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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장안 서안 2

by 깜쌤 2005. 10. 8.

36시간동안 정들었던 사람들과 이별하고 서안 역에 내렸다. 서안은 두 번째다. 사실 내 입장에선 다시 올 이유가 없는 도시지만 처음 중국 땅을 밟은 사람들에겐 서안이 가지는 의미가 너무나 큰 것이기에 다시 온 것이다.

 

 일단 여관을 먼저 잡아야 한다. 배낭여행자들이 모이는 여관은 워낙 빤한 것이어서 쉽게 역 앞쪽으로 발걸음이 옮겨졌다. 우리를 찍은 삐끼를 따라 가보았더니 짐작대로 상덕빈관으로 안내했다.


 상덕빈관은 서안 역을 나와 바로 보이는 북문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나타나는 빈관이다. 워낙 유명해서 배낭여행객들이 들끓는 곳 아니던가? 3인용 방에 여분의 침대를 한 개 더 놓는다는 조건으로 침대 하나 당 50원을 요구했다.

 

지하엔 30원짜리 도미토리가 있는데 햇볕이 들지 않아 음침한 느낌이 든다. 20원 차이여서 2층에 일인당 50원을 주고 머무르기로 했다. 사실 서안은 워낙 관광객이 몰리는 도시이므로 그런 가격에 방을 구하기는 어려운 곳이다.


 일단 짐을 풀고는 리셉션 카운터 뒤에 있는 인터넷 방에 가서 컴퓨터를 켰다. 카페에 접속해서 여러 가지 소식을 검색해 보고는 빠져 나왔는데 속도는 느린 편이어서 짜증이 날 정도였다. 잠시 국내 소식을 알아보고는 서안 역에 차표를 구하러 갔다.

 

 여긴 워낙 차표 구하는 것이 힘드는 곳이므로 내가 직접 가봐야 했다. 청년들만 그냥 보내서는 안심이 안 되는 곳이다. 대학 1학년인 윤구를 데리고 서안 역 매표소로 들어갔다. 극도의 혼란스러움 속에 매표 창구마다 줄이 길기만 했다.


 우리가 붙어선 줄에도 끊임없이 새치기가 이루어진다. 워낙 만만디(천천히 천천히)하게 여유를 부리는 중국인들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새치기에 대해서는 비교적 관대한 편이었다.

 

 어쩌면 오랜 독재와 사회주의 체제 속에 길들여진 결과인지도 모른다. 허지만 시간을 다투는 우리 입장에선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내 차례가 다 되어 가는데 어떤 청년이 새치기를 시도하는 것이 아닌가?


 "여보쇼! 당신 학생이지? 지금은 우리 차례야. 가서 줄 서시오."


 영어로 이야기를 했더니 이 친구는 우리가 외국인줄을 알고는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럴 때 외국인이 좋다는 걸 느낀다. 사실 엄청 불쾌했지만 너무 세게 나갈 처지가 되지 못했다. 외국에서는 현지인들과는 시비를 붙을 필요가 없다. 말도 안 통하는데 그런 일로 시비 붙으면 내만 손해 보기 때문이다.      


 창구에 간신히 다가서서 성도행 표를 달라고 메모지를 넣었더니 종이에다가 뭐라고 써서 주는데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었다. 간자가 많기 때문이다. 동쪽으로 100미터 정도를 가라는 것은 대강 이해가 되는데 나머지는 무슨 글자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워낙 사람들이 많고 복잡한 곳이므로 우리가 하염없이 매표원을 붙들고 서서 물어볼 엄두가 나질 않았다.


 줄에서 빠져나와 경찰에게 물어보았더니 100m라고 써준다. 그러고는 방향을 가리키는데 일단 그쪽으로 찾아가 보았지만 아무리 가도 매표소 같은 곳은 코빼기도 보이질 않았다.

 

 낯선 사무실에도 들어가 보고 여러 사람들을 붙들고 물어보았지만 영어가 통하질 않으니 말짱 도루묵이나 다름없다. 그러다가 어떤 사람이 메모지를 보고 나서는 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게 아닌가? 그렇다. 방향이 틀렸을 수도 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역 구내 매표소에서는 당일 표와 이틀 후의 표만 팔고 있는 것이었다. 며칠 뒤의 표는 동쪽으로 거의 300미터 정도를 가야 나오는 매표소에서 취급하고 있었다.

 

그걸 100미터 정도라고 이야기 해주는 것까지는 좋은데 방향까지 반대로 가르쳐주니 우리가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말이다. 사흘 뒤인 8월 19일 오후 1시 50분 발 성도행 차표를 구하는데 성공했다.


 "후유!"


 안도의 한숨이 다 나온다. 차표를 구했으니 이제 나머지 일정만 잘 조정하면 된다. 하여튼 중국여행에서 차표를 구하면 반은 성공한 것이나 진배없다. 이제 여기 서안에서 3일간의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오후엔 시내관광을 하고 내일은 진시황릉과 화청지 정도를 본다고 하면 모레는 화산을 갈 수 있다. 19일 오전엔 빌빌거리고 쉬다가 오후에 기차를 타면 20일 경에는 성도에 도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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