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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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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 샹그릴라를 찾아서 - (5)

by 깜쌤 2005. 9. 25.

 
                                    <멀리 언덕 위에서 본 샹그릴라 시>

 

아침 5시경에 일어났다. 사위가 아직 컴컴한데 세수를 하고 배낭을 꾸렸다. 어제 밤엔 저녁을 부실하게 먹었던 데다가 늦게 잠을 잤으므로 일어나기가 힘이 든다. 벌써 사흘째 계속 이동중이다. 우리를 여관까지 데려다 준 청년은 내가 준 택시 값까지 기어이 사양하고 그냥 돌아갔다.


 우리가 찾아간 여관은 예전의 그런 정다운 나시족 여관이 아니었다. 주인집 사무실엔 인상이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 둘러앉아 카드와 마작을 즐기고 있었고 골목길엔 수상한 사람들이 수북히 들어서서 요상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금이라도 일찍 여기를 벗어나야 했다.

 


                    <꼭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샹그릴라 지방은 이런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샹그릴라행 버스는 아침 7시 반에 첫차가 출발하는데 중형차였다. 요금은 26원 50전이다. 적어도 5시간 이상은 버스를 타야할 것 같다. 도로가 깔끔하게 포장된 곳이라면 5시간의 버스여행도 재미있으련만 샹그릴라 가는 길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고 소문으로 들은 바 있으므로 은근히 걱정이 된다.


 일정 상으로는 오늘 어떤 일이 있어도 샹그릴라에 도착해야 한다. 그래야만 운남성과 티베트 사이의 경계도시인 덕흠(더친)까지 가고, 내려오면서 여강을 들른 뒤 대리를 거쳐 곤명을 가서 출국할 예정이므로 이제 남은 시간이 빠듯하게 느껴진다.

 

  자꾸 샹그릴라, 샹그릴라 하니 도대체 샹그릴라가 무엇인지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 같으므로 한번 짚고 넘어가야겠다.      

      
 1900년 9월 9일에 영국에서 태어나 작품활동을 하다가 1937년 미국에 이주하여 미국인이 된 소설가가 바로 제임스 힐튼이다. 그는 1933년 < 잃어버린 지평선 >이라는 뛰어난 걸작 소설을 쓴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나중에 영화로도 만들어져 전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린 작품이기도 한데 이제는 사라져 버린 명배우 로널드 콜맨이 주연을 맡았었다. < 굿바이 미스터 칩스 Goodbye, Mr. Chips >도 이분의 작품이다. 샹그릴라(Shangri-la)는 바로 <잃어버린 지평선>이라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이상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내란과 외국세력의 침략으로 인해 극도로 혼란스러워진 중국에 남겨진 영국인들을 구출해내기 위해, 잠시 중국에 파견되어 있던 로버트 콘웨이는 상하이로 탈출하기 위한 비행기를 기다린다. 그는 대영제국의 새로운 외무부 장관으로 임명을 받기 위해 영국으로 급하게 돌아 가야할 입장에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가 탄 비행기는 정상 항로를 따라 상하이로 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쪽인 서쪽으로 날아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급기야는 연료가 떨어지고 깊은 산 속에 불시착하고 만다.

 

문명세계로의 탈출이 불가능한 험산준령(險山峻嶺) 속에 고립된 그들은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발버둥을 치다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만나 사방이 산으로 가로 막혀 있는 환상적인 낙원으로 인도 받는다. 그곳이 바로 '샹그릴라'였던 것이다. 


 아름다운 꽃과 이상적인 환경, 웅장한 건물, 심성 고운 사람들이 가득한 낙원에서 콘웨이 일행은 샹그릴라의 지도자 페콜트 신부를 만난다. 사람들로부터 '하이 라마(=큰스님)' 정도로 불리고 있던 신부로부터 모든 것을 알게된 그들 일행은 모든 것이 놀라움과 신비로움으로 가득 찬 샹그릴라에서 만족스러움을 느끼고 생활하게 되지만 동생 조는 그렇지 못하다.

 

조는 계곡 밖으로 빠져나가고 싶어하는 마리아를 알게되고 탈출계획을 세워 실천에 옮기지만 샹그릴라 밖으로 나온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혹독한 추위와 눈보라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로버트 콘웨이는 영원히 못 잊어하던 샹그릴라를 찾아 발걸음을 돌리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