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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 인생 - 그리 허무한게 아니었어요. 살만했어요
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이강 유람 - 계림의 진수 (3)

by 깜쌤 2005. 9. 11.

 
뱃사공은 여러 가지를 설명해주지만 우리 귀에 들어오는 것이 없으니 그냥 내 생각대로 경치를 감상하고 만다. 저 봉우리는 손가락을 다섯 개 세운 것 같고, 저 봉우리는 아이가 부모님을 보고 어떻게 하는 모양이라는 둥 말이 많은데, 이렇게 생각해서 보면 이런 것 같고 저렇게 생각하면 저런 것 같으니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인 셈이다. 상상은 자유요 판단은 내 몫이니 그저 유쾌하기만 하다.


 한 50분 정도를 줄기차게 거슬러 올라가기만 하던 배는 넓은 자갈밭이 나오는 강변에서 방향을 틀더니 우릴 부려놓았다. 좀 쉬라는 것이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지 않아도 슬금슬금 지겨워지기 시작하던 차에 쉬는 시간을 주니 꿀맛 같은 느낌이다.


 이강 강변에 사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신선이 노니는 경치 속에 산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살지 싶다. 그건 구채구 속에 사는 사람들도 같은 현상이리라. 너무 좋은 환경 속에 살면 그 좋은 환경이 당연지사로 느껴질 터이니 좋은 것을 좋은 것으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따지고 보면 그것도 비극이다.   

   


배가 강변에 도착하자 자갈밭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문지르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다가와 양동이 속에서 하나 건져 불쑥 내어 민다. 자세히 보니 돌멩이다. 이강 자갈을 주어 문지르니 아름다운 무늬가 나타나는데 그걸 수석인양 팔러 나오는 것이다.

 

 수석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나중에 우리는 운남성 석림(石林)에서 기가 막히는 사기수법(?)에 걸려들고 만다. 하여튼 중국인들이 돈 버는 재주는 상상 이상이어서 경탄을 금치 못할 때가 많다.

 


 어떤 할아버지는 대나무 장대에다가 가마우지를 앉혀 나와서는 사진을 찍으라고 권하기도 하지만 카메라만 들이대면 돈을 요구하므로 함부로 셔터를 누르면 곤란해진다. 모든 게 다 돈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럼 어디 우리는 돈 내고 사진 찍는 바보이던가? 다른 곳을 찍는 것처럼 해 두고는 슬며시 셔터를 누르지....  돈 한푼 아끼려고 별 짓을 다하니 어떨 땐 스스로 생각해도 참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 15분간의 휴식이 끝나고 다시 배를 타고 떠내려 왔다. 원래 자리에 도착하니 한시간 40분 정도가 지난 시각이다. 배를 내려서 다신 한번 더 생각해봐도 잠시동안 꿈속에서 어디 환상의 세계에 다녀왔다는 느낌이다.

 

몽롱한 기분에 취해 배에서 내린 우리는 길가에 쪼그리고 앉은 아주머니들에게 물고기 튀김을 사서 먹었다. 자그마한 게 졸임도 먹어보았는데 껍질과 다리를 그대로 씹어먹을 수 있어서 괜찮았다. 그런 것은 1원만 주면 된다. 흥평 읍내로 걸어오다가 초등학교 여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붙여보았다.     

        
 "너희들 초딩이지?"
 ".........."


 볼펜과 수첩을 꺼내 초등학생이냐고 적어 보았더니 놀란 표정을 지으며 우릴 쳐다본다. 자기들은 중국인인줄로만 알았던 모양이다. 여학생들의 놀란 토끼눈들이 귀여워서 사진을 찍어본다.


 "어허허허~~~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