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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낙원 찾아 헤매기 - (3)

by 깜쌤 2005. 10. 1.

짐을 정리하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 본 나는 놀라고 말았다. 비록 싸구려 냄새가 폴폴 날리긴 했지만 바닥엔 붉은 색 카펫이 깔렸고, 한쪽 구석엔 4명이 즐길 수 있도록 마작 판을 준비해 놓은 데다가 안락의자에 티브이까지 있으니 살 판이 나도 단단히 난 셈이다.

 

거기다가 다시 한쪽 모퉁이엔 별실이 붙어있는데 그쪽에는 트윈베드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으니 이런 호사가 어디 있으랴 싶다. 그뿐이랴? 이모든 시설이 다 새것이어서 기분이 상큼 깔끔하도록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여기가 어디냐? 내가 그렇게 오고 싶어하고 가고 싶어했고 지금도 그리워하는 샹그릴라가 아닌가?  


 거기다가 복도 쪽 창문에 붙어 서서 보면 종디엔 지방에 거주하는 티베트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인 '감단송찬림사'가 초원 끝자락 저 산밑에 떡 버티고 선 모습을 보여주니 이런 행운이  있는가 싶어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샤워실에서도 따뜻한 물이 나오는데 유감스럽게도 물이 흐리다는 것이다. 여긴 수도 사정과 식수사정이 안 좋은 모양이다.    

   

피로를 씻어내기 위해 샤워를 하고 나오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보니 어설픈 영어로 말을 걸어오는 아주머니가 있었다. 뺨이 발갛게 익어버린 티베트 아줌마였다. 처음엔 새색시처럼 보였지만 머리모양이나 행동이 이제 갓 새댁이 된 신부라는 느낌이 들었다.


 "들어가도 되나요?"
 "예, 들어오세요."


 그녀의 영어실력은 간단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정도였으므로 그 다음부턴 필담으로 하기로 했다.


 "티베트 사람들 파티 구경 가세요?"
 "예? 파티요? 아줌마가 우릴 파티에 초대해요?"
 "예!"


 그럴 리가 있나? 이 먹고살기 힘든 시대에 여관 4층에 묵고 있는 외국인에게 일부러 찾아와 자기 민족 파티에 초대한다? 이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에게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로만 들린다.


 "물론 돈은 받겠지요?"
 "예. 다른 사람은 70원도 받지만 특별히 50원에 해 드릴께요."


 더 이야기를 나누어 본 결과 이 아줌마의 이야기인즉 이렇다. '이 부근에 티베트 전통 민속공연장이 있다. 공연은 밤에 있는데 요금은 50원이고 차와 술이 대접되며 공연 팀과 함께 즐겁게 시간을 보낼 있다.....'

 

                                            <송찬림사 앞에서 만난 장족 소녀들>

 

그럼 그렇지. 그러니까 이 아줌마는 모집책이고 인원동원 책임담당이며 소개꾼이다. 그리고 자기는 약간의 소개비를 먹거나 아니면 그 공연 팀의 멤버일 것이다. 난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50원이면 너무 비싼 돈 아닌가? 일행도 조금 떨떠름했지만 다행히 두 분이 보시겠다고 나서서 미리 예약을 했다.


 "그런데 아줌마. 문제는 우리가 그 극장의 위치를 모른다는 것이오."
 "염려 마세요. 이따가 데리러 올 겁니다. 그리고 끝난 뒤에는 여기까지 모셔 줍니다."


우와, 차로 데려다준다고? 그러나 모든 것을 너무 우리 기준으로 지레짐작하지 말기 바란다. 그녀는 차 이야기는 꺼낸 적도 없다.


 "오케이, 아줌마. 조오기 보이는 송찬린쓰(송찬림사)가려고 하는데 가는 버스 있어요?"
 "예. 3번 버스 타시면 되요."          


 그리하여 우리들은 송찬림사를 가기로 하고 배낭을 매고 나섰는데, 갑자기 K선생이 머리가 너무 아프다며 두통이 있음을 호소해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하, 고산병 증세가 드디어 나타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가슴이 철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