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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 샹그릴라를 찾아서 - (1)

by 깜쌤 2005. 9. 21.


                       <연와 대합실 내부 - 사람들이 많은 곳은 커피숍이다>

 

 오늘이 8월 7일이다. 아침에 기차를 타고 곤명, 대리, 여강을 거쳐 샹그릴라로 갈 계획이다. 아마 이동하는데 사흘은 걸리지 싶다. 밤낮 없이 기차나 버스를 타고 움직여야 하므로 여정 자체가 힘들 것이다. 이번에 우리가 타고 가야할 기차는 목적지의 정확한 도착시간 조차도 모르고 있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30시간은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기차표를 요리조리 뜯어본 결과 지금  우리가 타고 가야할 이 차가 보통쾌속(보쾌)급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특쾌급보다 낮은 등급의 기차이므로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차피 중국여행에서는 한두 시간의 여유는 여유도 아니므로 잊어버리고 그냥 탈것들이 가는 대로 느긋이 맡겨두기로 했다. 역 부근 슈퍼마켓에 들러서 일단 장을 보았다. 저번처럼 라면과 과자 나부랭이를 몇 개 사고 차도 한 봉지 구했다.

 

그리고 난 뒤 계림역 대합실에 들렀는데 대합실 내부는 혼잡하기 그지없었다.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워낙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뜨거운 열기가 밀려와서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가만히 생각하니 우린 연와표(軟臥票)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대합실도 따로 있어야한다. 잘 살펴보니까 아니나다를까 연와 대합실은 한구석에 따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었다. 중국은 확실하게 돈이 말하는 나라이다.

 

 연와표와 여권을 보이고 들어간 대합실은 에어컨이 빵빵하고 좌석도 고급이었다. 대합실 들어가는데 여권을 제시해야하는 것이 특이하다. 외국인의 경우 사용자 명단을 확실하게 작성해 두는 것 같았다.

 

우리가 들어 간 곳은 대합실과 커피숍이 함께 자리하고 있어서 느긋하게 쉴 수 있는 고급공간이다. 이런데서는 멍청하게 그냥 앉아있는 것보다 뭐라도 쓰는 것이 절대로 유리하다. 시간만 나면 기록하는 것이 내 일과중의 하나이므로 부지런히 일기를 썼다.

 


 연와표를 가진 승객을 위한 대합실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확실히 부티가 난다. 내 주위에 있는 중국인들은 일반적인 중국인들보다 한결 깔끔하게 보였다. 나 같은 사람은 이때나 조금 거들먹거릴 수 있다. 언제 부티를 내며 살아보겠는가 싶어 괜히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그러고 보니 나도 참 교활하고 교만한 인간이다.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연와표를 가진 승객은 역무원이 와서 따로 안내를 해준다. 개찰구도 다르게 했다. 복잡한 일반 대합실처럼 밀고 당길 필요가 없이 천천히 느긋하게 따로 안내를 받아 가며 나가게 되어있는 것이다.

 

 졸지에 호사에 호사를 거듭하는 우리들은 느긋하게 나가는 여유까지 부려보게 되었다. 플랫폼에 나가보니 우리가 타야 할 연와 칸엔 이용하는 사람수도 적어서 한결 조용하고 깨끗했다. 우리 칸을 찾아가 본 우리들은 모처럼 흡족한 기분에 입을 헤벌릴 수밖에 없었다.

 

침대도 이단으로 되어있는데다가 모든 시설이 깨끗하고 고급스럽기 때문이다. 경와는 3층으로 된 침대이지만 여긴 2층으로 되어있다. 그러니 위칸에 배정이 되어도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데 지장이 없다.


 무엇보다 조용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대신 중국인들과 대화를 하는 즐거움은 빼앗기고 만다. 실내에 설치된 스피커도 볼륨 조절이 가능하고 에어컨은 너무 강력해서 추위를 느낄 정도였으니 이번 여행에서 가장 호강하는 셈이다. 오전 8시 56분, 긴 기적소리와 함께 보쾌 2055열차는 계림역을 미끄러져 나가기 시작했다.


 "자이젠 꾸이린(再見 桂林 안녕. 계림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