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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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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낙원 찾아 헤매기 - (7)

by 깜쌤 2005. 10. 6.

 "어떻게 좀 견딜 만 해요?"
 "머리가 너무 띵하고 무겁고..... 힘도 없어요....."     

           
 큰일이다. 오늘 도착했는데 K선생에게 이런 증상이 벌써 나타나니 앞이 캄캄해져옴을 느낀다. 고산병 증세가 나타나면 해발고도를 낮추는 것이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라고 한다. 즉 가능한 한 빨리 낮은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사람마다 다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만은 아닌 모양이지만 보통은 심할 경우 불면(不眠)이나 호흡곤란, 시력장애, 환각 등의 현상이 일어난다고 한다.


 고산병은 다른 말로 산악병 혹은 산취(山醉)라고도 한다. 높은 산에서는 기압이 내려가는 동시에 공기 속의 산소량이 감소하므로 기분이 불쾌해지고 몸이 둔기로 맞은 듯이 피로해질 뿐 아니라 두통이 생기고 청색증(靑色症)이 나타나기도 한단다.

 

그 외에도 식욕부진, 구토 등이 일어나는데 이를 무시하고 더 높은 고도로 올라가면 졸음 ·현기증 ·정신혼미 또는 정신흥분이나 감각이상이 나타나게 된다니 무서운 병이 아닐 수 없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저녁엔 티베트 장족들 민속공연에도 가야하는데..... 나도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져오며 뻐근해지는 것 같았다. 거금 50원이나 선금을 주고 예약을 해 두었으니 안 갈 수가 없다.

 

 따지고 보면 오늘 하루는 유독 긴 날 같다. 여강에서 여기까지 이동을 했고 걸어서 송찬림사를 다녀왔고 시내까지 들어갔다가 여관까지 걸어왔었다. 다시 야간에 외출을 해야하니 정말 긴 하루임에 틀림없다.


 약속한 시간이 되자 낮에 보았던 티베트 아줌마가 우리를 데리러 왔다. 결국 내가 대신 가주기로 했다. 구경하는 사람만 바뀌면 되는 것이니까 아무런 문제는 없다. K선생이 낸 요금 50원을 내가 지불하기로 하고 따라 나섰다.

 

 밖은 벌써 캄캄해져버려 어둡기만 했다. 가로등 시설이 전혀 안되어 있으므로 해만 지면 사방이 순식간에 캄캄해져 왔다. 아줌마의 서너 살 된 어린 딸이 떨어지려고 하지 않아서 같이 데리고 가기로 했다. 시어머니께 맡겨두려고 했지만 워낙 칼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거세게 나오니 어쩔 수가 없다.


 미친년 널뛰듯 한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여긴 하루에도 수십 번 날씨가 변하는 곳이다. 햇볕이 들었다가 비가 뿌리고 지나가기도 하고 그러니 길이 질퍽질퍽한 상태로 있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다. 도로라도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으면 좋으련만.....

 

아줌마가 비춰주는 손전등 빛을 따라가며 발걸음을 옮기려니 이것도 고역이다. 그렇게 고생해가며 찾아간 곳은 커다란 나무기둥이 지붕을 떠억하니 바치고 있는 거대한 큰 전통가옥이었다.

 

 입구에는 예쁜 티베트 아가씨가 눈웃음을 치며 우리 목에 기다란 흰색 스카프 같은 것을 걸어주었다. 일단 걸치고 들어오라고 한다. 2층으로 향하는 가파른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앞에 큰 자주색 문이 나오고 문지방을 넘어 들어가자 널따란 나무바닥 대청이 나왔다.

 

실내엔 스피커 시설이 되어있었고 대청 한가운데 건물을 떠받치는 큰 기둥이 있다. 대청마루를 둘러싼 사방 가장자리엔 얕은 나무탁자들이 빙 둘러있고 키 작은 나무 의자들이 배치가 되어 있어서 앉을 수 있도록 해두었다.  


 나무 탁자 위엔 화려한 문양이 든 테이블 보를 덮었으며 사방 벽은 노랑과 빨강, 초록으로 다양하게 장식을 해두었다. 분위기를 한껏 살려두었다는 느낌이 강했다. 우리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계속 들어서고 모두 자리 안내를 받아 한 모퉁이를 차지했다. 8시에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