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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 원자병까지도 치료한다는 쑹두호수 - (3)

by 깜쌤 2005. 10. 11.

 백수대로 가는 길로 내려가다가 어느 시점에서 우리가 탄 차는 왼쪽 길로 들어섰다. 지금까진 아스팔트 자국이라도 군데군데 남아있는 곳도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확실한 비포장 도로이다. 길가에 펼쳐진 산과 초원의 모습을 볼 때 이 부근에 호수가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분기점 부근의 마을에서 우리가 탄 차를 세우는 티베트 아줌마가 있었다. 손에 솔잎으로 감싼 커다란 송이버섯 대여섯 개를 들고 운전기사에게 보이는 것이었다. 아마 산중에서 캔 송이버섯을 판매하기 위해 나와있었던 모양이다.

 

송이가 얼마나 비싼 음식인가? 그 비싼 송이가 중국이라고 해서 싸겠는가 마는 값을 물어보지 않고 그냥 지나온 것이 아직도 후회가 된다.


 프랑스인들과 이탈리아인들은 특수훈련 시킨 돼지들이 찾아내는 송로(松露)버섯을 먹어보는 것을 평생의 소원 정도로 여긴다지 않는가? 우리 한국 서민들은 송이버섯 요리를 맛보는 것을 소원으로 여겨야 할 만큼 이제는 비싸고 귀한 송이가 되어 버렸다. 그런 송이버섯을 그냥 냄새만 맡고 눈앞에서 내어 보내다니......


 마을을 지난 산자락 부근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차를 멈추고 사람들이 내리는데도 풀밭에 앉아 있던 야크 떼는 우릴 쳐다보지도 않는다. 이 녀석들은 완전히 외지 인간들은 무시하고 사는가보다. 하기야 예전의 우리나라 시골 소들도 그런 식이었다.


 초원에는 잎은 넓고 꽃대가 위로 쭉 뻗어서 그 끝에 노란색 꽃을 무더기로 피우는 식물들이 많았다. 운전기사에게 물어보니 그 식물에서 기름도 짜고 수유차의 원료로도 쓴다고 했다. 가까이 가서보니 보면 볼수록 예쁜 꽃이다.

 

                                                           <쑹두호수>

 

산모퉁이를 돌자 깊은 계곡을 흐르는 물줄기들이 공해에 찌든 우리 가슴까지도 시원하게 만들어주었다. 자동차들이 주차한 터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다 온 것 같았다. 샹그릴라를 출발해서 거의 두시간 가량을 타고 온 것이다.  

 

 어느새 왔는지 많은 관광버스들과 승용차들이 줄을 섰다. 우리들이 탄 차를 추월해서 달리는 차는 한 대도 볼 수가 없었는데 말이다. 15원을 주고 입장권을 끊고는 오후 한 시 반에 입구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우린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는데 중국인 청년은 그냥 들어가는 것이었다. 뭔가 뒷거래가 있는가 싶어 괜히 열 불이 솟아오른다.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면 통나무로 만든 숙박시설이 나타나고 그 너머로 자연스레 펼쳐진 산중호수가 우릴 맞는다. 그게 바로 쑹두호수이다. 호수를 관람하기도 전에 우릴 유혹하는 것은 야크 불고기 냄새이다.

 

냄새에 끌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카우보이 모자를 쓴 요리사들이 야크 고기를 숯불에 구워 팔고 있는데 냄새하나는 기막혔다. 가만히 살펴보니 한 접시에 25원이다. 주문을 하고 뒤편에 마련된 자리에 가서 앉아있으면 손님들 얼굴을 기억해둔 종업원이 가져다 주는 것이었다.

 

중국인들이 먹는 모습과 냄새로 보아서는 기막히게 맛있는 음식인 것 같지만 막상 먹어보니 지나치게 짭짤한데다가 고기가 퍽퍽하고 텁텁해서 삼키기가 힘들었다. 결국 내 혼자서 많이 먹은 셈이 되었고 변비를 모르고 살았던 나까지도 이틀 후엔 화장실에서 엄청난 고통을 맛보아야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