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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 원자병까지도 치료한다는 쑹두호수 - (4)

by 깜쌤 2005. 10. 12.

호수 가엔 노란색의 야생화들이 무리를 이루어 자리를 잡았다. 나지막한 산들이 사방을 둘렀지만 숲이 울창해서 쉽게 범접할 수 있는 걸 호수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티베트 사람들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말이나 야크를 타보기를 권했다. 자그마한 벤치를 놓아두면 좋으련만 중국 관광당국은 그런 것까지는 생각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K선생은 사진을 찍게 놓아두고 H선생과 나는 호수를 둘러보기로 했다. 오랜 세월을 버텨낸 거대한 주목 종류의 나무들이 호수를 굽어보며 선 길을 조용히 걷는 것이 얼마나 오랜만이던가?

 

 이런 체험은 터키의 볼루 지방에서 체험한 뒤로는 처음이지 싶다. 산중호수는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이런 고요함이 좋다. 몸도 마음도 자연 속에 스며들어 도시의 번잡함과 일상사의 소음에서 벗어나 인생의 의미를 고요히 생각해보는 이런 시간이 좋다. 그러기에 나는 초원을 좋아하고 울창한 숲 속으로 난 숲길 걷기를 좋아하는지 모른다.


 잠시나마 맛본 평온함도 이내 찾아온 말방울 소리에 잦아들고 만다. 말을 타고 호수를 한바퀴 둘러보는 프로그램이 있는 모양이다. 관광객들이 내는 떠들썩한 이야기와 워낭 소리에 놀란 나의 고요함은 벌써 나를 버려 두고 도망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쑹두호수는 그런 곳이었다. 크게 아름다운 곳은 아니었지만 한번은 가볼 만한 호수였던 것이다.

 


 다시 차를 타고 시내로 돌아온 우리들은 샹그릴라 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차를 세워두고 시가지 모양을 살폈다. 그냥 기사가 가자는 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우리가 보고싶고 찍고싶은 풍광들을 다 놓치고 만다. 그러므로 한번씩 세워달라고 해야한다.

 

 가는 길부터 조금 수상했던 우리 차는 기어이 돌아오는 길에 고장을 일으켜서 결국은 시내 정비센터에서 대대적인 수리를 받아야했다.


 차를 세워두고 정비센터 종업원이 시내 어디에 가서 브레이크 부속품을 사오는 둥 한바탕의 소란을 두시간에 걸쳐 피워댄 끝에 비로소 다시 차에 오를 수 있었는데 그동안에 우리는 금쪽 같은 시간을 날려보낸 것이다.

 

다음 행선지는 덕흠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의랍초원이다. 일단 시내로 들어갔다가 덕흠으로 올라가는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덕흠을 지나면 '망강'이 나오는데 거기서부터는 행정구역도 티베트로 바뀌어 버린다.

 

그러므로 티베트 여행허가증이 없는 외국 관광객이 공식적으로 돌아다닐 수 있는 마지막 지역이 바로 덕흠인 것이다.  원래는 덕흠까지를 목표로 삼았지만 K선생이 고산병 증세를 나타내므로 덕흠행 도로를 밟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할 처지이다.


 시가지를 벗어난 차는 작은 산을 넘는데 오른편을 보니까 어제 우리들이 가본 송찬림사가 나타난다. 아하, 그러니까 저 아래 보이는 이 초원들은 모두 다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 초원이 저기 "작은 종디엔"이라 불리는 지역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임을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우리 기사는 완전히 왕발이었다. 어지간한 사람은 다 아는 것 같았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눈인사를 하거나 아니면 차를 세워두고 잠시 수다를 떨었다. 참 놀라운 사람이었다. 결국 그는 목적지에 들어가는 길에 이번에는 자기 동생을 만나 차에 태워 또 수다를 떤 것이다. 하여튼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의라초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