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포도의 도시 투루판 - (13) 포도구에서 포도 먹기

by 깜쌤 2005. 10. 4.

포도구(葡萄溝)는 이름그대로 포도의 골짜기이다. 과일의 당도는 햇빛의 양에 비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햇살이 풍부한 곳에서는 과일 맛이 좋다. 그건 내 경험상으로도 맞는 말인 것 같았다.

 

황량하기 그지없는 사막 한가운데 자리잡은 포도구는 폭이 좁은 골짜기이다. 그러나 거기엔 물이 넘쳐난다. 그러므로 예전부터 거기에다 포도를 재배해왔다. 투루판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한번 방문하기를 원하는 유명장소여서 그런지 입구부터가 범상치 않다.

 

내가 보기에는 인조석 같은데 인공으로 만든 작은 절벽에다가 포도구라는 글자를 새기고 폭포수를 흐르게 하여 분위기를 뽐냈다. 입구 주차장에는 많은 관광버스가 주차를 위해 분주히 오간다.


 입구를 들어서면 길마다 포도 넝쿨이 하늘을 가렸다. 길은 포도 넝쿨 아래로만 연결된다. 포도 넝쿨 사이사이로 공연장을 만들어두기도 하고 가게가 자리잡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더 안으로 들어서면 포도넝쿨 뿐이다.

 

관광객들은 아무 곳에나 함부로 들어가 볼 수 없고 허가된 출입가능구역으로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넝쿨마다 포도가 주렁주렁 열려 있지만 따먹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었다. 함부로 따다가 걸리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비닐 봉지에 포도를 듬뿍 담아오고 있는 게 아닌가?


 포도구에서 포도를 실컷 먹어보지 못한다면 어디에서 먹는단 말인가? 알고 보니 추가 요금을 내고 양껏 따먹을 수 있는 구역이 있었다. 1인당 10원을 더 내면 허가된 구역 안에 들어가서 양껏 따먹고, 나올 때 덤으로 1Kg까지 가지고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입장료로 거금 20원을 냈다. 그런데 그 포도에 눈이 멀어서 거금 10원을 내어야 한다는 말인가?


 "##%%야! 네가 대표로 들어가라. 덩치도 크니까 우선 실컷 따먹고 그런 다음엔 큰 키를 이용해서 엄청 따오기 바란다."

 "알았습니데이. 기다리시소."


K군은 의기양양하게 안으로 들어갔고 우리는 그가 따올 맛있는 포도를 생각하며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 기다리는 시간에 참으로 다양한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개를 하자면 이렇다. 

 

 첫째, 중국인들끼리 열내고 싸우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입장요금으로 20원이나 내고 들어왔는데 또 10원을 받고 포도를 따먹게 하는 것은 무슨 경우냐 하는 것이 싸움의 원인이었다.

 

두 번째는 일본인과 결혼한 조선족 여자를 만났다는 것이다. 상당히 재능이 넘치는 유능한 여인 같았다. 남편, 친정어머니와 함께 여행 중이었는데  경제적으로 풍족한 광동(중국 남부 홍콩 인근 지역)에 산다는 것이다. 영어와 한국어 중국어를 잘하는 엘리트 여성 같았다.

 

세 번째는 한국에서 단체로 관광 온 중국어 선생님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중국어 선생님들 같으면 얼마든지 혼자서 여행이 가능할 것 같았는데 단체로 오셨다니 처음엔 어리둥절했었다. 알고 보니 어학 연수 기간 내에 실제 실습을 겸해 오셨다고 한다. 그러니 자동적으로 단체가 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호국 깽깽이가 중심이 된 한바탕의 풍악 소리에 끌려 잠시 가보니 일인(1人) 악사가 연주를 하는 가운데 신나는 춤판을 벌이고 있었다. 음악과 춤에 취해 있다가 원래 자리로 돌아와 보니 우리의 호프 ##%%군이 비닐 봉지 두 군데에다가 엄청나게 많은 포도를 담아 나오고 있었다. 시비는 여기서부터 벌어지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