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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포도의 도시 투루판 - (1)

by 깜쌤 2005. 9. 21.

포도의 도시 "투루판"을 향하여!!

 


 투루판으로 가기 위해 배낭을 메고 나섰다. 오늘은 오후 2시전까지는 투루판에 도착해야 한다. 그래야 일정이 맞아 가는 것이다. 시내버스를 타고 장도기차점(장거리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배낭을 매고 시내를 헤매는 백인 커플을 만나 이야기를 잠시 나눠본다.


 "어디로 갑니까?"
 "역 앞 아구빈관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우린 투루판으로 가는 길인데요"
 "아하 그래요? 우린 투루판에서 오는 길이죠. 투루판, 정말 좋은 곳입니다."
 "우루무치도 마찬가지죠. 우린 방금 아구빈관에서 나와 지금 투루판으로 가려는 길인데.... , 투루판에서 그럴듯한 숙소 한군데 추천하시지요."
 "터미널 부근의 교통반점이 쌉니다"


 손에 들고 있는 책을 보니 프랑스판 론리 플래닛이다. 프랑스인 들이구나. 아구빈관 가는 것이라면 차라리 택시를 타고 가라고 일렀더니 그 사람들은 연신 고맙다며 택시를 탄다. 기분 좋게 헤어진다.


 지도에 나타난 장거리 버스 터미널을 찾아가 보니 거긴 진짜 먼 거리로 가는 버스터미널이었다. 이를테면 하루종일 기차를 타고 달려야 하는 카슈가르나 이녕 같은 도시들로 가는 버스가 출발한다는 말이다. 투루판의 위치는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그런 정도의 장거리가 아닌 모양이다. 180km 정도는 근거리로 치는 그들 중국인들의 거리 감각이 우리와는 완전히 수준을 달리한다.        


 다시 택시를 타고 우루무치 시 남쪽에 자리잡은 남부터미널로 갔다. 택시 기사는 자기 택시로 투루판 가자고 하지만 그런 장거리를 우리가 무엇 때문에 택시를 타고 간단 말인가? 새로 지은 터미널은 깔끔하고 규모도 컸다. 대합실도 넓고 시원했고....

 

매표소에 앉아 있는 이국적인 용모의 아가씨는 친절하기도 했다. 버스출발시간을 알려주며 북경기준 시간이라고 알려주는 세심함을 보여 주었다. 그런 작은 친절 하나가 나라나 도시에 대한 인상을 바꾼다.

 


                                                 <위구르 족 악사의 모습>

 

 고속버스 요금은 25원이고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이다. 차 출발 시간이 10시 5분이니까 한 낮이면 투루판에 도착한다는 이야기다. 대형 버스여서 그런지 좌석도 안락하고 전망도 괜찮았다. 내 옆에 앉은 사람은 알타이에서 왔다고 하는데 영어가 워낙 안되어서 대화를 지속할 수가 없었다. 이럴 땐 그냥 창 밖 경치나 감상하는 것이 최고다.


 버스를 타고 가며 보는 경치는 기차를 타고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감회를 준다. 가는 도중에 옛 당나라 시대의 성채를 재현한 곳도 나오고 하지만 기차에서 이미 세밀히 살펴버린 경치이기에 감흥은 덜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간다는 느낌만은 떨칠 수가 없었다. 투루판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낮은 저지대라고 하지 않는가?


 한자로 토로번(吐魯番 Turpan)이라고 쓰는 투루판은 인구 약 25만 정도를 자랑하는 실크로드 상의 요충 도시이다. 위치가 위치이니 만큼 위구르족, 한족, 회(回)족 등의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나름대로 터를 잡고 자기들만의 삶의 터를 가꾸어 나가고 있는 아름다운 오아시스 도시로 알려져 있다.


 투루판은 주민의 95%가 위구르족이며, 그들 말로는 사람들이 모이는 '도회(都會)'라는 뜻이라고 한다. 1984년 12월에 투루판시로 승격되었다고 하는데 사막에 자리잡았다고는 하나 난주에서 출발하는 난신 철도가 시 북부를 지나는 것은 물론이고 부근에서 소금, 석탄, 철 등이 대량으로 생산되어 중국 정부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요충지가 되어버린 곳이다. 특히 투루판 분지에서 생산되는 씨 없는 청포도와 비단제품은 세계적인 명성을 날리고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는 다하연 부근에서 지방도로로 내려선다. 다하연 사거리에서 투루판 기차역까지가 약 21km, 투루판 시내까지는 26km 정도가 된다. 사거리에서 북쪽으로 보면 저멀리 아지랑이 사이로 트루판 기차역이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투루판 버스 터미널에 버스가 도착하자 호객꾼 둘이 접근해 왔다. 뜨거운 땡볕에서 잠시 이야기를 해보니 한사람은 교통반점에서 나온 사람이고 한사람은 투루판 빈관을 소개해주는 사람이다. 론리 플래닛 정보에 의하면 투루판 빈관이 여러 면에서 유리한 것 같아 그쪽으로 가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