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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 원자병까지도 치료한다는 쑹두호수 - (2)

by 깜쌤 2005. 10. 10.

                                                <터키. 파묵칼레>

 

우리가 탄 빵차의 운전기사는 티베트 장족 청년이었는데 머리를 길게 기른 낙천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이었다. 줄담배를 피워대는 것이 조금 불만스러웠지만 노래 하나는 기막히게 잘 해서 우리를 즐겁게 만들었다. 

 

                                                        <중국 황룡> 

 

터키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관광지 파묵칼레는 중국의 황룡과 닮아있다. 황룡이 황금색을 중심으로 한 놀라운 석회 무논(물 논)의 집합체라면 파묵칼레는 눈부시게 하얀 색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리라.

 

 물론 황룡은 고산지대의 첩첩산중 골짜기 속에 숨겨져 있고 파묵칼레는 너른 평원 한쪽 언덕에 자리 잡아서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다는 그런 위치상의 차이점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 샹그릴라 부근에 다시 황룡과 닮은 '백수대'라는 곳이 있다고 한다. 물론 론리 플래닛에 있는 정보를 토대로 해서 알아낸 것이지만 교통이 너무 불편한데다가 일정이 촉박하니 이번에도 가보기는 글렀다.

 

                                             <백수대>

 

여강 부근 옥룡설산 밑에도 백수대와 비슷한 곳이 있으므로 나중에 여강에 가시는 분들은 꼭 한번 들러보시기 바란다.


 우리가 탄 빵차는 백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샹그릴라 시내를 벗어나서는 언덕 위로 오르기 시작하는데 초원과 삼림이 어우러진 기막힌 경치를 감상하면서 달리게 된다.

 

 이상하게도 나는 초원만 보면 나는 맥을 못추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 내가 꽃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자그마한 야생화들이 양탄자 마냥 지천으로 깔린 그 이미지 자체가 좋기 때문이리라.

 

                                     <쑹두 호수 가는길에서 잠시.... 야크 떼가 보인다>

 

 여기 초원은 끝없이 너른 초원이 아니라 사방이 산으로 둘러 쌓인 초원이어서 숲과 초원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니까 알프스 풍경을 상상하되 사는 사람들이 다르다고만 생각하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초원 여기저기엔 티베트 사람들의 주택이 흩어져 있다. 담장과 벽이 하얀 집들도 있어서 한 폭의 그림 같다는 진부한 표현을 안 쓸 수가 없을 정도였다.


 여기에도 개발의 바람이 불어 도로를 파헤치고 건물을 새로 짓느라고 야단들이다. 백수대쪽으로 향하는 길은 공사중인데 중장비는 보이지 않고 순전히 사람들 힘에만 의존하는 방법을 택한 것 같았다. 도로 전체를 파헤쳐 놓아서 자그마한 차는 끝없이 흔들거리기만 했다.


 "저기 저 풀밭 위에 세워 놓은 나무 구조물이 뭔지 아시오?"
 "아니오. 그게 무엇인지 참 궁금했는데 좀 알려주시오."
 "저건 곡식과 건초를 말리는 건조대입니다. 일종의 선반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오늘 우리가 가는 쑹두호수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
 "어떤 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그게 말이지요...."


 미스터 쳉의 설명에 의하면 1945년 8월, 2차 세계 대전에서 패망으로 치닫고 있던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어 많은 사람들이 희생당했을 때 방사능에 오염되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은 끔찍한 원자병에 걸려 엄청난 고통을 당했다고 한다. 그건 워낙 유명한 이야기이니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원자병으로 고통받던 그들을 치료할 목적으로 일본의 관계자들이 전 세계를 돌며 탐문하다가 찾아낸 곳이 여기 쑹두호수 부근이라는 것이다.

 

쑹두호수의 진흙과 기후가 원자병을 치료하는데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환자들이 몰려들어 집단적으로 거주를 했는데 지금은 일본인들이 거의 다 사라지고 흔적만 조금 남아있다는 것이었다.

 

                         <조금 떨어져서 본 쑹두 호수>

 

 그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내가 품었던 의혹이 한가지 해소되었다. 여강에서 샹그릴라로 오는 길에 버스가 고원지대에 들어서자마자 길가에서 일본국 정부의 원조로 세웠다는 학교 건물을 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처음엔 너무나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일본 정부의 입김이 이런 오지에까지 작용하다니 하며 고개를 저었었는데 이제 이해가 된 것이다. 쳉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더욱 더 쑹두호수가 어떤 곳일까 하는 궁금증이 더해졌다.

 

세밀한 정보를 자랑하는 론리 플래닛에도 거기에 관한 정보는 없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