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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 샹그릴라를 찾아서 - (4)

by 깜쌤 2005. 9. 24.


                        <창산에서 내려다 본 대리고성 시가지의 일부. 이 호수가 이해이다>

 

 대리(大理)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 할 기회가 있을 것이므로 지금은 그냥 지나가기로 한다. 대리는 려강과 곤명을 잇는 중간쯤에 자리잡고 있으므로 이쪽 방면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교통의 요지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대리에서 려강을 가는 버스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다. 터미널에 도착해서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 본 결과 오후 4시에 있다는 것이 아닌가? 어렵게 표를 구한 뒤 버스를 탔다.

 

새치기에는 도가 튼 중국인들이 한없이 새치기를 하는 통에 한참 후에야 손에 표를 넣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고물 대형버스이다. 고물이면 어떠랴? 가기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대리를 출발한 버스는 이해(이海 얼하이)옆을 따라 간다. 그러다가 산길로 올라서는데 굽이굽이 산모퉁이를 돌고 돌아 엄청난 규모의 고개를 따라 요리조리 방향을 틀며 나아가기를 계속하는 것이다. 려강 가는 길에는 버스의 오른쪽 편에 않는 것이 좋다. 적어도 고개를 넘어 갈 때는 오른쪽이 확실히 경치를 감상하기에 유리하다.

 

 엄청난 규모의 골짜기 저 밑엔 마을들이 하나둘 여기저기 자릴 잡았고 산 전체에 깔린 초원과 숲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광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고개를 넘어가면 학경(鶴경)이란 도시를 만나는데 여기서부턴 집들이 대리 고성처럼 유난히 하얀 모습을 보여주므로 소수민족 가운데 하나인 백족의 본거지임을 확실히 피부로 체감할 수 있다.


 사실 대리도 백족(白族)의 본거지이다. 백족은 흰색을 좋아하여 옷차림이나 집 장식에 흰색이 많이 쓴다. 그러므로 깨끗하고 담백한 인상을 주는 것이다. 마지막 큰 고개를 넘어 려강으로 들어서는데 여강 초입에서는 왼쪽에 5,000미터가 넘는 옥룡설산(玉龍雪山)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며 등장한다.


 여름에도 산 정상에는 흰눈을 이고 있는 산이므로 여름에 눈을 보는 경치가 특별히 각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여기 여강은 2002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방문하는 곳이다. 신시가지 부근 터미널에 도착하니 어둑어둑해지고 말았다.

 

 배낭여행에서 주의해야 할 것 가운데 하나는 목적지에는 반드시 오전에 도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좀 늦더라도 적어도 해가 있을 때에는 도착을 해야만 숙박할 여관을 찾을 수 있는 것이지만 이렇게 밤에 도착해버리면 모든 것이 뒤틀리고 마는 것이다.   

  


                        <여강(려강. 리지앙)시를 둘러싼 옥룡설산의 위용>

 

 우리는 여강 지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므로 황당해질 수밖에 없었다. 2년 전에 묵었던 나시족의 여관을 찾으려고 해도 방향을 찾을 수가 없다. 삐끼가 달라붙지만 떼어버리고 나시족의 여관을 찾으려고 나섰다.

 

거리는 점점 캄캄해지는데 여관은 찾을 수가 없으므로 드디어 아무나 붙들고 말을 붙여보았다. 그렇지만 영어가 안 통하니 답답하기만 하고 시간은 물 흐르듯 하니 온 몸에 땀이 삐적삐적 배어 나오는 것이었다. 아무 사람이나 무조건 찍어서 말을 붙여보다가 마침 예쁜 아가씨와 걸어오던 총각이 걸려들었다.


 "실례합니다. 우린 방금 여강에 도착했는데 이 여관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제발 좀 도와 주십시오."


 놀랍게도 이 청춘남녀가 영어를 조금 할 줄 알았다. 예전에 묵었던 여관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적어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걸 보여주었더니 이 청년이 자기 휴대전화를 가지고 연락을 해보더니 중국어로 이야기를 해 나간다.

 

위치 확인이 끝났는지 드디어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타게 되었다. 아가씨와는 거기서 헤어지면서 이따가 어디에서 만나자고 하는 것 같았다. 이런 친절을 만나면 가슴이 훈훈해져 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