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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낙원 찾아 헤매기 - (8) : 티벳 파티

by 깜쌤 2005. 10. 7.

우리가 입구부근 자리에 앉자 우릴 안내해 간 아줌마가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기에 바쁘다. 우리가 자리잡은 탁자 위에 슬쩍 보아서는 미수가루 비슷한 참파를 내어왔다. 참파와 함께 그들의 전통차인 수유차를 함께 가져다 준다.

 

난 처음에 참파는 미숫가루로 착각을 하고 수유차는 막걸리인 줄로만 알았다. 빠알간 백열 전구 밑에서 보니까 그렇게 보이는 걸 어쩌랴?

 

참파는 티베트 사람들이 먹는 주요 양식(糧食)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청과맥(靑顆麥)은 우리가 흔히 쌀보리라고 알고 있는 그런 보리의 일종인데 이 보리를 볶아서 가루로 만든 것이 바로 참파이다. 그러니 내 코와 눈에는 미숫가루로 입력될 수밖에 없다.

 

 내 옆자리에 앉은 중국 처녀 총각이 참파에다가 막걸리처럼 뿌연 색깔이 나는 수유차를 부은 뒤 손으로 개어서 먹기 좋게 둥근 경단처럼 만든 다음 먹는다며 시범을 보여 준다. 그들이 하는 방법대로 경단을 만들어 먹어 보았는데 맛이 그런대로 괜찮았다.

 

 티베트 고원 지방은 기후가 건조한데다가 땅이 척박하므로 채소 농사를 짓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므로 티베트 인들은 그들에게 꼭 필요한 비타민을 섭취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야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정도로 어려우므로 그들은 차를 즐겨 마신다고 한다.

 

티베트 사람들의 일인당 차 소비량은 중국 안에서도 최고를 기록한다고 하는데 통계에 의하면 한 사람 당 1년에 약 10 kg 정도의 차를 마신다니 대단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부유층 사람들은 수유차를 마시는데 주로 손님을 접대할 때 내어온다니 우리도 그들에겐 귀한 손님인가 보다.

 

수유는 야크나 양의 젖을 바짝 졸여서 만든 일종의 티베트 스타일의 버터라고 보면 된다. 이걸 그들이 생명처럼 귀하게 여기는 차를 주전자에 넣고 물에 끓인 다음 소금을 넣은 뒤 우유와 수유를 넣어 다시 끓이면 수유차가 된다니 참 복잡하기도 하다.

 

수유차는 서기 642년 당(唐)나라의 문성공주(文成公主)가 티베트의 왕(王)이었던 송쓰엔감포(松贊干布)에게 시집와서 손님들에게 대접한 차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목축을 주로 하는 티베트 사람들은 초원에 살면서 이동하는 생활을 하므로 식사는 고기를 중심으로 하게 된다.

 

고기를 중심으로 하면서 청과면(靑顆面)을 만들어 먹고살므로 소금을 먹을 기회가 드물어 소금을 차와 함께 마시기도 한단다. 티베트 사람들이 차를 즐겨 마시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감스럽게도 겨울에 혹독한 추위가 닥치는 티베트에는 차나무가 자랄 수가 없다.

 

그러므로 티베트 사람들은 운남지방의 녹차와 사천의 모차(毛茶)를 가지고 그들만의 독특한 전차나 타차를 만들어 마신다고 한다.

 

 이야기가 좀 길어졌지만 하여튼 그런 참파와 수유차를 우리 앞에 턱 내어놓은 것이니 일단 맛이라고 좀 보아야했다. 무엇이나 다 잘먹는 나이지만 크게 입맛이 당길 정도로 맛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수유차는 조금씩 마시는 것이라고 한다. 한꺼번에 홀짝 마시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손님이 조금씩 마시면 주인 역시 조금씩 따라 준다나? 우리들에게 청과주라는 술도 내어 왔다. 나야 술을 마시지 않으므로 크게 관심을 끄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술 역시 우리의 막걸리와 비슷하다.

 

 무대 앞쪽엔 가라오케 시설이 갖추어져 있어서 마이크를 들고 누구라도 나와서 노래 부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긴 생 머리를 기른 잘 생긴 티베트 청년이 목에 흰 천이 걸고 나와서 인사를 하고 나서는 우리들에게 "야쏘 야쏘 야야쏘, 이예~~" 비슷한 소리를 발을 구름과 동시에 따라 하게 했다. 몇 번의 연습을 하고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자 본격적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