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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 샹그릴라를 찾아서 - (7)

by 깜쌤 2005. 9. 27.


우리가 탄 버스는 일단 리지앙 시를 벗어 나와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강원도 한계령 고개도 크고 유명하다지만 여기 고개들은 훨씬 규모가 큰 것 같다. 이리저리 산을 감돌며 비탈을 오르던 버스는 어느덧 정상에 닿는데 꼭대기에서 밑을 내려다보면 까마득하기만 하다.

 

 리지앙을 벗어나서는 길가의 풍경들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한다. 리지앙 시 교외에는 5000미터가 넘는 옥룡설산이 자리잡고 있는데 버스는 그 주위를 감돌아나가는 것이므로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 쪽은 소수민족들의 고향이 아니던가?

 

 그러니 버스에서 보는 경관 하나 하나가 이국적인 것이 당연하고 자연은 웅장하기만 하니 덩달아 분위기도 서서히 변할 수밖에 없다.

 


                                                         <금사강의 위용>


 트래킹 코스로 유명한 호도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는 양자강의 상류인 금사강을 만날 수 있다. 붉은 강물이 거대한 골짜기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모습이 압권이다. 창 밖 경치 하나는 일품이므로 꾸벅꾸벅 졸고 간다면 여행자 자신이 손해를 볼뿐이다.

 

계곡으로 들어선 버스는 가파른 절벽 밑을 한없이 달리다가 드디어 험한 산을 오르게 되었다. 도저히 길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절벽 밑을 따라 딱 붙어서 엔진을 헐떡이며 고도를 높여 가는데 창 밖으로 아래를 보면 수직 절벽이 한없이 이어져 아찔하기만 했다.


 군데군데 도로가 무너진 곳이 있어서 그런 곳을 만나면 괜히 새가슴이 되어 심장이 콩닥콩닥 뛰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도 내 뒷자리에 앉은 티베트 남자는 줄기차게 담배를 피워대어서 창문을 다 열어두어도 견디기가 힘들었다.

 

이 사람들은 버스 바닥에도 침을 여사로 뱉는다. 참 못 말리는 사람들이다. 그러기를 두 세시간이나 했을까? 드디어 비탈을 다 오른 버스는 천연잔디가 화알짝 깔린 초원으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풍경이 일변한 것이다. 아! 드디어 초원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중국 여행에서 몇 번 만나본 초원이므로 산 모습이나 숲 모습만을 보아도, 심지어는 분위기만 봐도 이젠 초원을 구별할 수 있게 된 것인데 여긴 확실히 초원이다.

 

두터운 성벽 같은 벽을 가진 웅장한 티베트 인들의 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야크 무리와 양떼가 초원 여기저기 무리 지어 흩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난 초원이 좋았다. 그냥 까닭 없이 좋았다. 이쪽의 초원은 내몽고 자치구의 끝없는 초원이 아니고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같은 초원이라는 것이 조금 아쉽다. 하지만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므로 대신 맑은 물이 흐른다는 것이 좋다.

 

먼 산들에는 구름들이 낮게 걸려 봉우리들이 물기에 젖어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신기한 나무 구조물들이 들판 여기저기 에 흩어져 있어서 우리들의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