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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깜쌤의 세상사는 이야기 : '난 젊어봤다' - 자유 배낭여행, 교육, 휘게 hygge, 믿음, 그리고 Cogito, Facio ergo s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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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낭여행기/04 중국-운남,광서:소수민족의 고향(完)

배낭여행자의 천국 - 전설적인 관광지, 양삭을 가다 : (9)

by 깜쌤 2005. 9. 8.


 

새벽에도 비가 왔다. 요란스레 내리는 빗줄기는 나그네의 심사를 어지럽힌다. 천둥이 고막을 때리고 번개까지 하늘을 찢어발기니 편안하게 오래 자긴 글렀다. 사진 전문가이신 K선생은 새벽부터 부산을 떨며 날이 밝는 대로 아침 일찍 흥평(興平 싱핑)에 가보는 것이 어떠한가 하는 제안을 해 왔다.


 "이렇게 아침부터 비가 쏟아지는 날은 물안개는 기본이고 강안개, 산안개까지 솟아오르므로 사진 찍기에는 최적의 환경입니다. 자, 갑시다."


 비 오는 정도를 확인해보기 위해 발코니로 나가 보았더니 비가 조금 잦아지긴 하는데 아직도 빗줄기가 굵어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발코니에 서서 보니 색색의 우산을 펼쳐든 사람들이 아침을 여느라 나름대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1층 로비에 내려가니 카운터의 매니져 아줌마가 영어로 물어왔다.   


 "저, 한국인 손님들! 어제 저녁에 서씨 아줌마하고 같이 안 돌아오셨나요?"
 "같이 올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뱀부 보트 래프팅을 끝내고 내리니까 전화가 걸려 왔었는데, 아줌마 어머니께서 아프다고 그러면서 일찍 가셨습니다."
 "아하, 그래요? 제가 다른 사람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서씨 아줌마의 열 여섯 살 된 외동아들이 어제 위룽허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합디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나는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다면 어제 그 아줌마의 저녁 행동은 진심이었었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괜히 우리가 가이드 비용을 적게 주어 사람을 따돌리려고 한다고 생각해서 남을 의심한 셈이 된다. 아, 이런 실수는 어떻게 만회할 수 있는가?


 "저런! 이 일을 어쩌지요?"

 


 중국 한족은 자식을 한사람밖에 두지 못한다. 한 명 외에 더 두어도 되지만 그럴 경우 온갖 일에서 불이익을 받게 되므로 보통은 한 자녀를 두는 것으로 만족하고 사는 것인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들을 잃었으니 그 슬픔이 얼마나 컸겠는가?


 "아들이 물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를 전화로 할 수가 없었으므로 아마 어머니께서 편찮다고 둘러댄 것일 겁니다."


 그렇다면 진심으로 위로해야 할 일 아닌가?


 "이런 경우 보통 며칠 간 일을 쉬게 됩니까?"
 "우리 중국에서는 이런 일이라면 한 2주일간은 일을 안나오지 싶습니다."
 "아아, 아주머니! 나중에 우리가 떠난 뒤에라도 서씨 아줌마가 오시면 진심으로 위로 말씀드린다고 좀 전해 주십시오."


 그런 줄 알았으면 가이드 비용을 듬뿍 쳐주었겠지만 그럴 줄 몰랐으니 참 미안하게 되었다. 서격영씨가 얼마나 우릴 원망했으랴! '하나뿐인 아들이 그렇게 죽으려니까 싸가지 없는 노랭이 구두쇠 스크루지 아들 같은 한국인들이 자기들 돈을 아낀다고, 다른 사람들은 다  30원하는 요금을 안주고 10원으로 깎아? 에이 고약한 놈들!'하고 탓하지 말란 법이 있겠는가?


 비록 우리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지만 이 글을 통해서라도 아줌마의 슬픔을 진심으로 위로해주고 싶다. 앞으로 부디 행복하시고 용기를 내어 잘 살아가시기를 빌어본다.