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3 중국-사천,감숙,신강:대륙의 비경(完

우루무치 먹거리 야시장 1

by 깜쌤 2005. 9. 19.


                                        <우루무치 오일로의 야경>


 일단 시내까지 들어온 우리는 소문이 자자한 야시장을 보러 갔다. 오늘 같은 날은 야시장에 가서 한번 거하게 먹어봐야 한다. 오일로(五一路)의 야시장이 워낙 유명하다니 어찌 그냥 지나칠 수가 있을까?

 

 시내에 들어온 우리는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오일로를 찾아 걸었다. 인민공원이 있는 시내 중심부에서 우루무치 역 쪽으로 걸어오다가 보면 오일로가 자리잡고 있다. 시내 지도 한 장만 있으면 찾기는 식은 죽 먹기이니 중국 여행에서는 반드시 도시 지도가 필요하다.


 찾아간 오일로는 얼핏보기에는 평범한 거리였다. 노점상을 차리려고 하는지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다가 자리를 깔기도 하고 조리기구를 설치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밤은 되지 않았으니 일단 저녁을 먹기로 했다. 오랜만에 징기스칸 요리를 먹어보자는 데 의견이 일치되어 뷔페식 징기스칸 집을 찾아 들어갔다.

 


                                             <엄청나게 많은 길거리 음식점들>

 

 여기 우루무치는 8시가 되었는데도 아직 초저녁 분위기이다. 하지만 우리가 찾아 들어간 음식점은 이 초저녁에도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음식 맛이 괜찮은 집인 것 같다. 벽에 붙여진 글씨를 잘 살펴보니까 음식을 찍어먹는 소스가 1원이고 튀김용(?) 육수가 10원이다.

 

꼬치에 꽂힌 해물(海物)이나 고기종류는 10개 5원이다. 나머지는 10개 3원으로 표시가 되어 있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를 몰라 헤맬 수밖에 없었다. 분(分)자 앞에 사람 인자를 붙인 글자를 써놓았는데 거기다가 10자를 써놓고 5원 혹은 3원이라고 해두었으니 도통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

 


                                  <길거리의 즉석 징기스칸 요리점>


 여기까지 와서 바가지를 쓸 순 없으니 종업원 아가씨에게 물어보았는데 그녀 또한 영어가 맹탕이라 대화가 안 된다. 그 넓은 식당 안에 영어를 하는 사람이 없는 것인지 아님 무시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모두들 눈만 멀뚱멀뚱하게 뜨고 우리를 쳐다보는 것이 마치 소 닭 보듯 한다.

 

이럴 바엔 그냥 먹어보기로 한다. 실컷 먹은 들 돈이 얼마 나오랴 싶어서 남이 하는 대로 먹어보기로 했다. 남들을 가만히 살펴보니까 모두들 꼬챙이에 꽂은 재료들을 마음껏 들고 와서 익혀먹는 것 아닌가?


 우리도 일단 2층에 올라가서 자릴 잡았다. 작은 배낭은 풀어서 의자에 걸고 남이 하는 대로 일단 꼬치를 듬뿍 가져와서 육수에 넣고 삶는다. 여긴 육수 끓이는 통이 태극모양으로 되어 있어서 한쪽은 맵고 한쪽은 덜 맵게 되어 있었다. 오랜만에 먹어보는데다가 오늘 종일 천지를 헤매고 다녔으니 속도 출출한 터라 양껏 먹어보기로 했다.

 


                                        <양고기. 닭고기 - 뭘 좋아하니?>

 

 나는 양 내장이 맛있어 보여서 그걸 많이 가지고 왔다. 해물에다가 온갖 채소, 버섯, 고기 등 하여튼 최대한 푸짐하게 가지고 와서 육수 통에 넣고는 익기가 무섭게 소스에 찍어 먹기를 한 50분은 했지 싶다.

 

 더 이상 들어갈 배가 없어서 트림을 하며 막대기를 헤아려 보았더니 놀랍게도 180개나 되었다. 일인당 45개 먹은 셈이 아닌가? 나중에 계산하는 것을 보았더니 막대기 10개당 얼마 하는 식으로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나눌 분(分)자 앞에 사람인(人) 변을 붙인 것은 10개를 의미하는 것이 되는 것 아닌가? 배터지게 먹고 나서 계산한 결과는 총액 69원이었다. 70원으로 치면 한화 10500원이니 한 사람 당 2600원인 셈이다. 모두 입이 함박만큼 벌어져서 나왔다. 하여튼 중국 여행에서 먹는 즐거움을 빼면 아무것도 아니란 걸 실감한 저녁 식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