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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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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낙원 찾아 헤매기 - (4)

by 깜쌤 2005. 10. 3.

 두 분은 버스를 타고 가고 난 걸어가기로 했다. 걸으면 한시간 정도 걸릴 거리쯤 되리라. 워낙 공기가 맑은 곳이므로 빤히 보이는 곳이라고 해도 상당히 멀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내몽고의 대초원에서 경험했으므로 결코 만만치 않은 거리일 것 같다.

 

K선생은 머리가 아프다고  하시면서도 '샹글릴라까지 왔으니 힘들어도 가 보시겠다고 나섰다. 이럴땐 내가 참 미안해지고 만다.


 길눈이 많이 어두운 나인지라 방향만 잡고 찾아가기엔 무리가 있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송찬림사로 가는 도로를 찾아 빨리 걸어 가본다. 고원지대이긴 해도 여름이므로 낮에는 햇살이 따가웠다. 그래도 옷을 두껍게 입어야했다. 유달리 추위에 약한 나 자신인지라 얇게 입으면 단번에 오한이 들면서 몸이 떨리는 현상이 생긴다.


 절로 가는 길가에 티베트 문화연구소 비슷한 건물이 있어서 무작정 들어가 보았다. 워낙 땅이 넓고 인구가 적은 지방이어서 그런지 건물들마다 터가 넓고 크다. 여기 티베트 사람들의 가옥은 벽이 두껍다.

 

 마치 거대한 요새처럼 담을 높고 크게, 그러면서도 두텁게 쌓아두었다. 마당에 들어서니 장오를 닮은 개들이 죽 늘어서 있는데 하나같이 기골이 장대한 녀석들이었다.


 "장오"란 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생긴 모습이 사자를 닮은 데다가 수컷은 갈기까지 멋있게 뻗쳐있어서 늑대와 싸워 이기는 개라고 알려져 있다. 어릴 때 읽어본 왕오천축국전에는 그와 비슷한 개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았다. 장오는 중국 토종개로써 인터넷 자료에 의하면 개 한 마리의 값이 한 7억 원쯤 한다니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하여튼 장오를 닮은 녀석들이 나를 보고는 모조리 짖기 시작하는데 울음소리조차도 나지막한 저음으로 컹컹 짖으니 어찌 분위기가 공포스럽게 변하고 만다. 하지만 하나같이 다 묶여있는 녀석들이어서 안심하고 들어설 수 있었다. 전시관에 들어섰더니 컴컴했는데 예쁜 티베트 아가씨들이 우리말로 인사를 해서 한번 더 놀라고 말았다.


 한쪽에는 여러 가지 티베트 약재를 전시해 두기도 했는데 민속공예품도 꽤 많았다. 2층에 올라가니 온갖 칼들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가격은 크게 비싼 것이 아니어서 하나쯤은 구하고 싶었지만 세관을 통과할 자신이 없어서 구경만 하는 것으로 끝내야 했다.

 

어떤 검들은 장식이 훌륭해서 한번 잡아보고 싶었는데 내 마음을 알아차린 아가씨가 들어보게 해서 내 평생 처음으로 대형 칼을 손에 잡아 보았다.


 아가씨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슬금슬금 걷다보니 드디어 송찬림사로 가는 언덕길을 오르게 되었다. 산기슭에는 황토 담을 쌓듯이 담을 쳐 놓은 것이 이색적이다. 출입을 금지하는 것으로 보아 성스런 장소임을 나타내는 것인가 싶다.

 

      <송찬림사는 사진의 왼쪽 산자락에 있다. 이 사진에서는 나타나 있지 않다>

 

산엔 나무가 거의 없고 잔디 비슷한 키 작은 풀들로만 덮여있어서 초원 분위기를 나타낸다. 언덕길에 올라서서 샹그릴라 시내를 바라보았다. 아직까지는 시가지의 짜임이 엉성하기만 하다.

 

언덕을 넘어서자 아까 시내 호텔에서 보았던 송찬림사가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는데 산밑에 버티고 서서 손짓을 하며 부르는 듯 하다. 하여튼 묘한 매력을 주는 사원임에는 틀림없다.


 바싹 마른 풀 무더기로 무장한 산을 배경으로 하여 흰 벽을 성채처럼 거느리고 우뚝 솟은 송찬림사는 마치 티베트 라사에 있는 포탈라 궁-사진과 영상으로만 보아서 항상 가보고 싶어하는-을 닮았다.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만 해도 대단한 위용을 거느린 티베트 불교 사원이다. 송찬림사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지점에는 티베트 여자들이 칸막이를 해두고 입장료로 1원을 받는다.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지점이니 이는 사진을 찍기에도 가장 좋은 장소라는 말이 된다. 이 사람들도 드디어 돈독이 오른 모양이다. 티베트 사람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순진하다고만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여기까지 온 김에 1원을 내고 들어가서 사진을 찍었는데 티베트 꼬마중이 나를 가까이에서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귀찮게 따라다니니 불쾌감을 느낄 정도가 되어버려 기분을 잡치고 만다. 애써 무시를 하고 돌아서지만 기분이 영 찜찜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