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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포도의 도시 투루판 - (7) 화염산 오르기

by 깜쌤 2005. 9. 27.


                                            <천불동 앞 화염산 오르기> 


 우린 모래 산을 올라보기로 했다. 여기 아니면 언제 모래 산을 올라 볼 수 있을까싶어서이다. 예전에 황하 중류 포두시 부근의 명사만에서 모래 사막을 두시간 정도 걸어본 적은 있지만 여긴 거기 고비사막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곳이다. 더구나 서유기의 끝 부분에 등장하는 그런 명소가 아닌가?


 낙타를 타고 올라가 보라고 장사치들이 권하지만 우린 그들의 제안을 가볍게 거절하고 직접 걸어 올라가 보기로 했다. 붉은 모래알이 너무 고와서 마치 고운 밀가루를 밟는 듯했다. 형님은 천불동을 보시려는지 안 올라가시겠단다.

 


 <보기보다는 바로 앞의 모래 언덕도 굉장히 높다. 일단 이 언덕을 올라가서  더 높은 산을 올라보기로 했다>

 

모래언덕을 오르는 것은 생각보다 힘이 드는 일이다. 발이 모래에 푹푹 빠지므로 조금만 움직여도 힘이 든다. 누가 모래 밑에서 내 발을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작은 모래 언덕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밑에서 보던 것과는 완전히 느낌이 다르다. 사막 협곡의 윤곽도 뚜렷이 보이고 무엇보다 먼데 경치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사방이 모두 붉은 모래 천지이니 황량함 그 자체이다.

 

그러나 유심히 살펴보면 단순한 모래 언덕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지층의 구별이 확연히 드러나 보여서 사진으로 익숙하게 보아 온 그랜드 캐년의 축소판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천불동 들어가기 전 도로 한켠에 만들어놓은 서유기의 주인공 모습들>

 


 갑자기 모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저 멀리부터 붉은 모래가 하늘로 감아 오르는 듯 하더니만 순식간에 우리 주위까지도 붉은 모래 바람이 휘감기 시작하는 것이다. 손수건을 꺼내 입을 막고 카메라를 꺼내 그 엄청난 장관을 찍은 뒤 재빨리 배낭 속에 카메라를 챙겨 넣었다.

 

 이런 모래 바람 속에서 전자제품을 꺼내 드는 것은 치명적인 고장의 원인이 된다. 모래가 워낙 미세하기 때문에 카메라 부품 속으로 들어간 모래를 빼낼 방법이 없어진다고 한다.

 


 모래 언덕이 마주치는 양쪽 면은 칼날처럼 날이 서있다. 그 칼날 같은 능선 위 모래들이 무지막지한 바람에 밀려 일어나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능선의 모래가 깎여나가면서 날리는 것은 마치 누워 있던 마른 풀들이 일시에 일어서는 모습과 흡사했다.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딱 맞는 광경이었다. 숨이 막혀오는 것은 물론이고 단번에 시야가 흐려지며 앞이 보이질 않는다. 우리들이야 바로 밑 도로에서 올라왔으니 길 잃어버릴 일이 없지만 큰 사막 한가운데라면 살아날 길이 없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