폼페이로 향했다.

 

 

 

                     <객차 유리창에 낙서를 얼마나 해두었는지 밖이 안보일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