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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낙원 찾아 헤매기 - (1)

by 깜쌤 2005. 9. 29.

                                               <샹그릴라 시 교외에서>

     
 샹그릴라시는 리장(여강)에서 서북쪽으로 약 200킬로미터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시가 위치한 곳의 해발고도가 3200미터 정도이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백두산 꼭대기보다도 약 500미터 정도 위에 자리잡은 도시라고 생각하면 거의 틀림이 없다.

 

 이 정도의 해발고도라면 고산병 증세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건강에 자신이 없거나 심장이 약한 분이라면 어느 정도의 고생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


 원래 이 도시는 티베트 사람들에게는 "겔탕" 혹은 "걀탕"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왔었지만 새로운 통치자들인 중국 한족들이 "중덴(혹은 종디엔)"정도로 부르다가 자기들 마음대로 "샹그릴라"로 개명한 곳이다.

 

앞에서 누누이 이야기한대로 제임스 힐튼의 원작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 나오는 낙원 샹그릴라의 무대도시로 알려지면서 한창 개발붐이 부는 곳이기도 하다.


 티베트 지방은 중국 정부 당국으로부터 합법적인 여행허가를 받아야만 배낭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티베트인들은 자기들의 조상이 대대로 살아온 영토 위에 자기들만의 독립국가 건설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티베트 땅을 강제로 점령을 하고 있으면서 그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탄압하고 있는 중이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자 중국 정부에서는 아예 외국인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나서는 것이다. 운남성에서 티베트인들의 정신적 중심지인 포탈라 궁전이 있는 "라사"까지 가는 길은 지금 우리가 거쳐가는 이 길이 가장 빠르고 안전한 통로로 알려져 있다.

 

 샹그릴라에서 다시 북서쪽으로 170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덕흠(=더친)"을 넘어서면 이내 티베트 영토가 되므로 외국인들이 중국 당국의 허가 없이 자유로이 여행 할 수 있는 티베트 마을은 "덕흠"이 마지막인 셈이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덕흠까지 가보기를 원했기에 여기까지 온 것이다. 곤명, 대리, 여강, 샹그릴라, 덕흠을 거쳐 라사까지 가 볼 날이 언젠가는 꼭 열리기를 기원해 본다.

 

샹그릴라에서 샹청이란 도시를 거쳐 한 일주일간을 털털거리는 버스를 타고 촉 지방의 중심도시인 성도까지 나가는 여행도 환상적이라는 여행자들의 보고가 있으므로 그쪽으로 나가는 체험도 한번 해보고 싶지만 그것은 다음 기회로 미뤄두어야겠다.

 


 하여튼 우린 샹그릴라에 무사히 도착한 것이다. 여강을 떠난지 다섯시간 만이다. 여긴 하늘이 더욱 더 높고 푸르다. 낙양이나 서안, 정주 같은 중국 내륙 지방의 도시에서는 하늘자체를 보기가 어려웠지만 여긴 하늘이 높고 푸르니 일단 가슴이 탁 트인다.

 

 거기다가 저 멀리 사방엔 높은 산들이요 그 가운데로 웅대한 초원이 맘껏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니던가? 내가 기마 민족의 후예라면 말 잔등에라도 올라타고 너른 초원을 한바탕 휘젓고 다니련만 그렇질 못하니 그런 희망은 한바탕의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가 보다.


 샹그릴라 시를 가로지르는 중심 도로변을 따라 촌스런 건물이 늘어서 있다. 중심가에는 거대한 시멘트 덩어리 빌딩들이 들어서 있어서 낙원에 대한 분위기를 망쳐놓는다. 하지만 변두리에는 아직도 티베트 사람들의 집들이 군데군데 있어서 조금은 다행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배낭을 매고 내리니 비로소 허기를 느낀다. 그러고 보니 우린 아직까지 거의 아무것도 입에 넣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뭘 좀 먹어야겠다 싶어 음식점을 찾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