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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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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 원자병까지도 치료한다는 쑹두호수 - (1)

by 깜쌤 2005. 10. 9.

 "K선생! 오늘은 좀 어떻습니까?"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배낭을 꾸립시다. 오늘은 여강으로 돌아갑시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카운터에 들러 보았다. K선생의 머리가 계속 아프다고 하니 뜨거운 차라도 마시도록 하기 위해 내려가 본 것인데 카운터에는 먼지만 뽀얗게 쌓여있고 사람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없었다.

 

부엌이라고 생각되는 한쪽 구석을 보니 머리를 아주 짧게 깎은 어떤 총각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여보시오. 실례합니다. 뜨거운 물을 좀 얻으려고 하는데....."
 "그래요? 난 주인이 아니어서......."

 

그리고는 뭐라고 중국어로 안쪽을 보고 이야기를 한다. 그의 영어솜씨가 너무 유창해서 내가 놀라고 말았다. 자기는 지금 차를 빌려 샹그릴라를 떠나 한 100킬로미터쯤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난 처음에 그가 택시 운전기사라고 생각을 했다.


 뜨거운 물을 얻어와서 컵 라면을 끓여 K선생을 드리고 난 뒤 H선생과 함께 다시 내려가 서 청년을 만나보았다. 그 청년과 다시 한번 이야기를 해 본 결과 그는 중국인 대학생인데 혼자 여기 샹그릴라 지방을 여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낼 수 있었다.

 

오늘 차량을 한 대 빌려서 부근의 호수를 방문하려고 한다는 사실도 대화를 통해 비로소 알았다.


 "그러니 말이오. 나 혼자 저기 있는 차를 빌리면 돈이 비쌀 것이니 형편이 된다면 같이 빌려서 갑시다. 돈은 똑 같이 나누면 될 것 아니겠소?"
 "좋은 제안이오. 하지만 내 친구가 지금 고산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어서 우린 여강으로 내려갈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오. 당신 계획이 그렇다면 위에 있는 내 친구와 의논을 해보아야 하니 잠시 기다려 주면 좋겠소. 조금 뒤에 가부간 연락을 드리리다."

 

                                                   <쑹두 호수>


 다시 서둘러 우리 방에 와서 K선생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내일 여강으로 내려가고 오늘은 좀 힘이 들더라도 이 부근 지방을 여행해보자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더 의논을 한 끝에 일단 짐은 싸서 이 호텔에 맡겨두고 오늘은 이 부근 탐사를 하기로 했다.

 

 식빵 비슷하게 생긴 미니 봉고 비슷한 차를 빌리는 가격은 한 사람 당 50원이면 되었다. 결국 포차(包車 파오츠)를 하루 빌리는데 200원(우리 돈 3만원)이라는 이야기다.


 사람 좋은 주인 아저씨를 찾아 배낭을 맡겨둔 뒤 쳉유안(Cheung Yuan)이라는 중국 청년과 같은 차를 타게 되었다. 그는 상하이에 있는 포동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다고 자기 소개를 했는데 영어가 아주 유창한데다가 말하는 속도가 빨라 처음에는 알아듣기가 어려웠지만 조금 적응이 되니 귀가 열리기 시작했다.


 역시 중국은 무서운 나라임에 틀림없다. 상하이 대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이 정도인 것을 보면 우린 반성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만나본 배낭 여행하는 대학생들 가운데 우리나라 청년들이 미스터 쳉처럼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우린 동쪽으로 약 25km정도 떨어져 있다는 벽탑해(碧塔海 비타하이)를 가기로 희망했지만 거긴 현재 도로 공사 중이어서 가는 길이 막혀있다고 한다. 서로 의논을 한 끝에 제일 먼저 속도(屬都 쑹두)호수를 다녀와서 의랍(依拉 의라)초원을 보고 오기로 했다.

 

그러면 하루가 갈 것이라고 한다. 미스터 쳉과 오늘 일정 합의를 보고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