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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중국인 미스터 지앙(姜)의 집을 찾아서

by 깜쌤 2005. 9. 19.

버스 안에서 내내 졸다가 일어난 우리들은 계림 역 부근에서 호텔을 잡기로 했다. 그래야 내일 이동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역 부근 경계(京桂)호텔에 들어가서 3인용 방을 찾았더니 일단은 방이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얼마죠?"
 "200원 주세요."
 "에이, 예쁜 아가씨가 그렇게 비싼 값을 부르면 어떻게 해요? 며칠 전에 저어기 위에 있는 호텔에서 100원(사실은 2인용 방이었지만)에 묵었는데...... 그러니 여긴 120원 드리리다."
 "무슨 말씀을? 150원 아니면 방이 없답니다."
 "120원 드린다니까요."

 


    <미스터 지앙의 아파트에서 본 계림의 낙조 - 밑에 보이는 정원은 사실 2층 옥상인 셈이다. 불이 환한 곳은 상가 건물내의 식당이라고 한다 >


 이렇게 시작된 흥정은 결국 126원으로 낙찰되어 방 구경에 나섰다. 5층에 있는 3인용 방은 조금 후지기는 해도 하룻밤 견디기엔 이상이 없을 것 같아 머무르기로 했다. 일단 방을 잡은 뒤엔 배낭을 풀고 하는 샤워라도 하는 게 편하다. 두 분은 족욕(足浴)이라도 하시겠다며 방을 나갔다. 그동안 나는 인터넷 접속을 하기 위해 카페를 찾으러 갔다.


 인터넷 카페는 "왕빠"한마디로 통하므로 묻고 물은 끝에 간신히 찾아낼 수는 있었다. 우리 나라 교실 서너 개를 합한 크기의 어마어마한 카페였지만 한글 지원이 되질 않아 별수 없이 30분만에 나오고 말았다. 한시간에 2원이므로 1원만 주고 나왔다.


 호텔 부근에서 다시 미스터 지앙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우리 호텔의 위치를 묻는다. 호텔 카드에 적힌 주소를 불렀주면 쉽게 찾을 수 있다며 6시에 모시러 오겠다고 한다. 족욕을 마치고 온 두 분과 상의해서 미스터 지앙의 집엔 빈손으로 따라가는 대신 봉투 속에 중국 돈 100원을 준비해 두기로 했다.   

  
봉투를 사기 위해 1층 로비에 내려가서 호텔내의 잡화점 앞에 서 있는데 미스터 강이 어깨를 툭 친다. 10분 일찍 도착한 미스터 강과는 며칠만에 만나긴 해도 반갑기 그지없었다. 다시 객실에 들렀다가 내려온 우리들은 밖에 나가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여러분, 우리 집에 가셔서 그냥 형편없고 맛없는 그런 식사를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밖에서 외식을 하시겠습니까?"
 "크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우린 미스터 지앙의 집을 보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큰 기대는 하지 마시고.... 자, 갑시다."

 


택시는 중산중로를 지나더니 이강을 가로지르는 해방로를 건너서는 칠성공원 뒤편으로 돌아간다. 그러더니 거대한 상가와 아파트 단지가 어우러져 웅장하게 하늘로 치솟은 깔끔한 건물 앞에 우릴 내려놓았다.

 

1층은 상가였고 거주자들은 2층으로 올라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어있었다. 우리 입장에서 본다면 주상복합형의 아주 특이한 모습의 아파트였다. 중국인들은 이런 아파트 구조에 익숙한 모양이다.


 그의 집은 6층 1호실이었다. 바닥은 황색의 대형 타일로 덮여 있었는데 가구가 거의 없어서 휑하게 보였다. 우리들에게 복숭아를 내어놓은 뒤 맥주를 사러 간다면서 자리를 비운다. 부인은 부엌에서 요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동안 우리는 찬찬히 집안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아파트 내부 설계는 우리들보다 많이 뒤쳐진 것 같았다.


 거실 정면엔 일본 산스이 회사 상표가 붙은 중국산 TV 한 대가 자릴 잡았고 새로 구해온 듯한 소파가 벽면을 차지했다. 작은 탁자는 문간에 있어서 조금 어색한 분위기였는데 발코니엔 아직 유리가 없어서 문만 열면 바깥 공기가 그냥 내부로 쏟아지게 되어있었다.

 

발코니 너머 저 멀리엔 봉우리들이 줄을 지어 있어서 멀리 보는 경치는 그런 대로 좋은 편이었다. 그가 내어놓고 나간 복숭아는 살이 튼실해서 맛도 좋았다. 한 20분 뒤에 돌아온 미스터 강의 손길에 맥주 서너 병이 들려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