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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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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 샹그릴라를 찾아서 - (8)

by 깜쌤 2005. 9. 28.

 그 나무 구조물은 세로로 몇 개의 기둥을 세운 뒤 가로로 층 층을 구별하는 긴 막대를 걸어서 일종의 방책처럼 만들어두었는데 너른 초원 여기저기에 점점이 흩어진 집 부근에 하나씩 세워져 있다는 게 신기하게 여겨졌다. 분명 빨래대는 아니다. 통나무를 깎아서 세워둔 것으로 보아 무엇을 널도록 된 것이다.

 

적의 침략을 막기 위한 수비시설이 아닌 것은 더더욱 확실하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확인해 본 결과 그건 건초와 곡식 단을 널기 위한 선반(=시렁)구실을 하는 것이었다.

 

 초원이라는 곳이 우선 보기엔 좋지만 겨울을 나기에는 인간이나 짐승들에게 너무 혹독한 조건을 갖춘 곳이다. 여기만 해도 해발고도가 3000미터가 넘는다. 위도가 아무리 남쪽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11월이 되면 눈이 내릴 것이다.

 

가축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겨울나기 용 건초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겨울을 넘기기 위한 건초가 없으면 사료를 먹여야 하는데 티베트 사람들의 경제력으로 볼 때 사료를 먹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므로 건초를 말리기 위해서도 저런 건조대가 필요할 것이다.


 곤명에서 티베트로 가는 길인 214번 공로(公路)는 포장상태가 그런 대로 좋아서 차가 다닐 만 했다. 앞으로만 달릴 줄 알던 버스가 드디어 잠시 서게 되었는데 휴식시간으로 10분을 준다고 해서 내리게 되었다. 도로 가엔 상점들이 몇 개 붙어 서 있었다.

 

 한쪽을 보니 티베트 사람들이 둘러앉아서 야크를 잡고 있는 게 아닌가? 이런 구경거리가 다 있나 싶어서 슬금슬금 다가서 보았다. 도로변에서 그냥 칼로 야크를 잡고 있었는데 멱을 따지도 않고 머리를 붙여놓은 상태로 각을 뜨고 있었다.


 참으로 놀랍게도 피 한 방울조차 밖으로 흘리지 않는다. 몽골 사람들과 중동 사람들은 양이나 소를 잡을 때 완벽하게 분해작업을 한다고 들었는데 그런 현장을 직접 보게 된 것이니 횡재나 다름없지만 버스시간 때문에 끝까지 지켜보지 못한 것이 종내 아쉽기만 하다.

 

 그렇게 잡은 야크 꼬리로 만든 거대한 붓(혹은 솔?)이 가게 앞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는데 하나 사야지 하면서도 끝내 못 사고 왔으니 그것도 후회스럽기만 하다. 다행히 내 뒤에 앉아 계속하여 담배를 피워대고 줄기차게 침을 탁탁 뱉던 티베트 사내가 여기에서 내렸다는 것이 복이라면 복이었다.


 지도를 보니 이 부근이 바로 소중전(little Shangri-la)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목적지인 샹그릴라 시가 이제 가깝다는 말이 된다. 그러다가 드디어 한시간 쯤 뒤에 초원 속에 하얗게 묻어있는 도시하나를 찾았는데 거기가 바로 꿈의 도시이자 환상의 도시인 샹그릴라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