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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5 유럽 남동부-지중해,흑해까지(完)

로마 헤매기 16 - 콜로세움|

by 깜쌤 2005. 10. 12.

치르코 마시모에서 엉터리 시조 한 수를 읊고 방랑자로서의 첫발을 내딛은 우리들은 그 장대함에 넋이나간 상태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콜로세움을 향해 행진을 해야했다. 아침부터 줄기차게 걸었으니 이젠 몸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오늘 하루는 유난히 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에 도착하여 시내에 들어와서  민박집을 잡아두고 나와서부터 이렇게 헤매고 있으니 긴 하루임에 틀림없다. 하루일을 이만큼 늘려쓰는 나도 어지간히 구설(口舌)이 긴 사람이다. 그래 모두가 다 길다 치자. 왼쪽으로 보이는 개선문이 바로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이다. 오른편의 둥근 건물은 당연히 콜로세움이고......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앞엔 자동차를 이용한 이동 포장마차가 있었다. 햄버거 종류와 음료수 등을 팔고 있었는데 자동차를 어떻게 이렇게 개조했는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지붕을 양쪽으로 펼 수 있도록 해서 평상시에는 햇빛을 가리는 차양막으로도 쓰고 비가 오는 날은 우산 대용으로 쓴다.

 

 자동차 앞부분을 지탱하는 발을 달아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해두고 공간을 빈틈없이 아기자기하게 요모조모 채워 넣었다. 장소 또한 이만하면 명당이다.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이 만나는 지점이니 유동인구도 만만치 않다. 그래, 장사는 이런 식으로 해야한다.

 

 

   

어떤가? 너무 디자인이 멋지게 보여서 정면에서도 셔터를 눌러 보았다. 왼쪽문의 리어 미러(후면경)가 어디에 가 있는지를 보시기 바란다.

 

 

왼쪽이 포로 로마노이고  정면은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이다. 이 황제는 우리에게 상당히 친숙한 인물이다. 서기 313년 밀라노 칙령을 통해 기독교를 정식으로 공인해준 인물이어서 세계사 시험엔 단골로 등장한다.

 

 이 개선문에 대해 정말 자세히 알고 싶다면 시오노 나나미 여사가 쓴 로마인 이야기 제 13권 후반부를 자세히 읽어보시기 바란다. 여기에서는 그런 내용을 생략하고 싶다.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개선문의 모델로도 유명한 개선문이다. 

 

 

 

두 말이 필요없는 건물이다. 콜. 로. 세. 움........

 

 

기념물을 파는 노점상 할아버지도 세월을 팔고 계신다. 여기 이 동네는 모조리 세월을 팔고 세월을 파먹고 세월을 후벼파며 먹고 산다.

 

 

아예 이 박석길은 세월을 깔고 산다. 돌로 포장하는 요령은 이런 모양이다. 사각형으로 깬 돌을 일일이 땅에다 박아가는 모양이다. 오랜 세월에 닳고 닳아 반들거리기까지 한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밟았고 폼페이우스도 밟았으며 아우구스투스도, 네로도, 콘스탄티누스도 밟고 지나 갔으리라. 오도아케르도 지나갔었을 것이며 무솔리니는 자동차를 타고 넘어갔으리라.  

 

 

부루스 리로 서양인들에게 알려졌던 이소룡도 여기에서 특유의 노란색 트레이닝 복을 입고 권법자랑을 했다. 그가 남긴 불멸의  영화 용쟁호투, 맹룡과강, 당산대형, 정무문, 사망유희 가운데 한편에는 분명히 여기에서 결투를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콜. 로. 세. 움.......

 

 

당연히 여기에도 빨간색 110번 버스가 지나간다. 콜로세움 주위를 둘러싼 세월과 유장한 분위기에 압도당한 우리는 그저 입만 벌리고 사진 찍는데만 정신이 팔렸다.

 

 

승리한 글레디에이터들의 고함이, 맹수들의 포효가, 기독교인들의 신음소리가 내 귓전에 맴돌았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우리들은 해가 지는 어스름길을 걸어 우리들은 비좁아 터진 민박집을 향해 '고난의 행군'을 해야했다.

 

 자세히 말하자면 ㄱ 선생과 ㄱ 청년은 버스인지 택시인지 지하철인지를 타고 먼저 민박집으로 향하고, 절약 정신에 투철한 나와 내 꼬임에 넘어간 ㅎ 선생은 로마의 밤거리를 걸어야 했던 것이다.

 

 터벅터벅 걷다가 , 이내 타박타박 걷더니 종내 허우적허우적 대었고 마침내 골목길에서는 허둥지둥 했으며 ........ 마지막엔 휘청휘청 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