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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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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낙원 찾아 헤매기 - (5)

by 깜쌤 2005. 10. 4.

뷰포인트(=관람하기 아주 좋은 최적의 장소)를 지나 송찬림사로 걸어가는 길목에 있는 티베트 사람들의 가옥을 두른 담장 위엔 온갖 꽃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코스모스가 피어 있는가 하면 파란 이끼가 가득하기도 했고 내가 좋아하는 야생화도 있었다.

 

 집 벽들은 하나같이 아래는 두텁고 위로 올라갈수록 가늘어지되 안쪽으로 비스듬한 느낌을 주어 안정감이 있었다. 송찬림사는 언덕 위에 우뚝 솟아 올라있는데다가 절 주위엔 흰색 벽을 가진 납닥한 집들이 가득 붙어 있어서 스페인 요새를 연상시켰다.


 절 입구엔 중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기념품 가게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버스를 타고 먼저 오신 K, H선생이 만면에 환한 웃음을 띄고 나를 반겨 주셨다.


 "아니 안 들어가셨습니까?"
 "같이 가려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미안해 질 수가 있나? 약 한시간 가량이나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니.....  입장권을 끊어 들어가는데 절 입구에 산딸기를 파는 소녀가 눈에 띄었다. 종이컵에 산딸기를 담아 1원씩을 받고 판다. 어렸을 때 동네 부근 야산에 올라가 산딸기를 따먹던 생각이 나서 한 컵을 샀다. 산딸기 맛은 중국이나 우리나 비슷한 것 같았다.

 


 본당으로 향하는 계단을 따라 오르면서 보니 고산병 증세를 일으킨 아줌마가 보였다. 한 분은 얼굴이 완전히 백짓장처럼 하얀 색으로 창백하게 변한 상태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또 그 옆엔 코피를 쏟는 사람이 계단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일행인 듯한 사람들이 근심스런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지만 우리가 아무런 도움이 못되니 마음만 안타깝다.  

 

티베트 불교 사원들은 창문이 적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실내에 들어서면 캄캄해져서 앞을 잘 볼 수 없다. 첫 번째로 들어간 방도 벽에 어마어마한 지옥도가 세밀하게 그려져 있지만 조명이 흐리니 잘 살펴볼 수가 없다.

 

시주함엔 돈이 그득했는데 어느 누구하나 탐하는 눈빛이 없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리고 가만히 살펴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무리 지어서 몰려다니며 설명을 듣기도 했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자세한 안내설명을 해줄 리가 없으니 궁금증만 더해간다. 그 캄캄한 불당 안에 향까지 피워대니 매캐한 향내에 취하고 수많은 인파들이 떨어뜨려 놓는 먼지에 취해서 숨이 막혀온다.

 

 빨리 나가고 싶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꾸역꾸역 밀려드니 빠져나가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이러다가 지진이라도 일어나거나 불이라도 난다면 꼼짝없이 객사할 처지이다.

 

 밖으로 나오니 비까지 추적추적 내려 나그네로 하여금 씁쓸한 감회에 젖게 만든다. 잠시 지나가는 비이지만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져 옴은 어인 까닭인지 모른다. 초원과 이득하게 높은 산봉우리들 때문이지 싶다.

 

비기 긋기를 기다렸다가 여기저기 둘러보고 나서는 절을 나오고 말았다. 돌아올 때는 버스를 타기로 의견의 일치를 보아 3번 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온다. 그런데 이 버스 안의 시스템이 희한해서 내 평생 처음 보는 모습을 찾아내고야 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