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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포도의 도시 투루판 - (11) 지하수로

by 깜쌤 2005. 10. 1.

 당나라 시대 때는 이 곳에 토번인 들이 살았는데 나중 13세기 중엽 몽고귀족의 반란 전쟁 중에 불타서 파괴되었다고 한다. 성문 2개 가운데 남쪽 문은 거의 파손된 상태이지만 동문은 그런 대로 제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보존이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다. 동문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절벽 높이가 만만치 않았다. 성내에는 다양한 모습의 황토로 이루어진 건축유적이 널려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남문에서 길이 약350m, 넓이10m의 도로가 성 중심으로 통과해 북쪽에 자리잡은 큰 불교사원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폐허로 변해 무너져 내린 황토더미에 올라서면 오른쪽으로는 천산 산맥이 자리를 잡았고 왼쪽으로는 저 멀리 풀 한 포기조차 없어 극도로 황량해 보이는 벌거벗은 민둥산들이 줄지어 뻗어있다. 벽면에 규칙적으로 구멍이 숭숭 뚫린 집들이 여기저기 자리를 잡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모두 건포도를 만드는 포도 건조장이었다. 


 세월의 무상함이 서려있는 교하고성의 모습은 쓸쓸하다못해 극도의 비장감을 안겨준다. 만약 보름달이 떠오르는 달밤에 여기를 방문한다면 느끼는 감회는 처절하지 싶었다. 땀을 흘리며 여기저기 둘러보던 우리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남문으로 나오고 만다.

 

남문 부근에는 많은 기념품 가게들이 자리잡고 있다. 나는 거기에서 옥(玉)잔을 하나 샀다. 푸른색이 감도는 한 덩어리로 된 옥인데 중앙을 파서 잔으로 만들었고 가에는 얇은 금속 테를 두르고 그 테엔 용을 새겨 넣은 것이다.

 

아마 어느 고귀한 신분의 귀족이나 예쁜 이국의 아가씨가 사용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시대 것인지는 정확하게 구별할 길이 없지만 이것도 내 수집품 중에 하나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지하수로를 만드는 모습을 전시해둔 곳에서......>

 

 다시 택시를 타고 지하수로인 카얼징을 보러 갔다. 저번에 이란을 갔을 때 버스를 타고 달리며 황량한 사막지대에서 지하수로인 카레즈의 구멍을 본 적이 있지만 이제 직접 들어가 보는 것은 처음이 된다. 이건 정말 내 평생에 가장 해보고 싶었던 체험가운데 하나이다.


 카얼징은 만리장성, 대운하와 함께 중국 고대사의 3대 공사에 속한다고 한다. 지하수로란 도대체 뭘 말하는 것일까?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사막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것일까? 그냥 생각하면 있을 방법이 없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수녀원을 나오는 마리아는 이런 말을 한다.


"하나님께서는 한쪽 문을 닫으시면 다른 한쪽 창문을 열어두신다."


 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막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오아시스가 아니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사막이라면 헤쳐나갈 길이 있는 법이다.

 

우리가 헤매고 다니는 여기 실크로드 영역만 하더라도 기련산맥과 천산산맥이 이어가며 양쪽으로 둘러싸고 있다. 더구나 이 두 산맥은 모두 눈으로 덮인 산봉우리들을 가지고 있다는 기막힌 혜택을 누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