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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아름다운 해안 아말피로 가자!!1 - 제비 제비 제비~~

by 깜쌤 2005. 10. 13.

                     <폼페이 유적지. 멀리 보이는 산이 베수비오스 화산이다>

 

제목이 좀 황당하다. ~ 말피라니 말이다. 파김치가 되어 민박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난 뒤 우리팀 4명은 좁아 터진 방 가득히 차지한 더블베드 한구석에 둘러앉아 제비를 뽑기로 했다. 좀 웃기는 이야기지만 로마까지 와 있으면서도 우리들은 아직까지 다음 행선지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해괴한 고민거리를 하나 안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 이 8장의 종이가 보이지요? 이 종이엔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라고 쓰인 종이가 4장이고 그리스라고 쓰인 종이가 넉장입니다. 이제 한사람이 한장씩 뽑아 행선지를 결정합시다. 알다시피 우린 어떤 일이 있어도 8월 15일까지는 터키의 이스탄불에 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8월 15일에 출발하여 16일 아침에 도착하는 우리 미션팀을 터키 이스탄불에서 만날 수 있는 겁니다."

 

 우리는 이탈리아에 도착해서도 어디를 경유해서 터키를 갈 것인지에 대해 결정하지 못한 상태로 있었다. 그리스를 거쳐 터키로 가자니 동부유럽을 볼 기회를 날리게 되고 오스트리아로 해서 터키로 가자니 몇 나라를 급하게 거쳐야 하므로 차분한 여행을 하기가 어렵다는 그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었다.

 

 "알다시피 이탈리아에서 터키를 가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오스트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를 거쳐 터키로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 남부로 내려가서 브린디시에서 배를 타고 그리스로 건너간 뒤 섬을 떠돌다가 터키로 넘어가는 겁니다. 나는 그리스 본토와 에게해의 섬들은 예전에 다녀 보았지만 여러분들이 원하는대로 결정할 겁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제비를 뽑아서 나오는 대로 결정하자며 찬성을 했다.

 

"그럼 지금부터 한장씩만 골라서 쥡니다. 만약에 2대 2가 된다면 그땐 제가 한장 더 잡아서 나오는대로 갑니다. 오우케이?"

"오우케이. 좋습니다."

 

이렇게 해서 모두 한장씩을 골라 쥐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참 공교롭게도 4장을 뽑아서 펴 본 결과 양쪽을 두장씩 뽑아서 2대 2가 되었다. 이제 남은 제비 4장 가운데 내가 아무 것이나 한장을 더 뽑게 되었다. 사실 나는 은근히 그리스로 가고 싶었다. 에게해의 환상적인 섬들을 더시 보고 싶었던 것이다.

 

"자, 이제 보세요. 폅니다. 아니 이건? 으흠, 오스트리아 비엔나네....."

 

내가 다시 뽑은 한장은 오스트리아였다. 그럼 이제 우리는 북쪽으로 올라가서 오스트리아,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를 거쳐 터키로 가야하는 것이다. 그런데 큰 일이 났다. 우리가 준비한 여행 안내서에 불가리아 편이 없는 것이다. 불가리아를 아무 정보없이 헤매게 되었으니 은근히 걱정이 된다.

 

 

      

                                                    <아말피 해안 가는 길>

 

그보다 더 큰 일은 내일 당장 나폴리를 다녀와야 하게 되었다. 나폴리는 로마의 남쪽에 있으므로 그리스로 간다면 며칠 머물렀다가 이동하면 되지만 북쪽으로 결정되었으니 포기를 해야할 판이다. 그렇더라도 나폴리를 어떻게 포기할 수 있으랴? 나폴리를 가지 않으면 폼페이도 놓치고 만다. 폼페이뿐만 아니다. 소렌토도 카프리 섬도 포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 말이다.

 

팀장은 이럴때 괴롭다. 팀 멤버들이 모든 결정권을 나에게 맡긴 상태이므로 현명한 판단을 해야한다. 다시 한번 전체일정을 확인해보고 내린 결론은 투어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렇다! 하루만에 나폴리와 소렌토를 다 다녀오려면 투어밖에 없다. 돈이 왕창 깨어지는 한이 있어도 어쩔수 없이 투어 팀에 끼어들어야 했다. 그래서 우린 눈물을 머금고 거금을 들여 나폴리 투어를 신청했던 것이다.

 

 그래! 내일은 나폴리와 폼페이를 간다. 가자! 하루만에 보고 온다. 일이 그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민박집 청년이 운영하는 투어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길 신청한 것이다. 이런 프로그램은 거의 다 한국인들만 가는 것이서 부담은 없다. 대신 돈이 왕창 깨지는 것이 탈이다. 그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지만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