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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서안으로

by 깜쌤 2005. 10. 6.

● 서안으로

 

 오늘이 8월 15일이다. 여행 18일째이다. 사실 이 정도 여행은 별로 여행이라고 내세울 만 한 것도 아니어서 어디에다 내어놓고 이야기를 꺼낼 처지가 못된다. 이만큼 돌아다녔는데도 이상하게 집 생각은 나질 않는다.

 

더 돌아 다녀보면 좋겠지만 귀국날짜가 야금야금 다가오므로 이제는 귀국할 도시 부근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우루무치까지만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형편이 된다면 카슈가르를 거쳐 아프가니스탄을 거쳐 파키스탄으로 넘어갔다가 인도를 둘러보고 네팔로 갔다가 다시 중국의 티벳 라싸를 거쳐 성도까지 가고 그런 뒤 귀국 비행기를 타면 좋겠지만 그 꿈은 언제 이루어질지 아득하기만 하다.

 

어제 밤 8시 50분에 우루무치에서 출발하는 서안행 T194열차도 시설은 좋은 편이었다. 난주에서 올라올 때처럼 경와 중하포를 배정 받았다. 서안까지는 약 36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그러니 기차에서 두 밤을 지새워야 된다는 이야기다. 요금은 중국 돈 434원이니 우리 돈으로 치자면 약 65,000원이나 되는 거금이다.

 

 기차에 올라탄 순간부터는 누워서 딩굴면 된다. 일행들과 이야기하다가 지치면 자면 되고 때되면 먹으면 되고, 딩굴딩굴 굴러나 보자는 심산으로 기차를 탔으니 이것도 꽤나 괜찮은 일정인 셈이다. 하지만 아까운 이틀을 이렇게 보내야하니 아쉽기도 하다.

 

새로운 곳으로 가면 좋으련만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는 것이니 약간은 심심하게 생겼다. 우리 부근에는 인민해방군 병사, 그리고 중국아가씨들이 인근에 자리잡아서 어쩌면 꽤 괜찮은 일이 벌어질 것도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니 기차는 가욕관 부근을 달리고 있었다. 투루판, 합밀, 돈황역 등을 지나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오른쪽으로는 기련산맥의 연봉들이 눈을 이고 줄지어 서있고 사막엔 햇살이 강력하게 내리쪼였다.

 

 자연스레 부근 사람들과 대화가 시작되었는데 밤새도록 떠들던 3층의 인민해방군 총각은 서안까지 가고 통통한 얼굴에 앳된 표정의 아가씨도 서안에, 인민해방군과 재잘거리던 아가씨는 홍콩부근의 광동까지 가고 눈이 찢어진 아저씨는 모택동의 고향인 장사까지 간다고 한다.

 

우와! 참 일단 나라는 넓고 크고 볼 일이다. 간다는 고향이나 목적지가 하나같이 며칠씩 걸려야 도착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니 기가 질려버린다. 우린 좁은 땅 안에서 톡탁거리는데 넓은 땅을 기반으로 하여 사는 이들 중국인들은 거리 관념자체가 우리와는 완전히 다르다.

 

 기차도 이틀 정도 타는 것은 애들 장난 정도로 알고 있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필담으로 어설픈 영어로 나누면서 차창 밖으로 눈을 돌리니 가욕관 성채 옆으로 기차가 달리고 있었다. 다시 한번 더 봐도 감회가 새로운 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