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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중국인 미스터 지앙(姜)의 집을 찾아서 2

by 깜쌤 2005. 9. 20.


 중국인치고는 빼어난 미인에 속하는 미스터 지앙의 부인이 요리를 내어왔다. 오이를 무친 요리, 호박 볶음 요리, 돼지감자 비슷한 것에다가 두부와 미꾸라지를 넣은 요리, 생선요리, 잉어찜, 계란과 피망을 함께 넣고 볶은 요리 등을 작은 탁자 위에 차리고 다함께 먹도록 한다.

 

 특히 대형잉어를 찜으로 해온 요리는 맛이 좋았다. 부엌에서 수고하는 미스터 지앙의 부인까지도 기어이 모셔와서 같이 먹었다.


 난 원래부터 잘먹고 다니므로 그저 맛있을 수밖에 없다. 남의 집에 초대를 받아가서는 잘먹어주는 것이 예의이므로 더 맛있게 먹는다. 더구나 여긴 중국인 집이 아니던가? 사실 내어 온 요리도 맛이 있어서 충분히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한국인 친구들, 사실 저희들은 이 아파트에 이사 온지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보다시피 가구도 없고 휑한 상태이죠."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다. 아직 가구 정리도 안되어 있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


 "이 정도 아파트를 구하는 것도 힘이 듭니다."
 "그건 우리 한국도 마찬가지죠. 우리도 집 값이 비싸서 집 구하기가 힘이 듭니다."
 "그리고 말이죠, 이 잉어 요리는 고기를 뜯어서 소스에 찍어 먹어야 맛이 납니다. 많이 드시기 바랍니다."


 전기밥솥에 해온 밥도 기름기가 조금 흐르는 밥이어서 먹기가 편했다. 참, 여러모로 대접을 잘 받는다. 거기다가 미스터 지앙의 영어회화 실력이 유창해서 대화하기가 엄청 편했다. 모택동 시대의 재난에서부터 등소평 시대를 거치는 동안의 경제 발전 이야기며 월드컵 이야기가 나와서 제법 대화가 무르익었다.

 


 미스터 지앙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그도 경제를 아주 중요시하는 것 같았다. 하긴 잘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임에는 틀림없다. 더구나 현실적인 중국인 입장에서라면 경제가 좋아야 사는 맛이 날만도 하다.


 중국인들은 술잔에 계속 술을 따라서 첨잔을 하는 게 예의라고 한다. 잔을 받을 땐 잔을 들지 않고 가만히 테이블 위에다 둔다. 그러면 권하는 쪽에서 그냥 부어주면 되는 모양이다.

 

티비에서는 이라크 뉴스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확실히 중국인들은 이라크에 대한 외국 세력의 간섭은 부당하다고 보는 것 같았다. 남의 집에 너무 오래 있으면 실례일 것 같아서 적당한 시간에 일어서기로 했다. 아들 양양을 불러서 미리 준비한 봉투를 쥐어 주었다.


 "미스터 지앙, 오늘 초대해 준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남의 집을 방문하면서 작은 것이나마 사들고 오는 것이 예의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무엇이 필요한지 몰라서 현금을 조금 준비했습니다. 혹시 실례라면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미스터 지앙이 몇 번 손사래를 쳤지만 받아 준다. 나중에 그의 얼굴이 환해지는 것으로 보아 오늘 우리들이 결코 실례한 것은 아님이 틀림없다. 이제 이렇게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나랴 싶다. 미스터 지앙은 한사코 도로까지 따라나와서 배웅을 해주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이런 아픔은 자주 겪는 법이다. 이젠 숙달이 되어 좀 괜찮아졌지만 처음엔 가슴앓이가 심했다. 이별한다는 아쉬움 때문에 몇 번이나 돌아보며 손을 흔들고 헤어진 미스터 지앙은 지금 잘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