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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낙원 찾아 헤매기 - (6)

by 깜쌤 2005. 10. 5.

다소곳한 자세로 차창 밖을 살피던 소녀가 있었다. 머리를 양쪽으로 땋아 내렸는데 뺨이 발갛게 익어버렸어도 예쁘기만 했다. 가녀린 손을 가진 소녀가 헝겊으로 만든 자그마한 돈지갑에서 1원짜리 중국 돈을 꺼내 헤아려보더니 흡족한 표정으로 어머니께 자랑을 해 보였다. 티베트 말이어서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이런 대화가 아니었을까?


 "엄마! 오늘은 딸기 판돈이 제법 쏠쏠했네요. 매일 매일이 오늘만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얘야, 매일 그렇게 많이 팔 수는 없는 것이란다. 안 팔리는 날도 있단다."
 "그런데 엄마, 저기 저 얼굴 까만 아저씨하고 같이 있는 사람들 있지? 저 사람들 아까 내 산딸기 산 사람들 맞아요. 송찬림사에서 본 사람 맞아요."
 "남의 얼굴을 그렇게 빤히 보는 게 아니다. 더구나 외국인 같은데...."


 소녀는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소녀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버렸다. 버스 터미널 부근에서 그들 모녀는 내렸는데 버스 유리창에는 이런 글씨가 한자로 적혀 있는 게 보였다. "감히 그대에게 청하노니 차비는 알아서 좋은 대로 차장에게 전해주기 바랍니다."


 그 글귀가 너무나 선명하게 가슴에 와 닿아서 그들 모녀가 하는 대로 가만히 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 모녀는 그냥 돈을 꺼내서는 주위 사람에게 돈을 맡겨버리고 내리는 것이었다.

 

부탁 받은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눈짓을 하며 돈 전달해주기를 부탁하고..... 그렇게 하여 차비는 운전기사 옆에 앉아 잡담을 하고 있는 차장에게 전달되었는데 차장 또한 그냥 받아서 힐끗 곁눈으로 돈을 쳐다보는 것 같더니 자세히 확인도 하지 않고 주머니 속에 넣어버리는 것이었다.

 

 필리핀에는 '지프니'라는 차가 있다. 우리나라 승용차나 지프 정도 크기의 차를 개조하여 만든 승용차들인데 뒤가 툭 터져 있어서 차 뒤편으로 올라타고 내리는 것이 가능한 차이다. 거기도 역시 뒤로 내리는 사람들이 돈을 제일 앞자리에 앉아있는 운전기사에게 전달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내는 것이므로 누가 속이거나 슬쩍할 형편이 못되는 것이다. 터키의 시골에서도 그런 방법을 쓰는 곳이 있었지만 그건 차안이 엄청 복잡해서 차장이 직접 돈을 받으러 다니지 못할 때나 쓰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여기 샹그릴라 지방에서는 차 문에 그렇게 써두었다. 돈이 없을 경우는 그냥 내려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한족이라면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중국 한족들이 이 글을 보면 기분 나빠하겠지만 돈에 밝은 그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이런 방식은 선량한 장족이므로 가능한 일이지 싶다.

 

하지만 장족이라고 해서 다 착한 것은 아닌 줄 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남을 믿고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말이다. 그러므로 여긴 "이상향(理想鄕) 샹그릴라"라는 말을 듣기에 부족하지 않은 곳이지 싶다.


 인터넷으로 집에 소식을 전하지 못한지가 오래 되었으므로 시내까지 들어가서 인터넷 카페를 찾았지만 찾지 못하고 여관까지 걸어오게 되었다. K선생은 고산병 증세로 힘들어하는 하면서도 우리를 위해 애써 참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여관에 돌아와서는 기어이 늘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