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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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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포도의 도시 투루판 - (2)

by 깜쌤 2005. 9. 22.

 


                             <서유기에도 등장하는 화염산 - 투루판 부근에 있다>

 

아까 아침에 우루무치에서 만난 프랑스인 커플은 교통빈관을 추천했지만 분위기 면에서 투루판 빈관이 나은 것 같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유리한 것은 투루판 빈관에서는 위구르 민속 공연이 매일 저녁마다 있다는 사실이다. 투루판 빈관을 추천하는 현지인은 사업 수완도 좋아서 자기 차를 끌고 오더니 타라고 한다.


 사실 혼자라면 타는 게 좀 뭐하지만 우린 4명이나 되니 기분 좋게 탄다. 고물 승용차는 요리조리 모퉁이를 돌더니 포도 넝쿨이 도로 위를 덮어버린 울창한 포도 숲길을 지나 차를 들이댄다.

 

포도 넝쿨 안에 자리잡은 단아한 호텔이 바로 투루판 빈관이다. 로비에 가서 물어보았더니 4인용 도미토리가 1인당 25원이라고 한다. 한화 3600원 정도 아닌가? 비록 욕실은 따로 있지만 이 정도의 청결을 자랑한다면 묵을 만하다.


 혹시 다음에라도 여러분 가운데 투루판 가실 일이 있다면 거길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실크로드 여행을 떠난다면 결코 놓쳐서는 안될 도시가 바로 투루판이다. 가보시기를 강력히 권하고 추천한다.

 

우리 안내해준 "아윱"이란 사나이는 알고 보니 관광택시 알선업이다. 영어를 밑천으로 손님들에게 접근해서 자기 자동차를 가지고 자가용 영업을 하는 것이다. 참 벌어먹고 사는 길도 여러 가지였다.

 

 오후 일정 교섭을 위해 미스터 아윱과는 오후 2시 30분에 만나기로 해 두었다. 대강 반나절 택시 대절에 한 200원 정도는 주어야 할 것 같다. 200원이라면 3만원이니 거금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동 거리가 100km가 훌쩍 넘는 거리이니 눈감고 돈을 써야 할 때도 있는 법이고 어떨 땐 알고도 속아야 한다.   


 종업원을 따라 배낭을 들고 객실을 찾아 나섰다. 침대 5개가 있는 방이었는데 누가 미리 와서 짐을 풀어 두었다. 침대 주위에 헤쳐놓은 물건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화장품이 있고, 내의를 널어놓은 모습으로 보아 아무래도 여자 손님 같았다. 그렇다면 이건 조금 문제가 된다.  

 


나 같은 '한달 홀아비'야 아무 문제가 없지만 우리 건장한 청년 둘은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 복무원 아가씨를 불러 사장 이야기를 했더니 두말 없이 방을 바꿔준다. 여긴 종업원들이 영어도 잘 할 뿐 아니라 주인으로부터 손님을 모시는 교육을 아주 철저히 받은 것 같았다.


 말씨도 그렇거니와 구석에 단정히 앉아 대기하는 자세를 보니 단번에 표가 났다. 방도 깔끔하고 전체적으로 깨끗한 분위기이다. 이 정도 호텔이 일박에 25원이라면 이건 대 만족이다. 체크인을 끝낸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갔다.

 

론리 플래닛에 소개된 투루판 빈관 맞은편의 존스 카페에 가보았더니 분위기가 별로 이었다.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결국 투루판 빈관 입구 옆의 이슬람 식당으로 가서 야외 탁자를 차지하고 앉았다. 빈관 들어가는 약 200미터 정도의 거리를 모조리 포도 넝쿨이 덮은 상태이므로 인도에 가져다 놓은 야외의자에 앉더라도 시원하긴 마찬가지이다.

 

 여기 이 사막이 아무리 더운 지대라고 하지만 그늘에만 들어가면 무척이나 시원해서 생활하는데는 아무 어려움이 없는 것 같았다. 점심 한끼를 떼우기 위해 3원짜리 우육면을 시켰다. 형님과 기수가 찍은 7원짜리 국수에는 부추 볶은 것이 수북히 올라와서 입맛을 당기게 했다. 아, 나도 그걸 시키는건데 괜히 쪼잔하게 몇 원 아낀다고 자주 먹는 우육면을 시켰다는 말인가? 후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